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 W] 최저가에 멍든 세종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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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06 19:01  

<앵커>



지난 12월 중순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정부 주요부처가 세종청사에서 입주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두 달도 안돼 하자로 의심되는 누수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정부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택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무실 천장에 구멍이라도 난 듯 굵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립니다.



대형 물받이가 동원되고, 서둘러 짐을 옮기고, 아수라장이 따로 없습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세종청사 농림부 장관실입니다.



누수사고가 발생한지 며칠 뒤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흉물스런 벽지 등 누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게 지난해말 완공된 세종청사 건물들입니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입주한지 두 달만에 이 새 건물에선 세 번의 누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주한 세종청사 2동에서 처음 물이 샜고 이후 4동에 위치한 기획재정부에선 동파로 인해 물이 새는 일이 두번 발생했습니다.



5200억원을 투입해 건립한 최신 정부청사에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취재 과정에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누수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모두가 1단계 2구역에 있는 건물들이란 점입니다.



세종청사는 총 3단계로 건립되는데 단계와 구역마다 다양한 입찰 방법이 적용됐습니다.



1단계 1구역과 2구역은 각각 기술제안입찰과 최저가 낙찰제로 발주됐습니다.



2단계 1, 2구역은 턴키방식, 3단계는 최저가 낙찰제 공사입니다.



공교롭게도 최저가 낙찰제로 지어진 건물에서만 누수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세종청사관리소는 누수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습니다.



30명으로 합동점검반을 꾸려 총 4만 2천개에 달하는 스프링쿨러에 하자가 있는지 직접 확인에 들어간 겁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공무원들의 업무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신세용 세종청사관리소 기술서기관



"1월 30일부터 지금 하고 있는데 총 4만2천여개 중에서 8천여개를 해서 1월31일 현재 20% 정도 완료됐습니다. 점검을 한 결과 현재는 특별한 이상징후가 없습니다. 그리고 2월 8일까지 계속 점검하면서 이상징후가 발견될 시에는 즉시 현장에서 조치할 계획입니다."



정부 세종청사의 심장부에서 연이어 터져나온 누수 사고.



이 사고를 계기로 최저가 낙찰제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앵커> 김기자, 앞선 리포트에서도 봤듯 최저가 낙찰제로 시행한 공사에서만 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요.



이 최저가 낙찰제 공사에서만 부실이 특별히 많이 발생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원도급사는 최저가 낙찰제로 공사를 수주할 경우 하도급사에 대부분 하청을 줍니다.



원도급사가 직접 시공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를 싸게 수주한 만큼 하청업체한테도 공사를 싼 가격에 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하청받은 하도급사 역시도 손실을 안보기 최대한 비용을 적게 들여서 공사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3명을 투입해야 할 공사에 2명만 투입한다거나 숙련된 인부를 쓰는 대신 비숙련 인부를 쓰는 식입니다.



이럴 경우 공사 품질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건설업체 관계자를 만나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실태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OO건설 관계자



"건설공사는 타산업에 비해서 인건비의 비중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숙련공 일수록 노임이 아마 비싸게 책정될거 같고요. 저숙련공이나 내국인이 아닌 제3국인, 언어소통이 자유롭지 않은 인력들이 국내에 와서 공사를 하다보면 좀 시공사에 하자가 더 많을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되거든요. 장비나 자재 부분도, 자재도 아마 저가 자재 구매가 아마 될 거 같고요. 똑같은 KS 규격이라고 하더라도 조금더 나은게 있고 못한게 있다면 못한 자재가 들어갈 수 있을거 같고요."



<앵커> 최저가 낙찰제의 문제가 심각하군요.



이 제도가 건물의 품질 저하 뿐만 아니라 건설사 수익성까지 악화시키는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죠?



<기자> 그렇습니다.



다른 조건은 필요없고 오직 가격만 따지다 보니 업체들간에 무리해서 낮은 입찰 가격을 쓰게 됩니다.



무리해서라도 저가에 수주를 따내려는 이유는 건설이라는 산업의 독특한 특성 때문입니다.



건설 산업은 일정한 수주와 공사 실적이 있어야 입찰 자격이 주어지고 또 수주할 기회도 많아집니다.



