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카네기 홀에 한국의 미 알리다

입력 2016-11-27 05:57  



한국 장신구로 전 세계 예술인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카네기 홀을 매료시킨 젊은 주얼리 작가가 있다. 현재 시청률 1위에 빛나는 SBS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의 아름다운 장신구를 디자인해 주목 받고 있는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다.

그녀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한국 고유의 미와 민족의 정서를 담은 전통을 그녀만의 세련된 감각으로 재해석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의 작은 두 손은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소개하는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패션쇼에서는 전통을 복원한 작품부터 미래를 내다 본 퓨전 장신구까지, 카네기홀 오페라에서는 오페라 버전으로 구현한 전통 무대 장신구를 통해 다채로운 한국의 미를 선보였다. 그리고 두 행사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혁신적으로 구현해 낸 한국의 전통미에 세계는 응답했다.

이전까지 한복은 많은 디자이너를 통해 수차례 주목받아 왔지만 우리의 장신구는 아름다움과 중요성에 대해 크게 조명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젊은 작가의 눈부신 재능과 진심어린 마음은 보석처럼 빛났다. 그리고 그 빛은 지금 한류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케이팝을 넘어 패션쇼와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비추고 있다.

Q. 전 세계 예술인들의 꿈의 무대로 손꼽히는 카네기 홀에 오른 한국의 첫 오페라의 장신구를 디자인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정말 영광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패션쇼를 한 이후에 꼭 좋은 일로 뉴욕에 다시 오고 싶었다. 예전에 사촌언니가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해서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보니 관계자들만 다니는 비밀 통로가 있었다. 안내하는 분께서 그 곳을 거쳐 간 명사 분들에 대한 일화들을 말씀해주셨는데 그 통로를 지나면서 ‘나도 내 일로 여기를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근데 그 생각을 하고 나서도 ‘내가 음악 하는 사람도 아닌데 여기에 올 일이 있겠어? 그래도 오고 싶다. 꼭 내 일로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마음 속으로만 했던 말이었다. 그래서 이 행사에 내가 참여하게 됐다고 했을 때 소름 돋았다.(웃음) 생각과 말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Q. 카네기 홀은 아무리 비용을 많이 준다 해도 공연의 질이 낮으면 절대 대관을 해주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상 최초로 카네기홀에 선 ‘선비’는 어떤 작품인가?
‘선비’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신가치인 선비정신을 담은 창작 오페라다. 영주시에서 선비정신을 세계적인 정신문화로 확산시키고자 제작한 오페라로 기존 오페라에서 자주 다뤘던 사랑 이야기나 영웅의 전기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선비정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유학과 성리학이 내용의 뼈대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선비’는 우리나라 오페라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워낙 호평을 받아온 작품인지라 이번 뉴욕 공연에도 많은 분들께서 기대를 해주셨다. 잘 끝마치게 돼서 행복하다.

Q. 이번 카네기홀 ‘선비’ 공연은 전석 매진됐고 기립박수와 함께 미국 오페라계로부터 큰 호평을 받는 등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서양에서 들여온 오페라를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역수출하게 된 이번 사례는 한국 오페라 70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선비’의 성공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이제 연예한류에서 ‘클래식 한류’로 코리아 붐을 넓히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좋은 평가들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신문화인 선비정신을 해외에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안빈낙도, 인의예지라는 심오한 주제가 담긴 한국 오페라에 외국인들이 호응할 줄 몰랐다. 각 분야 최고로 손꼽히는 분들과 함께 공연을 꾸밀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Q. 한국 오페라 역사상 장신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래도 한국을 대표해 큰 무대에 서는 작품이다 보니 많은 분들께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성도가 있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그리고 한국어로 진행됐던 오페라였기 때문에 외국인 관객 분들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공연했던 아이작스턴 홀이 4층까지 있는 규모가 큰 홀이다. 객석과의 거리를 감안해서 장신구도 부피감 있게 만들었는데 오페라는 원래 헤어와 메이크업도 과장되게 하기 때문에 큰 장신구들이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

