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창 W] 복지재원 마련‥'지하경제 양성화' 실효성은

입력 2013-03-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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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이 필요합니다.

박 대통령은 세금을 더 걷는 것, 즉 증세없이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장담합니다.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증세 없이 매년 27조원을 마련한다`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닌데,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생각입니다.

신기자, 우선 지하경제의 개념 정리부터 해볼까요?

<기자> 지하경제란 마땅히 세금을 내야 할 대상인데 그 동안 세금을 내지 않아온 모든 거래를 말합니다.

조폭이나 불법 외화반출도 이에 해당되지만 가장 흔한 지하경제는 전통시장, 음식점처럼 현금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는 곳에 있습니다.

“현금으로 계산하면 10% 빼드릴게요.”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음식을 먹고 나면 식당 주인이 이렇게 제안을 하는데, 손님은 돈을 적게 낼 수 있어 선뜻 현금으로 계산을 하게 됩니다.

식당 주인은 주인대로 현금거래를 하면 소득을 숨길 수 있어 소득세를 덜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민모두가 쉽게 탈세를 하게 되는데요.

국제투명성기구가 부패도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75개국 중 45위를 기록해 전년보다 3단계 정도 추락했습니다.

45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GDP 규모가 세계 10위이고 무역규모가 세계 8위인 것을 감안하면 경제규모에 비해 부패가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하경제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인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인철 기자 리포트>

<기자> 새 정부 복지재원 마련의 키를 쥐고 있는 지하경제.

지하경제란 조세탈피화 탈세 목적으로 공식 통계에 잡히는 않는 불법 거래로 정확한 규모는 발표기관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GDP 대비 17%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고 지난해 우리나라 GDP가 1200조원대임을 감안하면 200조원에서 최대 300조원의 검은 돈이 음성화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

"복지 재원 마련도 그렇고 조세정의와 공평과세 차원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는 필요하다. 또한 성실납세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불법거래에 대한 처벌은 강화해야한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제도가 활성화돼 과거보다 세원 노출이 상당부분 양성화됐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지하경제 추정치는 제각각이다. (GDP)의 15~30% 다양하다. 여기에 실제로 재원으로 확보할수 있는 규모는 1~2% 수준으로 미미할수 있다.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수도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조세 부담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큽니다.

자칫 조세회피를 유발해 또 다른 지하경제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는 조세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라는 점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는 필요합니다.

다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검증과 접근이 요구됩니다.

<앵커> 기관마다 지하경제 규모 추산이 제각각이군요.

사실상 고무줄 추산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양성화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세수 규모를 정하는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기자> 추정하는 방식과 기관에 따라 격차가 워낙 커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조세연구원의 자료는 GDP 대비 17~19%.

국제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국제비교로 보면 GDP 대비 27%입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파악하는 규모는 GDP 대비 35%입니다.

이처럼 지하경제 규모 자체는 통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정 방식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로 잡힌 통계 규모로도 GDP대비 17%.

우리나라 경제발전 단계와 비슷한 국가의 지하경제 규모가 GDP 대비 10% 내외인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부패수준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소득 파악이 힘든 자영업자의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율도 48%에 달해, 고소득 자영업자 2명중 1명은 탈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인수위원회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20조원 정도의 세수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새 정부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섰습니다.

지하경제양성화 뿐만 아니라 탈세의혹이 있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김덕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덕조 기자 리포트>

<기자> 새정부 복지재원 확보의 총대를 멘 국세청.

이러한 국세청이 세원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세수확보가 용이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시작됐습니다.

SK그룹의 SK케미칼을 시작으로 CJ그룹의 CJ E&M, 롯데그룹의 롯데호텔, 그리고 LS그룹 계열의 E1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중입니다.

르노삼성은 이미 700억원의 추징금을 맞았고, 금융권에서는 SC은행과 국민은행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던 과세 사각지대도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타깃은 지하경제.

금융위원회와 마찰을 빚으면서도 금융정보분석원의 금융거래정보를 들여다봐 연간 4조원에서 10조원에 가까운 세수를 지하경제에서 걷겠다는 의도입니다.

<녹취>국세청 관계자

"FIU에 접수된 자금세탁거래 30만건, 고액현금거래 1100만건 중 2.5% 활용. 국가세수에 상당한 이바지. 나머지 100% 활용할 경우 천문학적인(세수증대 가능)"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번째 조치로 국세청은 연 2조원대의 탈세가 이뤄지는 가짜석유업자들의 세무조사를 위해 가짜석유 기동추적조사팀을 신설하고 40여명의 인원을 전국 지방국세청 조사국에 배치했습니다.

