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유로존 잔류 가능성 이번주 고비"

입력 2012-08-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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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정치인들의 발언이다 보니 듣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굳이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대해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메르켈은 물론이고 독일 국민들도 유로존 붕괴를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재정통합체를 만들어 씀씀이를 조금 더 규모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니 유로존의 존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하겠다는 그녀의 발언을 굳이 가재눈을 하고 볼 필요는 없다.

또 드라기의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하며 지지한다는 취지의 메르켈의 생각 역시 진정성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드라기는 ECB가 과거처럼 자의적으로 매입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했었고 매입이 필요한 경우 문제국들의 요청이 선결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땠는가. 국채수익률이 7% 수준에 임박하게 되면 ECB가 따로 물어보지도 않고 직매입을 했었다. 그래서 금리를 낮췄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독 매입을 분명하게 배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신 ESM과 동시매입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ESM과 문제국 간에는 분명 약한 강도의 재정협약이 선결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ECB가 재정협약을 스스로 서두르는 나라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독일의 생각에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드라기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것도 진정성을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지금 또 다시 그리스를 거론하면 또 그리스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지금까지 그리스에서는 좌파정권이 너무 오랜 시간 집권하는 바람에 공무원 수가 일반 회사원 수보다 많고 심지어 부활절이나 성탄절 같은 휴일에도 휴가비를 제공하기도 했으며 일반적인 연금 이외에 추가 연금이라는 항목으로 다소 무리하게 연금이 제공되는 등 심각한 국가재정의 누수가 문제였다.

그런데 이번에 그리스 총리인 사마라스가 거의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재정감축 프로그램에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칼질이 충분히 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본 연금을 제외한 추가연금에 대해 최고 35%까지 삭감하기로 하고 공기업들의 임금이 30~35% 감축되고 말도 안 되는 각종 휴가비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공무원도 3만 4000명이나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트로이카와 약속했던 115억 유로 중 이미 108억 유로에 대해서는 어디서 돈을 줄일 것인지 확정을 시켰고 나머지도 22일 자체 회의를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금까지 가망이 거의 없다, 그리스는 퇴출될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을 했었는데 일말의 희망이 생기게 됐다.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확률이 높아졌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를 확고하게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사마라스는 하나의 조건을 추가로 제시했다. 애초에 약속했던 2014년 말까지의 시한을 2016년 말로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국제사회에 정중하게 할 생각으로 보인다.

일단 115억 유로 규모의 긴축안이 모두 결정되는 22일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회장이 아테네로 직접 간다. 그래서 사마라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모든 계획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아주 중요한 사람을 만난다. 이번 주 목요일 사마라스가 직접 자신의 재정감축안을 들고 메르켈을 찾아가 만나고 그 다음 금요일에는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버지, 저 대학 꼭 가겠습니다’라고 늘 말하는 아들을 생각해보자. 그런데 실천에 옮기지는 않고 술만 먹고 들어온다면 문제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친구가 대오각성하고 ‘부족한 수학은 포기하고 나에게 강점이 있는 언어영역에 집중해 인서울을 목표로 하기 위해 어느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달려보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면 아버지 생각이 어떨까. 물론 그래도 ‘저놈 생각이 오래 가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만약 메르켈이 사마라스가 직접 가져왔던 레시피를 문전박대 한다고 해도 시장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어차피 그리스 때문에 주가가 상승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약간 기분 나쁜 흐름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사마라스가 가져온 것이 만약 메르켈의 입맛에 맞출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스의 잔류 가능성은 획기적으로 커지게 된다. 그러면 시장은 또 한 차례 환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당연히 이번 주에 가장 눈여겨볼 사안은 이 두 정상간의 만남이다. 목요일을 눈여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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