Q. 그동안 오페라에서 장신구는 소도구의 영역의 일부로 속해 있었는데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정재인 작가는 남들과 다르게 드라마나 영화, 케이팝 계에서도 장신구 분야의 전문가로 참여하며 장신구 분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활동들을 해오고 있는데 그간의 활약이 영향을 끼쳤는지?
그동안 해왔던 것이 쌓여서 꿈의 무대에도 설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했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박지현 한복 선생님, 소프라노 김학남 선생님 등 이번 공연의 모든 분들께서 잘 챙겨주셨다. 조선 오페라단 최승우 단장님께서는 우리 작품들 중에 ‘별 그대’의 비녀가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공연 ‘선비’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며 그 비녀의 미니어처 세트를 주문하셨다. 관계자 분들께 그 비녀 미니어처 세트를 기념품으로 선물하시기도 했다. 외국인들까지 미니어처만을 보고도 드라마의 명장면들을 떠올려주셔서 신기했다. 점점 더 많은 대중문화 관계자 분들께서 장신구 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하다며 찾아주신다. 일반 디자이너와는 조금 다른 면도 있기에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함께 하자며 찾아주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Q.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과 전지현을 이어준 수정죽절비녀는 정재인 작가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 비녀를 떠올리니 ‘선비’와도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내게 참 특별한 비녀다. 그 비녀는 처음부터 유물을 기반으로 디자인된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내가 ‘장옥정’에서 선보인 비녀들이 매우 화려했던지라 수정죽절비녀처럼 힘을 뺀 디자인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 분들이 계셨다.

내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는데 나를 믿고 의뢰해주신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꼭 잘해내고 싶었다. 최종본을 들고 갔을 때, 장태유 감독님께서 한 번에 OK해주셨다. 사실 이 비녀의 디자인 자체는 수수하다. 그래서 디자인적으로 크게 호평을 받거나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될 줄 몰랐다. 근데 드라마 끝나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께서 비녀를 기억해주셔서 행복하다.

Q. 오페라에서 그 비녀가 등장한 것인가?
아니다. 특별한 설정이 있지 않은 이상 다른 작품에서 상징적으로 쓰인 디자인을 재사용하지 않는다.

Q. 실제로 ‘선비’라는 주제가 화려한 장신구와 잘 어우러졌는지?
언뜻 선비와 화려한 장신구는 다소 동 떨어지고 대비되는 것 같지 않나.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그렇기 때문에 화려한 장신구들을 통해 선비 정신을 더욱 더 부각시킬 수 있기도 하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웃음) 내가 ‘선비’라는 작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각보다 많았다. 사실 선비 역할의 배우에게도 입영 등의 장신구를 설정할 수 있었지만 극적인 대비를 위해 선비 역할의 배우에게는 장신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여주인공과 귀부인들, 기생 역할을 맡은 배우 분들께 각각의 캐릭터를 반영한 뒤꽂이, 비녀, 노리개, 원석 반지 등의 장신구들을 설정했다.

Q. 한국 전통 장신구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뜨거웠다고 들었다
배우 분들께서 장신구들이 잘 돋보이는 포즈로 안무를 변경해주시는 등 많이 도와주셔서 장신구들이 돋보일 수 있었다. 정말 감사했다. 나중에 단장님께서 장신구가 매우 아름답다는 극찬이 있었던 것 아냐며 우리 오페라는 한 편의 ‘주얼리 패션쇼’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해주셨다. 함께 하기를 잘했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서 기뻤다.

뒤꽂이나 비녀, 노리개, 원석 반지 모두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디자인의 장신구기 때문에 외국 사람들의 눈에는 신선하게 보여 졌던 것 같다. 생각보다도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 한복은 자주 접했지만, 우리의 전통 장신구는 자주 접하지 못해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Q. 세계적인 무대에서 선보여지는 만큼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나? 어떤 점을 중점으로 두고 디자인 했나?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지는 않았다. 오페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면서 디자인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오페라를 생각하며 디자인했던 요소들 덕분에 외국 사람들 눈에 더 예쁘게 보여 졌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화려한 색감을 쓰고 부피감을 크게 디자인했는데 그런 요소들이 전부 외국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오페라가 끝난 뒤에 한 대형 백화점 바이어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화려한 색감이나 잘 접하지 못했던 특이한 디자인, 그리고 풍성한 볼륨감 모두 충분히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뉴욕에 진출해보라며 영주권 따는 방법에 대해 농담을 섞어가며 말씀하시는데 너무 재밌었다.(웃음) 한국 디자인으로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이 내 꿈이다. 지금은 하는 일들이 바쁘기도 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지만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이뤄내고 싶다.