역외탈세와의 전쟁도 시작했습니다.

한 영국의 NG0단체가 추산한 한국의 해외은닉자산 규모는 860조원.

하지만 지난해 신고된 해외금융계좌자산은 18조6천억원에 불과해 국세청은 거액 자산가와 기업들을 중심으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징액은 2010년 5019억, 2011년 9637억원, 그리고 2012년 상반기 4897억원을 추징하는데 그쳤습니다.

변호사, 회계사, 골프장, 유흥업소 등 탈세 가능성이 큰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도 강화됐습니다.

현재 차명계좌 포상금제 등을 이용해 수십명의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차명계좌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과세범위도 확대합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기준이 2천만원으로 하향된 것과는 별개로 자본시장육성 등의 이유로 과세하지 않았던 금융소득에 대해 과세로 전환합니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도 재추진합니다.

<싱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근로소득, 사업소득, 금융소득, 부동산 소득 등 소득원천별 과세형평성도 높여야 합니다.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과세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습니다"

하지만 조세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기업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벌 길들이기식의 세무조사가 이뤄져왔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영세 자영업자들 역시 얼마 안 되는 소득마저 세금으로 나갈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국세청 직원들이 기업세무조사 당시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국세청의 심리적 부담도 큰 상태입니다.



<앵커> 지하경제에서 누수되는 세금만 제대로 찾아내더라도 조세부담률을 상당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인 것 같은데요.

이 외에도 다른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지하경제 양성화와 같이 숨은 재원을 찾는 노력도 있지만, 새는 세금을 잡아내는 방법에 대한 노력도 있습니다.

현재 부가가치세 납부 방법으로는 체납과 탈루가 가능한 만큼 납부 방식을 변경하는 것과 감세액을 줄이기 위해 비과세를 정비하는 것이 대안으로 나왔습니다.

영상 먼저 보겠습니다.

<신선미 기자 리포트>

<기자> 부가가치세는 현재 국세수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지난해 전체 세수 203조원 가운데 27%인 55조원이 부가가치세에서 걷혔습니다.

물건을 사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면 제품 가격의 10%를 더 내게 되는데, 그게 바로 부가가치세입니다.

소비자가 직접 국가에 세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이처럼 제품을 판매한 사업자가 일괄적으로 국가에 납부하고 있어 간접세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바로 이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혹은 체납이 발생합니다.

2011년 기준으로 체납비율은 11.3%, 6조 7천억원이나 됩니다.

이러한 체납과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국가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거래 흐름은 그대로 놔두고 현금의 부가세 흐름만 국고로 와서 공급자로 가도록 하면 현 문제점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신용카드사를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의무자로 두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1천원짜리 물건을 샀을 때 카드업체가 900원은 판매자에게 나머지 100원은 국세청에 보내는 식입니다.

바로 전면적인 시행은 어렵겠지만, 바꿨을 경우, 세수증대효과는 연간 최대 7조원+알파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를 통한 세수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세감면액은 연간 30조원 내외.

이 가운데 57%에 해당되는 17조원만이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게 지원됐고, 39%인 12조원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갔습니다.

따라서 고소득자에 유리한 소득공제 또는 비과세 형태는 세수기반 확충을 위해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더불어 향후 국세감면액 10%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세지출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조세지출 항목에 대한 축소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을 적용해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연간 세수는 10조원.

증세 없이 박 대통령 임기 내 5년 동안 135조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증세 없이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있군요.

다만 무작정 예산확보를 위해 국세청을 동원하고 부가가치세 납세방식을 바꿀 경우 부작용만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지하경제 양성화는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논란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서민을 위한 복지재원을 만든다면서 서민,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의 속주머니까지 훑어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탈세의 빌미가 되는 현금거래가 많은 업종에 대해서는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제도정비가 우선돼야 합니다.

특히 예식장 등 대규모 현금 수입업종과 성형외과 등 고소득 전문업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채찍과 함께 성실하게 납세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당근’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또 고의적인 매출누락 행태가 만연해있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는 폐지해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 영세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부가세 납부의무 면제금액을 상향조정하고 간이과세제 폐지로 확보된 세수를 영세사업자 보조에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와 함께 지하경제 양성화의 선봉 역할을 함으로써 권한이 막강해질 국세청에 대한 견제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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