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11] 김동환의 시선 <미필적 고의>

입력 2016-10-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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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미필적 고의` 입니다.

    자기의 행위로부터 어떤 결과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생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인정하고 있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즉,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것을 뜻합니다.

    한미약품의 호재 즉시, 공시 악재, 늑장 공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말이 바로 미필적 고의입니다. 거래소와 한미약품이 서로의 탓을 하지만 양측 모두 이걸 그냥 뒀을 경우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지 뻔히 알면서도 시간을 끌었고, 또 이것을 방기했다면 양측 모두 광의의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현행 규정을 어긴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고 또 선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에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막지 못할 불가항력적인 사태였나 돌이켜 보면 이런 변명은 소도 웃을 일 아닙니까?

    자본주의는 사익의 추구가 기본이고 그 한계를 규정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익의 추구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공공의 선을 훼손시키면 공권력이 나서서 규제하고 응당한 처벌을 하면서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거죠.

    문제는 그 규정과 법이 모든 참여자의 의도를 일일이 다 제약할 수 없는 경우 발생하죠. 이번 한미약품 사태로 본 우리 공시 제도가 그렇게 허술한 법 제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작년 한해 동안 무려 8조 원이 넘는 신약 기술을 수출하면서 우리 제약 바이오 산업의 신기원을 열었던 한미약품이기에 투자자들의 실망, 아니 분노는 더 큰 것입니다.

    신약 개발, 그리 쉬운 게 아니란 것을 다 압니다. 그리고 우리 제약 업계의 열악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른바 라이선스 아웃, 임상이 끝나고 제품화하기 전에 기술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류의 임상 중단은 예고된 일입니다.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들이 아예 의도를 가지고 뉴 페이스의 싹을 자르기 위한 의도를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이런 악재는 한미약품의 잘 못도 아니고 앞으로도 한미약품뿐만 아니라 우리 신약 개발 제약, 바이오사들이 당할 일들 입니다.

    즉각적으로 알렸더라면 이런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조사 중에 있는 상황에 대해 더 이상의 추론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해도 한미약품은 잘 못 한 겁니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도 또 오늘도 실험실에서 밤을 세우며 신약 하나만을 보고 전 인생을 바치고 있을 연구자들과 기업가들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세계적 제약사들이 한해 동안 신약 등에 쓰이는 R&D 비용이 우리 돈으로 100조 원 정도입니다. 그 중에 절반은 미국에서 쓰입니다. 한미 약품이 10년 이상 쓴 연구 개발비가 채 1조 원이 안되고 우리 선두권 제약사들의 매출이 이제 겨우 1조 원을 넘습니다.

    일본의 학자가 작년에 이어 또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습니다. 곧 발표될 화학상도 기대한다고 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가 글로벌 제약 강국이 될 토양은 없습니다. 그래서 한미약품의 성과에 열광했고 제발 기술수출 중에 다만 한 두건이라도 제품화에 성공해서 우리 제약 산업의 새로운 디딤돌이 되어줄 것을 기대했던 겁니다.

    세계 제약업계를 선도하는 노바티스, 로슈 모두 스위스 회사들입니다. 우리라고 못할 거 없습니다. 그러나 그 출발은 정직함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기술, 정직함이 없으면 독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픔이 있더라도 이번 사태는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혀야 하고 한치라도 의도를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도 전 세계인을 질병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키는 신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진정한 토양을 만드는 일일 것이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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