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래 내 주식이 대여된다?

입력 2016-10-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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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내가 맡겨놓은 주식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대여되고 있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쉽게 말해,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은행 마음대로 담보물인 고객의 집을 갖고 임대장사를 하고 있단 얘기인데요.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신선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소유자도 모르는 사이 공매도 투자자에게 대여되고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연 6~11%대 신용이자를 내는 ‘증권사 신용거래’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엄연히 소유자가 있는 담보주식을 제3자에게 빌려준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러한 사실조차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총괄팀장

    “한국증권금융으로 (고객의 주식이) 넘어가는 것이 맞고 공매도를 위한 것이든 뭐든 제3자에게 대주 된다는데 동의하도록 돼 있습니다. 다만 증권사들이 충분히 설명해서 사전에 고객이 담보 사용에 대해 알 수 있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약관을 똑바로 읽게 했는지 확인해보고 설명해주고 해야겠죠.“

    이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 근거는 고객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의해야만 하는 약관에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고객이 담보로 맡긴 주식을 한국증권금융에 재담보로 제공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주식명의가 한국증권금융으로 바뀌고 이를 근거로 대주, 즉 주식을 남에게 빌려 줄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약관이 주식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선택이 아닌 필수 동의사항이란 점에서 고객에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안병한 변호사

    “약관은 계약의 형식을 취하긴 하지만 어느 한쪽이 미리 인쇄를 해서 자기한테 유리한 내용들을 담아놓은 그런 계약이거든요. 그래서 약관규제법상에 약관에 해당할 수 있다는게 제 판단입니다. 고객의 권리 의무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관련 규정에 들어있고 이것이 약관인데 고객이 동의했다고 해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약관에 근거한 행위라 하더라도 주식의 원 소유자가 주식의 대여여부와 대주로 인한 수익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 한국증권금융 관계자

    “원소유자 주식이 몇 주가 언제 들어왔는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객의 주식이 언제 나가는지도 체크가 불가능합니다. 이게 임의적으로 대주풀 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거래에 꼬리표를 다 붙일 수는 없으니“

    금융당국도 증권사와 한국증권금융의 이 같은 행위가 불합리하다고 보고 최근 이들 기관에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스탠딩> 신선미 기자 ssm@wowtv.co.kr

    고객도 모르게 공매도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이상한 증권사의 신용거래 서비스.

    불공정 약관 개정부터 대주로 인한 수익 배분까지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한국경제 TV 신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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