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창 W] 관광공사 '내홍'

입력 2012-01-26 13:46   수정 2012-01-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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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관광공사가 중저가 호텔을 ‘베니키아’로 체인화하는 사업을 진행했었죠. 국내 호텔의 경쟁력을 키우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었는데요. 베니키아를 취재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선미 기자! 우선 일반인들은 ‘베니키아’에 대해 잘 모를 것 같은데요. 어떤 사업인지 자세하게 알려주시죠.

<기자> ‘베니키아(BENIKEA)’는 한국관광공사(사장 이참)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개발한 중저가 관광호텔 체인브랜드입니다.

`베스트 나이트 인 코리아(Best Night in Korea, 최고의 휴식을 선사하는 한국의 대표 호텔)`의 머리글자를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현재 베니키아는 서울, 부산, 강원, 제주 등 전국 주요 관광지 소재에 45곳이 가맹돼 있고요.

관광객들은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4개 국어로 지원되는 사이트(www.benikea.com)에서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베니키아에 가맹돼 있는 관광호텔은 비수기 평일 일반실 기준으로 객실요금은 하루에 최대 100달러, 즉 10만원 내외입니다.

<앵커> 공공기관이 직접 호텔 체인화 사업에 뛰어든 일도 처음일 거 같은데요. 듣고 있자니 사업이 참 신선합니다.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기획 의도는 좋습니다.

값도 저렴하고 중저가 호텔의 경쟁력을 키워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좋은 목적을 갖고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베니키아가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나 관광공사의 골칫거리가 돼 버렸습니다.

사업성과가 거의 없기 때문인데요.

5년 동안 100억원의 운영비 중 60%가 홍보비에 들어갔지만 정작 베니키아를 아는 사람도 없고, 잦은 인력 교체에 수익성도 딱히 없습니다.

관련 영상 보시겠습니다.

>>>VCR<<<

국내 중저가 호텔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 체인화 사업 ‘베니키아’.

정부는 기존 중저가 호텔들을 베니키아로 묶어 서비스와 예약체계를 표준화하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되어가는 지금,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베니키아’가 뭔지 모릅니다.

<인터뷰> 오은진, 홍승목/ 46세

"(베니키아 들어보셨나요?) 모르겠는데..."

<인터뷰>최선진/ 25세

“모르겠는데. (어떤 브랜드라고 생각하세요?) 의류 브랜드?”

가맹호텔이 45개에 불과하고 ‘베니키아’ 브랜드를 내걸고 있는 곳도 11곳 뿐입니다.

‘베니키아’라는 인지도가 높지 않아 중소 호텔들이 5천만원을 들여가며 간판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화인터뷰> 베니키아 가맹점

“브랜드 이미지가 높다고 하면 바꾸겠지만 그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다들..”

<인터뷰>정진만 아카시아 총지배인

“(호텔들이) 정부가 이 사업을 계속 할 것이라는 데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사업 지속성에 의심이 드니 체인으로 바꾸기에는 문제가.“.

정부는 매년 20억원씩 모두 100억원을 베니키아 사업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 중 60%가 홍보비에 들어갔지만, 정작 베니키아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30%는 베니키아 사업단 인건비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사업단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어 2년마다 사람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업의 전문성은 물론, 연결성과 지속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베니키아 가맹점

“사업단 전문성 필요. 처음엔 호텔전문가 출신 있었는데 다 바뀌었다. 전에 일을 잘 모르고 다시 반복해서 물어봄...계속 추진한 사람이 하면 좋을 텐데...”

현재는 사업단에 호텔이나 여행 쪽 전문가가 한명도 없어 탁상행정만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베니키아 체인화 사업의 핵심은 투숙객 증가.

하지만 국내외 관광객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노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인터뷰> 관광공사 관계자

“여행사와 협력해서 한 적이 없었다. 수수료 부분도 있고 호텔 쪽에서는 기존의 루트가 있어서 우리 쪽을 통해서 하지 않아도 돼서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베니키아의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수익구조가 전혀 없어 실패했습니다.

<전화인터뷰> ‘베니키아‘사업 관심업자

“베니키아 사업 민영화 된단 얘기 있어 구체적으로 알아보려고 (관광공사)들어갔었다. 민영화 계획도 구체적으로 나온 거 같지 않았다. 전체적인 시각자체가 문제가 있지 않나... 판매 쪽 마케팅에 대한 마인드가 전혀 없다.”

