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W] '경제는 심리다'‥경제민주화법 논란

정원우 기자

입력 2013-04-24 19:05  

[박병연 기자 리포트]
<기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 입법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 확대나 일자리 창출 등 경제위기 극복에 필요한 기업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힘들 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경제계는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여러 가지 변수들을 따져보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경제민주화가 일부 필요합니다만 개별적인 입법을 통해서 강제하기 보다는 기존의 법을 통해서 불공정한 것을 개선할 수 있고, 다른 경우에도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것 같고요.”
정치권은 물론 정부조차 경제민주화의 명확한 개념과 지향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정부 내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일관성있게 끌고 갈 구심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책 추진 주체가 불분명하다 보니, 부처별로 그 때 그 때 분위기에 따라 설익은 내용의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입니다.
<인터뷰> 추광호 전경련 기업정책팀장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면 모든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기업이 내부거래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일감몰아주기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은 과잉입법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박근혜 정부의 핵심 가치인 창조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시장의 창의성이 마련되고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조하는 게 창조경제라고 봤을 때 규제를 강화해서 기업을 옥죌 경우 기업의 창의성을 상당히 억제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인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가 명확한 실행 로드맵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추진될 경우, 국정 난맥상을 초래할 것이란 의미입니다.

<앵커-1> 요즘 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상임위는 정무위원회입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다루는 곳이 정무위이기 때문입니다.
정봉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정무위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법안부터 짚어주시죠.

<기자-1> 이달들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가 굉장히 뜨겁습니다. 9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2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그리고 편의점 등 가맹점들이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영업지역 안에 신규 직영점이나 가맹점 설치를 금지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각각 의결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은 재벌 총수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인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4월 국회 통과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앵커-2>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이군요. 원론적으로 돌아가서 우선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2> 경제민주화. 대한민국 헌법(119조2항)에 나오는 말입니다. 자유주의 시장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균등한 기회 보장을 통해 경제적 평등을 달성하겠다는 것.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주화를 경제영역에서도 달성하겠다는 것인데요.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입니다. 우선 공약을 다시 한번 짚어보면 크게 5개 중점 추진 사항이 있습니다.

1. 경제적 약자의 확실한 권익 보호
2. 공정거래 관련법의 집행체계 획기적 개선
3. 대기업집단 관련 불법행위 총수일가 사익편취 엄격 대처
4. 기업 지배구조 개선
5. 금산분리 강화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공약한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에 임기 안에 큰 방향에서는 모두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3> 경제민주화가 취지는 좋다고 해도 어찌됐든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말그대로 과잉 규제 논란인데. 쟁점은 무엇인가요?

<기자-3> 우리가 통칭해서 경제민주화법이라고 부르지만 세부적으로 3가지 법에 대한 개정이 진행 중입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경제민주화 법안과 관련해서 쟁점은 무엇인지 리포트로 확인하시겠습니다.

[정봉구 기자 리포트]
<기자>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 계열사 거래규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까지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의원들이 너무 공부가 안돼 있습니다. 설익은 정책들을 마구마구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입니다. 제재하자는 쪽은 대기업이 총수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 도구로 활용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경쟁기업의 사업기회를 박탈해왔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재계는 일감을 계열사에 줄 것인지 아웃소싱을 줄 것인지는 기업 CEO의 판단과 경영전략 문제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기업이 몸집을 불릴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막겠다는 취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이미 국회 정무위를 통과해 올해 도입됩니다.
불공정 행위로 인한 피해금액의 몇 배를 배상하도록 해 대기업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막겠다는 것인데 협력업체가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과 함께 기업 옥죄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또 추후 소비자들에게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기업의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집단소송제도와 기업의 공정거래 위반행위를 중지시킬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 도입 역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 사인의 금지청구 등 사(私)적 집행 수단을 확대 도입하는 것은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기존 공(公)적 집행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중 제재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기업 옥죄기인가, 공정한 시장경쟁 확립인가. 팽팽한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앵커-4> 결국 기업들로서는 과도한 규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 정치권과 정부의 의지는 일부 규제를 해서라도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점은 결국 새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4>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고 필연적으로 대기업이 지금껏 해왔던 활동을 일부 제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되고 있는 법안을 봐도 앞으로 심사를 앞두고 있는 법안을 봐도 실제 대기업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새정부의 경제기조는 보다 자유롭고 혁신적인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창조경제인데 언뜻보면 이런 부분이 상충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동안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입 문제라든가 단가 후려치기라든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창의적인 사고를 억누르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제재한다는 것은 엄연히 말하면 상충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가 있었는데요.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일부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관련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장이 공정하지 못하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이고, 그것을 책임지고 있는 여러분이야말로 새 정부 경제정책 성공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기업이 일부 규제에 반발할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가 양립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5> 그런가하면 최근 정부에서는 속도조절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감한 법안이 남아있는만큼 앞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다는 전망이겠죠?

<기자-5>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당내부거래 규제, 즉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겠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는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 여야가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어서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상반기 안에 처리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고요.
경제는 심리라는 측면에서 기업들도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예상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을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는 아니다”라고 발언하면서 정치권도 당장 속도를 내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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