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우려 확산에 신재정협약 무력화"

입력 2012-05-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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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앵커 > 금융의 최후 보루는 국가도 있지만 은행도 있다. 은행에 대한 믿음이 깨질 경우에 나타나는 것이 뱅크런, 이른바 출금 러시다. 유럽에서 이미 포착됐다는데.

동양증권 박문환 > 오늘 새벽 유럽증시의 움직임을 보면 그리스보다는 스페인이 더 많이 떨어졌다. 당연히 진앙지는 스페인에서 찾아야 한다. 스페인의 뱅크런 문제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뱅크런은 심리적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초기에 진화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한 리더십과 신뢰가 중요하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즉각 은행들의 거래를 중단시키고 그 다음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살려둘 은행, 그렇지 않은 은행들을 구분하고 살려둘 은행에 속한 은행들에게서는 뱅크런이 즉각 중단됐다. 그러니까 약간의 희생을 치루고 금융 시스템 전체를 살리자는 그의 전략은 적중한 셈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리더십과 더불어 신뢰가 중요하다. 어느 나라처럼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더 이상 없다고 했다가 또 부실 나오고 또 나오는 식으로 신뢰할 수 없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단지 구조조정만으로는 뱅크런을 막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결국 지급보증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문제는 혹시 독일이 반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만 독일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일단 예금한 돈은 투자한 돈과는 다르다. 예금한 돈에 대해 당연히 보장을 받아야만 금융시스템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은 독일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지난 2008년 미국에서도 한시적으로 예금보장을 2배로 늘린 적이 있었고 유럽도 예금에 대해 보장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 스페인에서 뱅크런이 또 다시 발생할 경우 ECB 차원의 지급보증을 기대하는 것은 그다지 무리한 생각은 아니다. 지금 당장 뱅크런에 대한 우려감이 시장의 발목을 잡고는 있지만 역시 시장을 무너뜨릴 악재로 보지는 않는다.

큰 뉴스는 아니지만 지난 3월 25개국 협의를 이끌어냈던 신 재정협약의 의회 비준 정도가 남았다. 최근 유럽에서는 신 재정협약에 대한 회의론이 무섭게 번져가고 있다. 심지어 독일 내부에서도 말이다.

내일 밤에는 독일에서 신 재정협약에 대해 의회 비준이 있을 예정이다. 최근 빠르게 의석을 잃고 있는 메르켈의 기민당은 비준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야당의 도움이 필요한데 사민당 등 야당에서는 오히려 올랑드가 지시하고 있는 성장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성장정책이 추가되지 않을 경우 신 재정협약의 비준에 반대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최근 메르켈은 약간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랑드 대통령이 제시했던 성장정책에 대해 의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래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생각은 되지만 언제나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사민당의 반대로 어렵사리 합의됐던 신 재정협약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면 약간의 노이즈는 만들 수 있다.

물론 단기적 노이즈다. 성장동력을 장착하자는데 중기적인 악재가 될 수는 없다. 단지 독일이 주도했던 신 재정협약이 또 독일에서 뒤집힌다면 그것 자체가 이슈가 될 수 있고 이것이 단기적으로 혼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보자는 정도의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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