Q. `Carnegie Hall Playbill` 9월호에 Jewelry Designer로서 정재인 작가의 사진과 프로필이 실렸다
오페라에 참여하는 스태프로서 실렸다. 커튼콜 무대 인사도 했는데 오페라만의 무대 인사법이 따로 있더라. 오페라 무대 인사는 처음이었는데 무대 뒤에서 급하게 배웠다. 거의 마지막에 무대로 나갔는데 같이 만든 사람들이 무대에 다 같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든든했다. ‘우리 정말 한 팀 이구나, 함께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Q. 뉴욕 카네기 홀, 그것도 2천 800여명이 관람할 수 있는 아이작스턴 홀이 매진됐다. 무대 인사를 할 때 벅찬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의외로 담담한 기분이 들었다. 4층까지의 객석을 쭉 보는데 박수쳐 주시는 관객 분들 모두가 마치 내 집에 온 귀한 손님들 같은 느낌이 들어 고마웠다. 관객 분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어 쳐다보려고 애썼는데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짧은 순간에 눈과 마음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고 싶어 구석구석 열심히 봤다.(웃음)

Q. 예전 인터뷰 기사에서 꿈에 그리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패션쇼에 선 뒤에도 들뜨지 않고 차분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디자이너는 패션쇼에서 박수 받는 찰나를 위해 몇 달을 고생한다고도 한다
내게는 그런 것들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순간적으로 빛나거나 겉만 빛나는 것은 허무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순간에도 감정이 크게 동요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떤 일을 철저히 준비해도 변수라는 것이 있으니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불안하지 않나. 일이 잘 마무리되면 그제 서야 드는 안도감과 행복감이 있다. 물론 그런 것과 별개로 매우 좋고 행복하기는 하다. 조금 다른 느낌인 것 같은데 설명을 잘 못하겠다.

Q. 큰 무대다 보니 준비할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현재 정재인 작가가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가 많다 보니 일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든 점이 있었을 텐데
힘들지 않았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느낌이 있었다. ‘화랑’ 팀에서 “포스터는 더 화려하게 가는 것 알죠? 여분을 최소한으로만 빼놨으니 와서 신경써주셔야 돼요”라며 챙겨주셨는데 포스터 촬영일이 픽스 되지 않아 출국 날짜와 겹칠까봐 걱정했다. 다행히 출국 전 날로 포스터 촬영일이 잡혔다. 포스터 촬영 때 배우 분들이나 미술팀, 제작부 모두 너무나도 잘 챙겨주셔서 정말 행복했다. 날씨도 좋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꼈다.(웃음)

Q. 공연을 준비 할 때쯤 뉴욕에 테러가 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걱정되지는 않았나?
전혀 불안하거나 걱정되지 않았다. 일단 좋은 일로 뉴욕에 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설레고 좋았다. 살면서 그렇게 엄청나게 나쁜 일은 겪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

Q. 일로 가는 것이기는 했지만 겸사겸사 휴가가 생겨서 좋았겠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지냈다
체류 기간 내내 리허설 등 일 위주의 스케줄이었고, 일정도 짧아서 휴식이 될까 싶었는데 정말 행복했다. 여행은 무조건 좋은 것 같다.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서 자리를 오래 비우지는 못했다. 자리를 비운 그 짧은 기간 안에도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가 두 편이나 있었다. 연락도 계속 왔다. 공연은 하루였지만 인터뷰나 기타 함께 하는 스케줄들이 있었는데 나는 가장 짧게 머물러서 다른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Q. 뉴욕에서의 두 번째 행사였다. 세계 4대 박물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패션쇼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고, 카네기 홀에서는 오페라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다른 형태로 다른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앞으로도 보여 지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채널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Q. 그동안 한복은 패션 쇼 등을 통해 해외에서 주목 받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전통 장신구로 세계의 중심에 서고, 외국인들의 이목을 끌게 만든 것은 정재인 작가가 최초다.
내가 잘 해서라기보다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나 카네기 홀이라는 장소 자체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줬다. 두 장소에서 모두 한국 행사로서는 최초로 진행됐던 행사였기 때문에 외국 언론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취재를 많이 왔다. 특히, 내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이었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패션쇼는 앞으로의 내 방향을 정해준 이벤트였다.

