
프라이빗 영화관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객석 수가 적은 데 그치지 않고 좌석을 과감히 줄여 한 사람에게 더 넓은 자리를 내주거나 공간 전체를 한 팀에 빌려주는 식이다. 티켓값 부담 등으로 대형 극장을 찾는 발길은 줄었지만 비용을 더 내더라도 쾌적한 관람 환경을 누리려는 쪽으로 관람 수요가 세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2인 관객을 위한 프라이빗 영화관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곳이 '시글루'다. 이곳은 예약 시간대마다 단 한 팀에만 공간을 내준다. 입장 인원도 1~2인을 기본으로 하며 최대 10명까지만 받는다. 옆 사람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나 스마트폰 불빛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시설에도 신경을 썼다. 관객의 귀 높이에 맞춰 스피커를 배치해 사방에서 소리가 감싸고, 천장에도 스피커를 달아 머리 위에서도 소리가 내려오도록 했다. 돌비 애트모스 등 전문 영화관 수준의 음향 시설을 작은 공간에 집약시켜 몰입감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가격은 만만치 않다. 2인 기준 3시간 이용료가 평일 오전 3만 6000원, 저녁 6만원 수준이다. 주말 이용료는 7만5000원에 달한다. 일반 영화관 티켓보다 훨씬 비싸지만 주말 일부 시간대는 며칠 전부터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건대점을 시작으로 올해 강남과 성수 등에도 신규 매장을 열며 현재 8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시글루를 운영하는 이한범 대표는 "OTT에도 작품성과 영상미가 뛰어난 콘텐츠가 많아졌지만 집 TV나 스마트폰으로만 봐야 하는 점이 아쉬웠다"며 "집 밖에서도 작품을 몰입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 고객층은 20~30대지만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여 함께 관람하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외에도 좌석 수를 줄이거나 호텔 안에 소규모 상영관을 마련하는 등 기존 대형 극장과 차별화한 영화관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서울 홍대 라이즈 호텔의 '베스트슬립 시네마 앳 라이즈'는 지난달 기존 30석 규모의 상영관을 12석으로 줄여 재개장했다. 영화관 운영 솔루션 기업 알엔알(RNR)이 운영하는 소형 영화관으로, 매트리스 브랜드와 협업해 전 좌석에 모션베드를 들였다. 수용 인원을 60% 줄이는 대신 관객 한 명이 누리는 공간을 확대했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도 지난 9월 재단장을 거쳐 호텔 지하 1층에 30석 규모의 소형 영화관을 새롭게 조성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대형 영화관 수요는 급격히 감소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보편화하면서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영화를 봐야 할 유인이 줄어든 탓이다. 껑충 뛴 영화 티켓 가격도 관객 이탈을 부추긴 원인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올 2월 발간한 '영화콘텐츠 소비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극장 관람 횟수가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45.8%에 달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극장 관람비가 부담스러워서'(25.1%)가 꼽혔다.그렇다고 관객들이 영화 관람에 쓰는 돈을 무조건 줄이는 것은 아니다. 극장 선택의 기준이 단순한 '관람'에서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실패 없는 시공간'을 확보하는 쪽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편안한 관람 환경이 보장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선택적 소비가 두드러지는 이유다.
관람 수요가 세분화하면서 일반 영화관의 생존 전략도 달라졌다. 단순 상영을 넘어 떡볶이, 닭강정 등으로 식음료(F&B) 메뉴를 대폭 늘리고, 치이카와나 슈퍼마리오 등 인기 캐릭터 팝콘통과 굿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직 영화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앞세워 극장을 찾을 이유를 늘리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관객에게 극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더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넓은 좌석이나 독립된 상영실처럼 집에서 누리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하는 영화관이 점차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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