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마이클 샌델에게 빠져드는가

입력 2012-08-27 10:02   수정 2012-08-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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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마이클 샌델에게 빠져드는가

마이클 샌델. 세계적 석학이자 하버드 대학의 최고 지성으로 평가받는 그가 지난 여름 한국을 방문했었다. 6월 1일, 초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은 선선한 저녁공기가 제법 매서울 때였다. 사람들은 그를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구름같이 몰려들었고 사전예약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였다. 당초 1만 명을 목표로 2주일 동안 사전예약을 진행하려 했으나 온라인에서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3일 만에 마감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려 1만5천명에 달하는 청중들이 마이클 샌델이 전하는 시대적 가치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노천극장이 보이는 산등성이 잔디밭에 앉아 귀를 기울이기도 했고 지역에서 일부러 올라온 수많은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다가 먼 발치에서라도 마이클 샌델을 느끼려는 듯 극장 앞 공터에 삼삼오오 둘러앉기도 했다.



그 엄청난 인파에 질서유지를 맡은 연대 학군단과 봉사 학생들이 잔뜩 긴장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강연 시간. 마치 아이돌 스타가 등장하는 듯 엄청난 함성소리가 사방을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을 가득 메운 인파에 자기 자신도 놀란 듯, 마이클 샌델 교수의 첫인사는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그것도 일순간이었다. 그는 이내 능숙한 화법과 진지한 태도로 좌중을 순식간에 휘어잡기 시작했다.

그는 질문했다. “레이디 가가의 티켓을 암표로 파는 것이 정당한가?” 순간 다양한 의견을 가진 수많은 청중의 의견이 빗발쳤고 그 옛날 고대 그리스에서 행해지던 열정의 강연이 21세기 극동의 대한민국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우리는 종교적 열정과도 비슷한 ‘마이클 샌델 신드롬’을 이해해야 한다. 그는 강연을 마치고 이미 미국 하버드 대학으로 떠나버렸지만 그가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다시 그의 강연 속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암표 문제’를 통해 ‘정당성’에 대한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시한 뒤 그 가치에서 다시 ‘교육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극적으로 끌어냈다.

즉 자신이 제시한 주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도출하고 그 의견으로 거대한 사회적 패러다임, 즉 담론의 이유를 또 한 번 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마이클 샌델은 다시 질문한다. ‘시장 거래가 만능인가?’

여기서 우리는 ‘암표 문제의 정당성’-‘교육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가’-‘시장 거래가 만능인가’라고 명명되는 창조적 토론의 미로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물론 그의 머릿속에는 예측가능한 모든 변수의 값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은 자신의 뜻을 설파하기 보다는 이 미로 같은 토론의 끝에서 청중들이 스스로 자신의 정의를 찾길 원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의 강연이 명백한 토론회의 성격을 가지고 참여형 논의구조를 가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가 튀어나온다. 국내의 몇몇 경제학자들이 지적했듯이 과연 마이클 샌델의 독특한 강의 마인드가 ‘이로운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실제로 몇몇 학자들은 대중의 의견을 섭렵하여 그 토론의 결과를 하나의 성과로 창출해내는 마이클 샌델식 토론에 의문부호를 달기도 했었다.

치밀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경제학에 각기 다른 이해관계에 놓인 대중을 무작정 대입시킨다면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제학’이라는 괴물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다.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변질되어가던 고대 그리스가 그랬듯이 마이클 샌델의 정신과 사상을 우리가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플라톤의 엘리트 정치가 종국에는 전혀 다른 순혈주의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차라리 마이클 샌델의 정신과 사상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열정이 더해지고 부족한 그 ‘무언가’를 채워나갈 타협과 보완의 문화도 성숙하다면, 마이클 샌델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에 스스로가 환호하고 빠져드는 것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것이다. 여기에 마이클 샌델의 보편타당한 열정의 근원이 숨어있다. 그는 우리에게 최선의 답을 찾아낼 열쇠를 던지고, 우리는 그 열쇠로 굳게 닫힌 진리의 문을 열면 되는 것이다. 노천극장 강연 당시 마이클 샌델은 기부입학에 따른 찬반성향을 청중에게 물으며 끊임없이 해답에 해답을 유도했었다. 가장 온전한 수단의 ‘목적화’를 확인할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전 세계 지성의 마음을 훔친 다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통해 더욱 확고한 시장경제의 담론을 제시한 마이클 샌델 교수.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특별한 담론의 장은 바로 여기 있다. 하지만 그가 다시 하버드로 떠났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미래엔㈜ 와이즈베리(대표 김영진)는 전국의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Harvard Visiting Student (하버드 참관 학생) 전국 청소년 논술대회’를 개최한다. * 논술대회 소개페이지 : http://blog.naver.com/wise_berry/

그리고 이번 대회의 최우수 당선자 2인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 청강 및 마이클 샌델 교수와의 단독 면담 기회를 갖게 된다. 주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참가자들은 ‘과거에는 시장에서 거래하지 않았으나 현재에는 거래되고 있거나, 시장 거래를 허용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논술해야 한다.

논지 전개 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책 속 사례와 비슷한 맥락의 우리나라 사례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자신의 꿈과 미래의 비전을 찾길 원하는 학생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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