격려해주신 반기문 총장님을 비롯해 장신구를 예쁘게 소화해주신 배우 채시라 씨와 미스코리아 이은희 씨 등 수많은 분들께 감사드리지만 패트리샤 필드 님께서 장신구가 너무 예쁘다며 미국에 꼭 진출하라고 해주셨던 그 순간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말에서 어떤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외국의 일부가 아닌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한국의 아름다움이 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물음표가 붙어 있었는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Q. 평소 현대극과 사극, 시대극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까지 다 방면에서 활동하는 작가답게 글로벌 행사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약했다. 더 해내고 싶은 일이 있나?
하고 싶은 일들은 항상 많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카네기 홀은 내가 꿈꿨던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두 번이나 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진 것은 매우 영광이었지만 뭐든지 삼 세 판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 두 번은 우연이나 행운일 수 있지만 세 번째 부터는 다르지 않나. 또 다시 좋은 기회로 뉴욕에 가고 싶다.

Q. 구체적으로 구상한 그림이 있나?
내가 자개 옵아트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다. 작년에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현빈 씨의 자택, ‘가면’ 수애 씨와 주지훈의 신혼방과 최면실, ‘용팔이’ 주원씨의 진료실과 김태희의 저택에 전시했던 시리즈다. 좀 더 연구하고 발전시킨 다음에 뉴욕 현대 미술관 모마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 미술관이 내 미술 작품의 색깔과도 잘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언젠가 이뤄질 날이 있겠지? 꼭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어쨌든 빨리 갈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단독이 아닌 협업의 형태라도 상관없고 뉴욕의 어디라도 좋다. 뮤지엄 마일에 좋아하는 곳도 많고 링컨 센터나 메디슨 스퀘어 가든도 좋아한다. 이번에 묵던 호텔 근처에 링컨 센터가 있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갈 때마다 엄마와 함께 링컨 센터 주변을 산책하면서 “우리 곧 여기 올 테니까 잘 봐두자”며 곳곳을 사진 찍어뒀다.(웃음)

Q. 정말 단독이 아닌 협업의 형태라도 상관없나? 예술가로서 단독으로 이름을 세우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런 것은 상관없다. 남들 눈에 어떻게 비춰지는지 보다 내가 얼마나 경험했냐가 더 중요하다.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고 내공을 쌓아서 단단해지고 싶다. 어떻게 보면 같이 해나가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이번에도 함께 한 사람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기쁘다. 이런 일을 한 번 같이 하면 언제 봐도 반갑고 할 말도 많아진다.

Q. 정재인 작가라면 다 해낼 것만 같다. 어려워 보이는 일들도 본인의 생각대로 길을 잘 개척해나가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아직은 많이 깨지고 또 배우면서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큰 꿈이나 미래를 그리기는 하지만 일단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상황에 맞춰서 열심히 한다. 승부욕도 있고 자존심이 세서 무언가를 맡으면 일단 잘해내고 싶다. 생각보다 하고 싶은 것들을 그 때 그 때 하는 편이다. 근데 막연한 미래를 보면서 하는 것이 아니고, 내게 주어진 것들에 맞춰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단계들이 잘 들어맞아서 다음 단계로 가는 발판들이 되어 준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준다면?
특별한 비결이 있나. 예전에는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누구나 열심히 하지 않아?” 라고 반문해도 “난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열심히 한다는 것은 내세울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

Q. 그래도 정재인 작가처럼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누군가가 끝까지 해보겠다고 하지 않고, 너무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하면 다 나 자신한테 쌓인다. 나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편이다. 나는 매우 예쁜 것도 아니고, 매우 똑똑한 것도 아니어서 열심히 해야만 한다.(웃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좋은 기회가 계속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옆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내게 신뢰를 할 수 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주신다.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신뢰를 지켜가면서 살고 싶다.

