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풍향계] 탈 많고 말 많은 오스트리아 관광청의 원정대 모집 이벤트

지수희 기자

입력 2016-09-28 17:31   수정 2016-09-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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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관광청이 원정대 모집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홍역을 치뤘다.

이미 선발 대상자를 내정한 뒤 요식 행위로 이벤트를 진행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은 8월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원정대 지원자를 접수받았다. 지원방법은 이벤트 공지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공유하고 지원서 양식(PPT)에 맞춰 작성하는 것이었다.



(▲사진=오스트리아 원정대 모집 공고)

이 기간 총 312건의 지원서가 접수됐다. 그런데 접수 마감 다음날인 8일부터 면접이 진행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원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정성껏 제출한 지원서를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은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실제로 페이스북 댓글에는 "지원서를 마감하자마자 면접을 진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합격자 발표 이후에는 논란이 더욱 커졌다. 합격자들의 SNS에는 당초 오스트리아 관광청이 지원 자격으로 제시한 `이벤트 공유` 포스트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지원자는 "보통 여행 이벤트의 경우 당첨자들이 감사인사나 기쁨을 표시하는 글들을 올리는데 그런 글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며 내정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오스트리아 관광청은 합격자가 발표된지 열흘이 지나서 `공식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접수된 원서는 모두 읽어봤고 원정대 선발 과정은 공정하게 진행됐다"며 "당첨자가 내정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면접 논란과 관련해서는 "원정대 특성상 팀단위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후 스케줄을 모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기 위한 확인절차였을 뿐 면접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사진=오스트리아 관광청 해명글과 댓글 캡쳐)

하지만 지원자들은 관광청의 이같은 해명을 납득하지 못했고 오히려 합격자 이름이 적힌 페이지가 삭제된 것에 대해 더욱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오스트리아 원정대 이벤트는 광고홍보 대행사인 허밍IMC의 자회사 크레인커뮤니케이션즈가 진행했다.

크레이커뮤니케이션즈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크레이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내정자가 있었다는 것은 정말 사실이 아니다. 페이스북 댓글 상에서 내정자가 있다고 의견을 몰아가는 주요 몇명은 실제 원정대에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지원을 하지 않아 따로 연락할 길이 없어 공식입장을 밝히며 메일을 통해 질문을 달라고 했지만 떨어진 딱 한명의 지원자만 메일이 왔을 뿐"이라며 답답해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SNS공유`조건에 대해서는 "지원절차를 설명한 것이었을 뿐 합격을 위한 조건은 아니었다"며 "이 부분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합격자 발표 페이지 삭제건에 대해서는 "우리는 `원정대 모집 이벤트`만 담당했을 뿐 오스트리아 관광청 페이스북 운영은 다른 대행사에서 하고 있어 삭제 등의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또 오스트리아 관광청 관계자는 "논란 상황에 합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추가로 해명했다.

내정자 설이 허위사실이라면 왜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트레이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클라이언트인 오스트리아 관광청 측과 협의했지만 법적대응 등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 오히려 여론이 더 안좋아질 수 있다는 관광청측의 의견을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현재 오스트리아 관광청 페이스북에는 크레인커뮤니케이션즈의 입장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여전히 많은 참여자들이 `내정자`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답글들이 남아있다.



◇ `좋은 예` 도미노피자 소셜미디어 리스크 대응

2009년 미국의 한 마을에서 도미노피자 직원이 스틱치즈를 자신의 코에 넣었다가 다시 샌드위치에 넣는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은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전달됐고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문제의 도미노피자 동영상)

도미노피자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사건 발생 15분 만에 사실을 인지하고 30분 만에 전사적인 조사를 펼쳤으며 다행히 이 피자가 고객에게 배달되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사건발생 44시간 만에 패트릭 도일(Patric Doyle) 북미 총괄사장이 직접나섰다.

도일은 사과 영상에 직접 출연해 "도미노는 자체조사를 통해 해당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피자는 다행히 배달되지 않았다"며 사건 경위와 현재 상황을 사실 그대로 전달했다.


(▲사진=패트릭 도일(Patric Doyle) 도미노피자 북미 총괄사장의 사과동영상)

이내 불매운동은 잠잠해졌고 여론은 피자 브랜드와 상관없이 철없는 직원들의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수렴됐다.

즉각적인 대응과 진정한 사과가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셜 콘텐츠는 초단위로 불특정 다수에게 퍼지기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생각지도 못했던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기업은 이 사실은 제대로 인지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진정성있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린 교수는 또 "소셜 미디어가 좋은 마케팅 채널이긴 하지만 소비자와 지나치게 맞닿아 있어 이를 악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기업이 필요 이상으로 대응을 할 경우 비용이 늘어나는 건 물론이고 기업 본연의 활동까지 위축되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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