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남아공 리스크 확산 우려, 변동성 확대 불가피"

입력 2013-06-05 09:27   수정 2013-06-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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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경제연구소 정명수> 과거 동서 냉전시대에 국제정치를 총괄하는 이론으로는 약한 고리 이론, 도미노 이론 등이 있다. 냉전의 주축국인 미국과 소련이지만 사실 둘의 긴장도가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문제가 터지는 것은 그 나라와 상관 없는 주변의 변방국, 약소국이다. 우리나라 6·25나 베트남 전쟁, 쿠바 사태 등이 대표적인데 팽팽한 긴장 속에서 공격 대상은 강대국이 아니라 약소국, 약한 고리라는 의미다.
지금 미국과 일본시장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상승, 하락을 반복하는 혼란스러운 시장이 되다 보니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머징 마켓 중 일부 국가에서는 풍전등화의 위기라고 표현할 정도의 위기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터키나 남아공 등이 그런 상황이다.
터키의 경우 반정부 시위가 굉장히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주가지수가 폭락하고 남아공의 경우에는 탄광노조의 파업 등이 겹치면서 경기 둔화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아공은 랜드라는 화폐 단위를 쓰고 있는데 랜드의 환율동향을 보면 금융위기가 아니냐는 위기감이 들 정도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이런 주변국가들의 움직임이 과연 우리나라와 무슨 관계가 있을지 의아해할 수 있는데 몇 달 전에 있었던 키프로스 사태도 유럽시장의 홍역을 가지고 왔고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도미노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군데가 넘어지면 연달아 주변국가로 위기가 전염되는 것이다. 터키와 남아공에 들어가 있는 선진국의 자본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자금들이 탈출을 하게 되면 글로벌 마켓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국제 자금의 이동이 굉장히 자유로워져 있기 때문에 먼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엔저나 수급상황으로 보면 뱅가드 펀드의 지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매물 때문에 선진국 시장과 괴리되어 있는 디커플링 상태에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이머징 마켓 국가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자산시장의 상황을 보면 미국의 양적완화나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 유동성 확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주요 이머징 마켓 국가들의 1년 간 주가지수 차트를 보면 전형적으로 우상향하는 유동성 랠리를 보여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뉴질랜드 등의 주식시장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속도감 있게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펀더멘탈이 좋은 것도 있지만 선진국에서 시작된 유동성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에도 버블 논쟁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머징 마켓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 또 단기간에 자금이 유입된 규모를 생각했을 때 선진국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출구전략의 시기와 방법 등 여파가 이들 국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 자금의 냉혹함은 우리가 이미 IMF 외환위기 당시 경험했다.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에서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 찾는 활동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이 단순하게 정치, 사회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터키나 남아공 만의 문제는 아니다.
약한 고리는 어느 나라, 어느 시장이든 될 수 있다. 경제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는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호주와 브라질을 들 수 있다. 호주의 주식시장과 브라질 주식시장도 등락이 있다. 특히 호주는 추세적으로 우상향하는 그림을 그려왔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자원 수출이라는 산업 특성을 호주가 가지고 있는데 호주에는 사실 이렇다 할 제조업이 없다. 없는 상태에서도 주가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자원 수출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중국에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이후 급속한 경기부양이나 경기진작보다 부패척결이나 구조적인 문제에 치중하면서 호주의 자원수출이 타격을 받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호주 중앙은행이 부랴부랴 금리도 낮추게 됐는데 금리를 낮추니 호주 달러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그래서 호주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가 되고 있다.
브라질도 비슷한 궤적을 가지고 있다. 브라질은 한때 올림픽도 열고 월드컵도 개최해 굉장히 주목을 받는 이머징 마켓이었는데 호주와 비슷하게 자원수출 관련해 문제가 생기고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며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앙등하는 상황이 되어 브라질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을 하는 상황까지 됐다. 브라질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3700억 달러로 상당히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장상황을 겪고 있다. 지금은 튼튼해 보일지 몰라도 경제상황의 급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위기는 올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의 김중수 총재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매끄럽게 되기 어렵다, 그렇게 될 때마다 시장이 출렁거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치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같은 코멘트였는데 사실 우리나라도 그런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있지 않다. 중앙은행이라면 단순한 코멘트나 분석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맞다.
우선 미국과 일본의 유동성 축소가 어떤 루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돈을 풀어 시장을 끌어올릴 때는 굉장히 쉽지만 그 돈줄을 잠그는 방식은 굉장히 어렵다. 시장은 돈이 풀려 나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굉장히 강한 속도로 달려왔는데 누구나 이런 고통스러운 되돌림은 싫어하게 된다. 그러면 저항과 반발이 발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진다.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의 오바마와 버냉키, 일본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 페어다. 정책 사이드와 중앙은행 총재의 페어가 두 국가가 양적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을 때와 다른 상황에 직면해있다는 것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재선이 되어 강력한 정책을 펼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세무조사 논란 스캔들이나 AP통신 기자에 대한 도, 감청 문제 등으로 굉장히 수세에 몰려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퀘스터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공화당의 공세에 대해 백악관이 힘을 얻지 못하게 되면 재정의 축이 무너지는 위험함이 있다.
동시에 버냉키 의장은 올해를 끝으로 내년 초에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라고 하는 정책의 입안자이고 그것을 추진해온 사람인데 버냉키의 임기 종료가 양적완화의 축소 논란과 겹쳐지게 된다. 과거 힘 있게 정책을 밀어줘야 할 백악관이 흔들리고 있고 버냉키가 물러나야 될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 자체를 시장 입장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 정권에 7월 참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지금까지는 지지율이 굉장히 높으며 경제상황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수입물가 상승이라는 부분에 있어 문제점을 도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베노믹스가 물가는 2%로 올리면서 제로 금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모순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지도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달러엔이 어제 뉴욕시장에서는 다시 100엔선으로 올라갔지만 한 달 전 구로다 총재가 취임하기 전 상황으로 돌아가 있다. 체면을 구긴 것인데 중앙은행이 시장에 대해 갖는 지배력이 약화되었다고 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
과거 그린스펀 연준의장이 마에스트로라는 칭송을 받았지만 임기 말에 굉장히 여러 가지 정책들이 비판을 받고 있다. 정책을 하는 사람들이 흔들리게 되면 시장에 저항, 변동성의 강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굉장히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최근 시장은 프로들의 시장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입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런 이머징 마켓의 유동성 장세를 충분히 누린 국가들은 고점에서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쪽으로 돈이 오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 흐름이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가을부터는 양적완화의 축소가 미국이든 일본이든 어떤 형태로든 정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굉장히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투자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다양하게 가져가고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유사시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만약 가을 이후 선진국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이머징 마켓에서도 더 이상 위기상황이 증폭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온다는 전제 하에서 유동성이 있는 종목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당분간은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 채권시장에 큰 출렁거림이 계속해서 올 것이다. 이에 대한 심리적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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