요즘 행복하다. 올해 내내 바빴지만 요즘 가장 바쁜 것 같다. 잠도 잘 못 자는데 마음이 행복하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작품들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려고 하신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하고 있어서 행복한 것도 있는데 카네기 홀을 다녀온 다음에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됐다. 여유가 생겼다. 갑자기 레벨 2로 휙 올라선 기분이다. 모마에서 전시를 하게 되면 얼마나 더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신나게 살 수 있을지 기대된다. 빨리 가고 싶다.(웃음)



Q. 요즘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 나오는 장신구들을 잘 보고 있다. 역시 민휘아트주얼리구나 했다. 장신구 디자인이 새롭고 예쁘다. 드라마에 대한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장신구에 대한 좋은 평가가 많다. 장신구가 나온 장면을 2차적으로 가공한 게시물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주변에서도 많이 이야기 해주시고, 연락도 많이 받고 있다.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내 체감 시청률은 20% 이상이다.(웃음) 작년 말에 ‘사임당, 빛의 일기’부터 ‘달의 연인’, ‘화랑: 더 비기닝’, ‘조선 엽기 연애사’까지 연달아 장신구 비중이 큰 사극을 맡아서 올해는 사극을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달의 연인’ 장신구가 예쁘다며 사극 의뢰가 자꾸 들어온다.(웃음) 벌써 3개나 작업 중이다. 작가님께서 게시판에 장신구가 예쁘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며 한 번 보라고 하셔서 들어가 봤는데 정말 많더라. 장신구에 관심 가져주고 예쁘게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게시물이 있나?
장신구만 클로즈업 된 부분을 예쁘게 캡처해서 새롭게 가공한 게시물들도 좋았고, 인물 별로 착용한 장신구들을 모아서 장신구 스타일을 따로 정리해주신 것도 좋았다. 극 중에 여러 가지 비녀가 나오다 보니 비녀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을 해주시는 글들도 봤는데 재밌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만든 옥팔찌를 왜 깨냐는 글을 봤는데 아직 팔찌가 깨지는 장면이 방영되지 않았기에 어떻게 아신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힘들게 만든 것을 왜 깨냐는 말은 만든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말 아닌가. 놀랐고 감사했다.

Q. ‘달의 연인’을 통해 비춰지는 비녀, 머리꽂이, 귀걸이, 팔찌, 노리개 등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작품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이한 점은 ‘사고 싶다’, ‘눈에 자꾸 밟힌다’, ‘공구 하자’는 글이 많다는 것이다. 사극 장신구인데도 ‘예쁘고 멋지다’를 넘어 ‘꼭 갖고 싶다’는 글을 보면 뿌듯할 것 같다. 실제로도 판매가 많이 되고 있나?
우리의 작품들을 누군가가 그렇게까지 좋아해주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감사하다. 항상 마음이 벅차다. 드라마의 힘인 것 같다. 작가님께서 스토리에 잘 녹여주시고, 감독님께서 잘 찍어주시고 미술팀에서 잘 세팅해주시고 배우 분들께서 신경써주셔서 부족한 디자인도 사랑받게 된다.

그게 참 좋은 것 같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물건일 뿐이다. 근데 많은 분들이 애써서 잘 나오도록 해주시고 또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주셔서 그 디자인만의 스토리가 생기고 디자인이 생명력을 얻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그 디자인만 봐도 ‘왕욱의 팔찌’, ‘왕소의 머리꽂이’로 남아 당시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리고 우리와 인연이 되어 고객이 되는 분들은 다 특별한 분들인 것 같다. 구매하실 때 해주시는 말들이 정말 감동적이다. “이 팔찌가 마음속에 깊이 박혀서 떠나질 않았다”며 먼 지방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해외에서 오신 분들도 있다. 우리가 모든 디자인을 업로드 하지 못하고 있는데 “민휘아트주얼리는 무조건 믿는다”며 먼저 캡처해서 주문하시는 분들도 있다. 민휘아트주얼리 홍보대사를 자청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너무나도 크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어떤 드라마에 참여할 때마다 이런 일들이 생기는데 드라마에 함께한 분들께, 그리고 우리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Q. 장신구에 관심이 쏠리면서 장신구와 관련해 스토리를 집중해서 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달의 연인’은 장신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들의 설명이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왕소(이준기 분)가 선물한 나비 머리꽂이의 행방이라던지 왕욱(강하늘 분)이 해수(이지은 분)에게 선물한 팔찌가 어떻게 다시 왕욱에게 갔는지 와 같은 것들 말이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해 편집이 들어가면서 빠진 부분도 있고 더해진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달의 연인’은 김규태 감독님, 조윤영 작가님과 주얼리 회의를 여러 차례 했을 정도로 주요하게 설정된 장신구가 많았다. 작가님께서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셨고, 내 아이디어도 많이 듣고 싶어 해주셨다. 현장에서도 감독님께서 미술팀에 최대한 장신구를 많이 보이게 하자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들었다. 드라마 작업 하는 내내 감독님, 작가님 모두 장신구에 많이 신경 써 주셨다. 함께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덕분에 좋은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다. 매우 감사하다.

