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윤대 회장의 '명분과 실리'

입력 2012-07-26 17:58   수정 2012-07-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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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우리금융 입찰을 포기했다.

아까울 것이다. 아쉬움에 아직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취임한 지 2년이 넘는 어 회장은 그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포기가 더 아쉬울 지도 모른다.

MB의 낙하산이라는 일부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작품` 하나 만들어 보려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CEO로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워 할 것 없다.

최소한 이번 포기로 어 회장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KB만 믿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던 정부한테는 정말 할 만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사회는 물론 양쪽 노조까지 들고 일어난 데다. 유력 대권주자도 반대하지 않았는가?

물러날 만한 충분한 명분을 얻었다. 그거면 충분하다.

실리도 얻었다.

이번 기회에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보여주지 않았나? 정부가 추진해도 이사회가 반대하면 안 된다는 걸 세상에 보여줬다.

예전에 누가 이런 상상을 했겠나? 이사회가 반대해서 금융지주 회장이 M&A를 포기한다는 걸...

무엇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할 경우 직면할 유무형의 통합비용을 아끼지 않았나? 지금 KB가 거기다 힘을 쓸 때인가?

모양도 좋고 멋진 합병이지만 사실 실익이 없었다.

리더십이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CEO는 상황에 맞게 입장을 바꿔야 한다.

지금은 조금 민망하더라도 조직과 구성원들이 원한다면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 CEO다.

러더십을 운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묻고 싶다. 꼭 끝까지 밀어붙여야 리더십인가?

포기할 수 밖에 없어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윤대 회장의 이번 포기에는 명분과 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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