최저가 낙찰제가 이런 건설산업 특성과 맞물리면서 건설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전체 공공공사의 약 45.9%를 차지하는 최저가 낙찰제 발주공사의 낙찰률은 80% 수준입니다.



낙찰률이 80%란 건 쉽게 말해 100억원을 받고 해야 할 공사를 80억원만 받고 해주고 있다는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07년 6.4%였던 건설사의 수익성은 2011년 1.4%로 급감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중인 것을 내년부터는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 시행하기로 한 겁니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 부처는 기획재정부인데요.



공사발주 금액을 절감해 줄어든 세수를 만회하기 위한게 주목적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연구기관이 발주자와 건설사 160곳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요.



이들 가운데 80%는 최저가 낙찰제로 실시한 공사에서 부실공사나 안전재해가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86%가 최저가 낙찰제의 내년 확대 시행에 반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번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연구기관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최은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



"대부분 건설업체에서 기존에 최저가 낙찰제를 반대한다는건 굉장히 많이 나왔던 결과지만 발주기관 조차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선 최저가 낙찰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최저가 낙찰제를 저희는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주장했습니다."



<앵커> 심각하군요. 최저가 낙찰제를 없앤다면 대안은 뭐가 있나요?



<기자> 건설업계와 연구기관들은 최고가치 낙찰제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최고가치 낙찰제는 입찰가격과 함께 비가격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인데요.



비가격 요소에는 공사기간, 품질, 기술개발 등이 포함됩니다.



업계와 연구기관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제도가 최저가 낙찰제 보다 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건설업계와 연구기관의 말을 이어서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상규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최저가 낙찰제를 하게 되면 공사를 발주하는 당시엔 예산을 당장 절감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 공사로 인해서 건설되는 시설물의 특성이 최소한 30년, 50년, 100년까지도 가기 때문에 싸게 건설한 것은 실지로 나중에 운영자에게 불편을 준다거나 오히려 운영 관리 비용, 유지 관리비용을 더 많이 발생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1990년대 영국에서도 싸구려와 경제성을 혼동했다, 그래서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했죠. 그래서 지금 우리 국민경제도 보다 선진국 수준으로 향해가는 이 마당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그런 기술중심, 품질 중심의 공사 발주제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뷰> 최은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



"저희는 가격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최고가치 낙찰제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랑 비슷하게 해외에선 어떻게 하느냐 보면 해외미국, 영국, 일본의 사례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들 나라에서도 1995년 이후 중반 이후부터 최저가 낙찰제의 폐해를 좀 인정하면서 최고가치 낙찰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최고가치 낙찰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게 있습니다.



비가격적 요소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건데요.



사실 최저가 낙찰제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돼 올 수 있었던 건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발주업체가 머리 아프게 고민할 것 없이 가격만 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발주자의 역량이랄게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최고가치 낙찰제 같은 선진제도 도입이 성공하려면 발주자의 역량이 중요해집니다.



이와 관련한 전문가 인터뷰를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장



"상당히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한 것이 공공발주라던가 입찰계약제도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같은 경우 3년 미만인데 외국의 경우 제가 만나보면 20년, 30년에 걸쳐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구조다 보니까 우리 건설업체 간에 기술경쟁이나 가격경쟁을 사실 발주기관 스스로가 유도하거나 또 그걸 정착하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앵커> 최근 정치권에서도 최저가 낙찰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4일 국회에선 최저가 낙찰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이 주도한 법안인데요.



개정안 발의에는 총 9명의 여야 의원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낙연 의원을 만나 법안 발의 배경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이낙연 국회의원



"최근에 지어진 모 광역자치단체 도청청사도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건 국가 체면상 용납이 안되는 문제고 중앙정부나 지방 자체단체 청사에 부실시공이 이뤄질 정도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제도부터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됐고 최저가 낙찰제에 많은 원인이 있다면 이제는 과감하게 보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도 정치권의 움직임과 같은 입장이란 점에서 제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지나친 가격위주 경쟁입찰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면 최저가 낙찰제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집니다.



<앵커> 이번 기회에 최저가 낙찰제 문제가 잘 정리되길 기대해 봅니다. 김택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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