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불 붙은 '담배 전쟁'

입력 2014-04-16 17:48  

<앵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규모가 540억원에 달하는데, 흡연 피해에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임동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등 국내외 담배회사 4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공단이 흡연과 관련된 질병 치료에 부담한 진료비를 되돌려 받겠다는 것입니다.
손해배상청구액은 537억원.
이는 흡연과 관련성이 큰 폐암과 후두암 환자들 가운데 20년 이상 하루 한 갑씩 흡연했고, 흡연기간이 30년을 넘는 사례에 대해 공단이 10년 간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입니다.
공단은 애초 2천300억 원대의 소송가액을 검토했지만 승소확률을 높이기 규모를 줄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소송 과정에서 청구액을 1조 7천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공단의 소송에 대해 의약단체뿐 아니라 지역 기초·광역의회, 시민단체 등의 지지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 측의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지난달 24일 담배소송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 열린 건보공단 임시 이사회에도 기재부 관계자는 불참했고 소송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만을 전했습니다.
기재부는 KT&G의 전신인 담배인삼공사를 관할했던 부처인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복지부도 담배소송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한 발 물러서 있습니다.
매년 6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담배를 통해 거둬들이고 있어 정부가 이번 소송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그동안 개인만이 제기했던 담배소송에 정부기관이 직접 나서면서 담배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임동진입니다.

<앵커> 산업경제팀 채주연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여태까지 개인들이 제기한 담배관련 소송에서는 한 건도 승소한 전례가 없는데요.

최근에도 수 년에 걸쳐 진행된 흡연 피해 소송에서 개인들이 패소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0일에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요.

담배소송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무려 15년 간 이어진 소송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대법원은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흡연이 암 발병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환자별로 다른 환경적이나 유전적인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특히 기호식품인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지속적으로 흡연한 개인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에 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개인 선택의 문제와 인과관계 입증이 승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입니다.


<앵커> 개인들의 패소에도 불구하고 공단에선 승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데요.
어떤 측면에서 이같이 판단하는 걸까요?

<기자> 건보공단은 기관 특성상 흡연 피해자들의 의료기록이나 의학적 자료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입니다.

개인들이 제기한 소송과 달리, 흡연과 폐암 등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한 만큼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인데요.

앞서 보셨듯이 건보공단은 흡연과의 인과성이 높은 3가지 암, 또 환자들 가운데에서도 20년 이상 하루 한갑씩 흡연한 경우 등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담배의 기호성에 대해서는 중독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접근해 승소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앵커> 개인과의 소송에서는 담배회사가 자료 공개를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공단이 아무리 많은 자료를 확보한 들, 담배회사 내부에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 부분은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네요.

<기자> 건보공단은 국내 기업인 KT&G 대신에 해외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와 BAT(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의 자료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들 기업들은 해외에서 수 차례의 소송을 겪는 과정에서 많은 자료가 공개됐기 때문인데요.

담배의 성분이나 제조과정 등 중독성과 유해성 입증에 필요한 일부 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데요.
해외기업 자료는 공개돼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의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우리나라 법 체계의 맹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으로 의료 사고를 비롯해, 손해배상상 등의 소송에서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인과관계를 입증토록 하고 있는데요.

반면 대다수 선진국에선 피고가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소송에 휘말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료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무고함을 증명하려는 입장에선 온갖 증거를 모아오겠지만, 국내처럼 피해를 본 쪽이 상대방의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체계에선 기업들이 자료를 꽁꽁 싸매고 공개하지 않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담배 관련 소송에서 흡연자가 승소한 사례가 많이 있습니까?

<기자> 1950년대 미국에서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소송이 처음 제기됐습니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폭넓게 흡연 피해를 인정하고 있는 편인데요.

1994년에는 미시시피주 법무부 장관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주 정부가 지출한 흡연관련 의료비를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는데요.
미시시피주는 담배회사와 개별 합의를 통해 배상금액을 확정했습니다.

2009년에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필립모리스에 7천950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을 선고하기도 했구요.

카지노 근로자가 간접흡연 노출에 따른 폐암을 주장한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같은 해외 사례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흡연자의 선택의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는 편이어서,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누르고 처음으로 승소하게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앵커>국내 대표 담배회사인 KT&G의 전신은 한국담배인삼공사죠.
공기업에서 담배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흡연자 진료비를 문제로 공공기관이 소송을 걸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네요.
채주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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