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맞아도 영어만 는다면…"

입력 2012-12-17 11:15   수정 2012-12-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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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단어 200개, 무단결석 2회시 제적,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서울 고속터미널의 토플전문 어셔어학원.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토플학원 관계자는 수강료나 강의시간표, 강의내용이 아니라 수강생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명 ‘서약서’를 먼저 꺼냈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슬쩍 웃자 토플학원 관계자는 “장난이 아니다. 3일 만에 그만 두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라며 정색했다.

실제로 강의실 복도를 오가며 느낀 토플학원 분위기는 비장했다.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영어 강박증이 ‘스파르타 토플학원’ 까지 만들어 낸 샘이다.

하루 종일 토플학원에 갇히고, 혼나고, 남아서라도 각종 공인영어시험점수를 올려보겠다는 사람들로 토플학원은 북적이고 있었다.

토플학원 관계자는 “평소엔 직장인과 대학생이 주로 오지만, 방학때는 중고생까지 몰려 4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하러 온다” 면서 “면접을 보고 선별하여 수강생을 뽑는다” 라고 말했다.

토플학원에 들어오려는 수강생은 “사생활포기”, “ 무단결석 시 제적”, “술 마시거나 동조 시 제적” 이라는 내용을 담은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수업태도가 불량하거나 과제를 안해올 경우엔 심할경우 제적까지 당하기도 한다고 한다.

최근 학원을 그만 둔 A(26)씨는 “어떤 강사는 시험에서 틀린 문제 수만큼 손으로 수강생의 등을 때리기도 했다” 며 “이 나이에 맞으면서 까지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강생은 밥 먹고 잠시 쉬는 시간을 빼곤 하루 13시간을 꼼짝달싹 하지 않고 토플에 매달리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 저녁10시까지 자습이 이어진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집에 돌아가도 ‘단어200개 외워오기’ 등 산더미 같은 토플학원 숙제를 하다보면 새벽 2, 3시를 훌쩍 넘기기 일수다. 자신을 “토플 고시생” 이라고 소개한 수강생 B(33)씨는 “어떤 학생은 너무 무리해 공부하다 링거를 꼽고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라며 토플학원에 분위기를 전했다.

다 큰 성인들이 ‘모멸’을 자청하면서 제 발로 토플학원문을 두드리는 것을 추천하는 것은 무엇보다 영어점수가 입사, 승진, 유학 등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C(23,여) 씨는 “우리 사회는 영어 점수 없이는 어느것 하나 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 며 “어떻게든 고득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누가 다그쳐 줘서라도 점수가 올라가면 되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미 경영대학원(NBA)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D(31)씨는 “토플 점수 올리려고 별거 다 해봤지만 소득이 없었다” 면서 “1년 동안 이 학원을 다녀 괜찮은 NBA에 갔다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여기까지 왔다” 고 전했다.

연세대 조한혜정(사회학)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영어 공부에 몰두해 영어 스트레스 자체를 잊어버리려는 것” 이라며 “돈과 시간을 다 쏟아 부어서라도 누가 공부를 시켜주면 그 시간 만큼은 덜 불안해 지게 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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