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예산·인사 사사건건 충돌…중간선거 앞 여권 갈등 표면화
트럼프, 존 튠 신임 여부에 "글쎄"…튠 "대통령은 우리 유권자 아냐"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 사이에 흐르는 이상기류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라서 귀추가 주목된다. 갈등의 중심에는 대통령과 여당의 가교 역할을 맡는 당 원내대표가 있다.
공화당 존 튠 상원 원내대표(사우스다코타)는 최근 2주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튠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한 불만이나 상원을 향한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글 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할 정도로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한다.
정국 현안을 놓고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 사이에 소통이 사라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 '충성파'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시도 때도 없이 통화하는 것과 비교된다.
변덕스럽고 거침없는 트럼프 대통령과 합리적이고 온화한 튠 원내대표의 '케미'가 처음부터 잘 맞았던 것은 아니지만, 튠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지출법안 처리를 주도했고, 관세·이민 정책도 수용했다.
양측의 관계는 올해 들어 본격적인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강경 이민단속과 대(對)이란 전쟁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독주식 국정운영으로 쌓인 불만에다 그의 공화당 예비선거(경선) 개입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비선거에서 존 코닌(텍사스)·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의 경쟁자를 지지함으로써 그들을 사실상 정계에서 내쫓았다.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수전 콜린스(메인), 랜드 폴(켄터키) 의원도 '적'으로 돌렸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에서 튠 원내대표 편이다. 튠 원내대표는 현재 53명인 당내 상원의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중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의 친(親)트럼프 의원은 12명 정도라고 CNN은 집계했다.
피아를 확실히 구별하는 정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이자 중간선거 이후 의회에 자신의 친위세력을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등을 돌린 의원들의 비협조가 잇따르면서 상원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민주당에 근소한 우위를 점한 공화당의 분열로 당장 9월 말 회계연도 종료에 따른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기능정지) 방지, 대(對)러시아 제재 법안 처리 등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 신분검사 강화법안(일명 'SAVE 법안')과 이란 전쟁 예산법안을 민주당의 반대를 우회해 처리할 수 있도록 60석을 필요로 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없애라고 튠 원내대표를 압박해왔다.
튠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소수당이 될 경우에 대비해 상원의 관행과 규칙은 지켜야 한다고 맞서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주택 공급 촉진 법안 서명 거부, 외국인 도·감청법으로 알려진 '해외정보감시법 702조' 연장 거부로 어깃장을 놨다.
그러자 핵심 부처인 법무부 장관직 인준이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좌초하고, 법무부 장관 인준 반대의 빌미가 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피해자 기금 조성이 백지화하는 등 최근의 공화당 원내지도부는 '여당 내 야당'처럼 대통령과 맞서는 형국이 됐다.
CNN은 현 여권을 "몇 달째 아군에 총을 겨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많은 사람은 이런 내분이 가뜩이나 (공화당에) 어려운 중간선거 환경을 더 나쁘게 만든다며 당혹스러워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튠 원내대표와도 막역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지난달 급사하면서 양측의 중재 역할을 할 인물도 마땅치 않게 됐다고 CNN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존 튠이 여전히 상원 원내대표 적임자라고 보나'라는 기자들 질문에 "글쎄, 앞으로 알게 될 것"이라고 확답하지 않았다.
같은날 튠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기자들을 통해 접하자 "그는 우리 선거의 유권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적 생사가 트럼프 대통령에 달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튠 원내대표는 중간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을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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