Q. 재편집된 드라마가 원래 촬영된 드라마와 변화가 많이 있는 것인가?
내가 대답하기 조심스럽다. 많은 분들께서 좀 더 좋은 드라마를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작가님과 배우 몇 분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배우 분들도 후반 작업에 참여하고 있더라. 다들 스케줄이 바쁠 텐데 참여한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할 텐데 그럴 수 있는 것이 없어 아쉽다.(웃음)

Q. 드라마 작업에 참여할 때 대본이 급하게 나오면 주얼리 제작도 급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경우에는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사전 제작 드라마라도 급하게 만들어야 될 때가 있기는 하다. 스케줄도 그렇고 여러 가지 변동 사항이 있다. 지금까지 몇 편의 사전 제작 드라마에 참여했는데, 다 비슷한 상황이다. 여유가 많지는 않다.

Q. 드라마를 볼 때는 마음 편하게 보지 않나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지 않다.(웃음) 내가 참여한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 전부 한 번도 마음 편하게 본 적 없다. 실물과 화면에 비춰지는 것에는 차이가 있고,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 지는 부분도 있어서 최종 화면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늘 궁금하고 불안하다. 나노 단위로 캡처하고 이야기하시는 시청자 분들도 있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웃음)

Q. 주얼리가 잘 나오지 않으면 밤새 노력한 부분이 잘 비춰지지 않을 것 같고 아쉽기도 하겠다
그런 것보다도 생각보다 안 예쁘게 나오면 착용한 배우 분들이나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 분들께 미안할 것 같다. 근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런 불안감이 많이 없어지기는 했다. 실물이 예쁜 것과 화면에 예쁜 것은 차이가 있다. 나 스스로 많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어떤 디자인이 화면에 예쁘게 나오는지 터득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예쁜 분들께서 착용해주시고 예쁘게 촬영해주시기 때문에 대체로 잘 나오게 되는 것 같다.

Q. 예전 인터뷰 때 작업하고 있는 배우 중에 홍종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드라마 상으로도 황자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장신구를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귀걸이며 반지, 목걸이가 매우 눈에 띄고 또 배우와도 잘 어우러져 캐릭터가 한층 더 살아났다. 왕요 하면 화려한 장신구가 먼저 떠오를 정도다. 작업 과정이 특별했던 것인지, 작품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홍종현이 가장 인상 깊은 배우로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홍종현 씨라는 사람도 좋았고, 작업하는 과정도 좋았다. 사람 관계에서 센스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홍종현 씨는 센스 있게 상대방을 배려한다. 해맑은 면이 있고, 현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욕심도 있는 것 같아서 좋게 봤다. 홍종현 씨는 드라마를 찍는 중간에도 스케줄이 많았다. 다른 스케줄 하러 가시는 길에도 숍에 들러서 사이즈를 체크해주시고 아이디어도 내주셨다. 홍종현 씨께서 편하게 해주시고 장신구에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나도 적극적으로 디자인해볼 수 있었다.

긴 귀걸이는 처음에 실수로 홍종현 씨께 갔던 것이었는데 홍종현 씨께서 “다음 대본을 봤나? 내가 죽었다 살아서 돌아오는데 그 때부터 보내준 긴 귀걸이를 착용하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그렇게 신경써주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알고 있다. 부담감을 주기는 싫었다. 그래서 안 맞으면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계속 말씀 드렸는데 보낸 장신구마다 적재적소에 활용하셨다. 목걸이도 홍종현 씨께서 먼저 말씀해주신 아이템이었다.