정부는 다시 2013년 민간이양을 목표로 올 1월 중에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전화인터뷰> 남찬호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민간이양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업이고, 국회에 2013년 목표로 한다고 양해를 구했고, 정부지원만을 기대하고 들어오는 호텔은 받을 의향 없다.”

사업주체인 관광공사는 아직 민간 이양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정작 상급기관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관광공사 관계자

“(민간이양)시기상조인 거 같은 판단이 든다. 정부에선 정부예산이 들어가니까 빨리 정리하라는 입장이고, 여긴 소속기관이니까 그 쪽 말도 따라야 되고.."

<스탠딩> 수익구조가 없는 베니키아 사업을 민간이 나서서 할리 만무한데, 정부는 계속해서 세금이 투입되다 보니 그저 발을 빼려고만 합니다.

<앵커> 홍보비만 60억원이 들어갔는데, ‘베니키아’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이 모른다는 건 좀 충격적이네요. 베니키아를 진행하는 사업단에 호텔이나 여행 쪽 전문가가 거의 없어 탁상행정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요. 다른 사업은 어떤가요?

<기자> 최근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부실한 식사문제가 불편 사항으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이참 사장이 관광공사 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식당운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어 졸속경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실한 식사문제는 중국 단체 관광객에 파는 한국 관광상품이 저가 상품이기 때문에 발생하는데요.

이 문제를 관광정책으로 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식의 대책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어 보여주기식 사업이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직원들에게 설명과 공청회 한번 없이 강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 노조는 "수익성도 떨어진다며 하나의 이벤트성 보여주기식 사업을 하라고 강요하는 거 밖에 안 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특히 공사 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모범 식당 운영이 관광공사 아이디어가 아니고 큰집에서 대책회의 중에 나온 아이디어라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참 사장의 윗선 눈치보기와 졸속 경영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무국장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진호 관광공사 사무국장

"이참 사장의 반복된 단협위반과 직원들의 정서와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을 하고 있는 독선적인 경영행태를 알리기 위해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1월 16일부터 시작했고, 3일째 진행중. 당분간 계속 진행될 걸로 생각한다."

<앵커> 이참 사장은 귀화 외국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화제가 됐었는데요. 최근에는 무리한 해외출장과 독선적인 인사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가요?

<기자>취임 후 2년 반 동안 모두 40여회에 달하는 해외출장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치면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말인데요.

진짜 문제는 횟수가 아니라 해외출장의 성격에 있습니다.

오현재 노조위원장의 말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오현재 관광공사 노조위원장

"2010년 연말, 독일 여행업자가 모두 크리스마스 휴가가서 텅 빈 독일에 이참사장이 해외 출장을 갔다.

누구를 만나러 무슨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예산까지 무리하게 전용해가며 가족까지 동반해서 갔는지..... 이외에도 무리한 해외 출장이 여러건 있다."

해외출장이라 한다면 업무를 보러 가는 것인데,

이참 사장은 현지 여행업자들이 모두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 텅 빈 독일에 가족까지 동반해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공무를 하러 갔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참 사장이 독일지사장에 지인을 임명한 것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지인 임명은 차치하고라도, 성과도 없어 직원들의 반발만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에서 들어오는 관광객 증가율이 7~8% 고속성장을 보이는 반면, 지난 2년 동안 방한 독일관광객수는 평균 0.6%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사측에선 노사갈등을 완만히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이참 사장의 잦은 해외출장이나 지인임명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러 가지 일을 시행하고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되는지 불분명해 일이 혼선을 빚고 있다고 하던데요. 어떤가요?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책을 만들면 관광공사가 실행을 하고 집행을 하는 조직이라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산재된 문제들을 누가 책임져야 되는지..대책도 없고, 그저 정책을 실행하는 게 다인 관광공사 스스로도 정체성에 혼란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보니 관광을 산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제자리에 맴돌고 있는 게 현실이고요.

직원들도 2~3년에 한 번씩 부서가 바뀌다보니 서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일의 전문성도 떨어져 이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관광공사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보다는 다른 나라처럼 관광청으로 따로 떼어서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네 신선미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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