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음유시인' 밥 딜런, '깜짝' 노벨문학상…“귀를 위한 시”

입력 2016-10-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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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겸 시인 밥 딜런(75)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현지시간)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딜런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작가보다 음악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는 1901년 노벨 문학상 첫 시상 이래 처음이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표현하며, "지난 5천 년을 돌아보면 호머와 사포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연주를 위한 시적 텍스트를 썼고, 밥 딜런도 마찬가지"라며 다소 의외였던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 회원인 페르 베스트베리는 "딜런은 가장 위대한 생존 시인"이라며, 통상 연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이 `콘서트`가 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러길 바라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본명이 로버트 앨런 지머맨인 밥 딜런은 1941년 미국 미네소타 덜루스의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밥 딜런이라는 예명은 그가 시적 영감을 받은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에서 따서 직접 지었다.

하모니카, 기타, 피아노 등을 독학으로 터득한 그는 미네소타대를 중퇴한 후 뉴욕으로 건너가 연주를 시작했고 자신의 음악적 우상이던 포크가수 우디 거스리를 만나 큰 영향을 받는다.

1962년 콜럼비아 레코드를 통해 첫 앨범 `밥 딜런`으로 데뷔했으며 이듬해 두 번째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을 성공시키며 저항가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더 타임스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 등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은 1960년대 미국 반전과 시민운동의 상징곡처럼 불리며 딜런을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만들었다.

`원 모어 컵 오브 커피`(One more cup of a coffee),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 등의 곡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어쿠스틱 포크송으로 출발했다가 1965년부터 일렉트릭 사운드를 선보여 포크 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앨범 `하이웨이 61 리비지티드`(Highway 61 Revisited)를 크게 히트시키는 등 어쿠스틱 포크와 이후 포크 록에서 모두 확고한 성공을 거뒀으며, 전체적으로 1억만 장 이상의 앨범이 팔렸다.

모두 11차례의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영화 `원더보이즈`의 주제곡 `싱즈 해브 체인지드`(Things have changed)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도 거머쥐었다.

70대의 고령에도 최근까지도 음반 발표와 공연 등 왕성한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발표 당일인 이날 저녁에도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어 1994년 이후 6권의 드로잉 관련 책을 펴냈으며, 유명 갤러리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정치와 사회, 철학, 문학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한 깊이 있는 시적인 가사로 `음유시인`으로 불린 그는 대중음악 가수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대학 영문과에는 밥 딜런의 가사를 분석하는 강의가 개설되기도 했다.

딜런은 지난 2004년 자서전 `크로니클스`(Chronicles·한국 번역본 `바람만이 아는 대답`)를 펴냈다. 이 책은 2004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뽑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고, 내셔널북어워드를 수상했다.

이후 2008년에는 "특별한 시적 힘을 가진 작사로 팝 음악과 미국 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친" 공로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밥 딜런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도 수년 전부터 빠짐없이 점쳐져 왔다.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딜런의 가사를 과연 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그러나 올해는 케냐 소설가 응우기 와 티옹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 등 유력 후보들에 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수상 결과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이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에 이어 이날 문학상까지 발표되면서 올해 노벨상의 주인이 모두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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