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눈가가 찢어진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한 부모의 분통 터지는 사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글쓴이 A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께 다친 아이를 감싸 안고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조모(1·여)양은 걷는 게 한창 재미있을 나이라 방 이쪽저쪽을 아장아장 걸어 다니다 수납장에 눈 쪽을 부딪쳤다. 눈가에서 피가 흐르는 조양을 보고 깜짝 놀란 어머니 강모(34·여) 씨는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목청이 떨어져라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강씨의 어머니가 접수하는 동안 강씨는 응급실 안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힐까 봐 응급실 밖에서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접수한 뒤로 40∼50분가량이 지났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인턴은 그제야 조양 상처에 간단한 소독을 했다. 그러고서 인턴은 상처 부위를 찍어 담당 주치의에게 전송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강씨에게 다가온 인턴은 마취해야 한다고 했고, 뒤늦게 병원을 찾은 강씨 아버지는 "왜 의사가 아이 상태도 안 보고 마취를 결정하느냐"고 따졌다.
조양 상처 사진을 받아본 주치의의 결정이라고 했다. 찢어진 조양의 눈가 6곳에 주삿바늘을 꽂았다. 마취하는 모습조차 차마 지켜보지 못한 강씨는 얼른 치료를 받고 이곳을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마취한 지 30분이 지났다. 부분 마취라 약효가 얼마나 갈지도 모르는데 주치의라는 사람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병원에서는 수면안정제를 조양에게 먹여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 `맘카페`에서 수면안정제의 부작용을 익히 들었던 터라 아이에게 먹이고 싶지 않았지만, 강씨는 얼른 치료를 받게 하고 싶었다. 강씨는 울고불고 구토까지 하는 아이에게 꾸역꾸역 수면안정제를 먹였고 조양은 잠이 들었다. 아기를 재워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먹인 수면안정제였다.
강씨는 의료진에게 다가가 치료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한 의료진은 `아기가 흔들어도 안 일어나느냐`고 물었다. 그러고서 또 1시간이 흘렀다. 담당 의사는 내려오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강씨와 가족들은 응급실에 도착한 지 4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쯤 강하게 항의했다.
주치의 행방을 묻는 이들에게 응급실 간호사는 `그건 우리도 모른다. 계속 의사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강씨 가족과 같이 `의사는 언제 오느냐`고 묻는 환자들에게 한 간호사는 `언젠가 오시겠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강씨는 아픈 아이를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면 또 마취해야 하는 상황을 반복하기 싫어서 의사를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가족이 의료진에 항의한 사실을 알면 뒤늦게 도착한 의사가 치료 도중에 아이에게 해코지할까 봐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다 표현하지도 못했다.
다시 2시간이 흘렀다. 2번째 놓은 마취마저 풀린 조양을 업고 강씨 가족은 응급실을 나와야 했다. 응급실이 떠나가라 우는 아이에게 2차례 마취를 하고 6시간 동안 받은 치료라곤 상처 소독뿐이었다.
강씨는 10일 오전 5시 40분께 병원 응급실을 나와 오전 8시에 진료가 시작되는 개인병원을 찾아야 했다.
강씨 가족이 해당 내용을 SNS에 올리자 누리꾼 1만 3000여명이 글을 보고 댓글 수십 개를 다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나도 해당 병원에서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이 병원을 절대 가지 않는다` `병원 단단히 미쳤다. 어떻게 애를…` 등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조양 부모들이 아이를 응급 진료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다"며 "당시에 당직을 섰던 해당 의사를 상대로 경위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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