나는 장신구만 보더라도 그 캐릭터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딱 들어맞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캐릭터 별로 컬러감이나 디자인, 특징 등을 다르게 잡으려고 한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착용하는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홍종현 씨와는 캐릭터를 같이 완성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룩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 내는 모습이 프로페셔널해보였다. 모든 배우 분과 이렇게 작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과정이 좋았다. 다음에는 무슨 작품에 참여하냐며 또 만나게 되면 좋겠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듣고 싶은 말이었다. 정말 감사했다.

Q. 장신구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장신구 착용에 적극적인 배우가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웃음) 사실 사극 작업을 할 때는 더 화려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기록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살아보지 않았던 시대를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많이 펼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기록을 찬찬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파격적이다.

‘보보경심: 려’의 배경이 되는 고려시대는 귀족들이 호화로운 사치생활을 즐겼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술 작품이 제작되었고 문화와 예술적인 면에서 상당히 발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화려하고 정교한 문양을 지닌 금속 공예품 역시 활발하게 제작되었던 시기다. 남자도 귀를 뚫어 귀고리를 사용하였고, 귀고리의 길이가 길어 어깨까지 닿았다는 기록이 있다. 반지와 팔찌는 남녀 모두 애용했는데 양 팔과 양 손 모두에 착용했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착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요즘 아이돌 그룹 패션 못지않다.(웃음)

드라마에서도 공주와 황자들 모두에게 캐릭터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의 반지를 설정했다. 화면상으로는 잘 안 나온 부분이 있지만 포스터와 스틸컷에 잘 나와 있다. 나는 캐릭터에 잘 맞을 것 같고, 화면에도 예쁘게 나올 것 같아서 제안하는 건데 부담을 줄까봐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근데 배우 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Q. 또 인상 깊었던 배우가 있다면?
소녀시대 서현 씨. 서현 씨의 촬영 분량이 많지는 않았는데 촬영장이 아닌 곳에서 계속 만나게 됐었다. 우리 숍에도 오셨었다. 서현 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참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다른 작품 하는 것도 들여다봐주는데 그 말을 듣고 놀랐었다. 앞으로 우리 자주 보지 않겠냐며 휴대폰 번호도 먼저 물어봤다. 친근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다.

소녀시대의 무대 장신구도 디자인한 적이 있는데 서현 씨는 현대 주얼리도, 사극 장신구도 모두 예쁘게 잘 소화해내서 디자이너로서 뿌듯하기도 하다. 서현 씨는 활동한 지 오래되지 않았나. 보통 많은 것들은 경험한 분들은 취향이 확고한 편이다. 근데 직접 소통하면서 보니 과감한 디자인도 망설이지 않고 잘 받아들인다. 취향이 한정적이지 않다.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시도해보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뭘 해도 예뻐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웃음)

Q. 직접 디자인한 현대 주얼리와 사극 장신구를 모두 소화해내는 배우를 만나면 더 뿌듯할 것 같다
두 배로 뿌듯하고 고맙다. 이번에 이지은 씨도 고려시대의 해수일 때와 현대의 고하진일 때 모두 우리 주얼리를 착용하셨는데 다 예쁘게 잘 소화해내셨다.

그리고 왕은 백현 씨가 속한 엑소 유닛 첸백시의 `Hey Mama` 뮤직비디오와 앨범 자켓 주얼리를 디자인했다. 의뢰를 받았을 때, 영화 ‘봉이 김선달’ 견이로 만났던 시우민 씨도 함께 계셔서 더 반가웠다.

사진을 미리 봤는데 백현 씨가 주얼리를 너무 잘 소화해내셔서 기뻤다. 초커, 반지 다 정말 예뻤다. 시우민 씨는 본인이 귀걸이에 신경을 많이 쓰셔서 귀걸이 디자인에 특히 신경 썼다. 길이감이 긴 것도 잘 소화해내셔서 놀랐다. 첸 씨는 반지와 팔찌 스타일링을 잘 하시는 것 같다. 곧 컴백한다는데 대박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어제는 강하늘 씨께서 CF 촬영 중에 우리 주얼리를 착용한 사진들을 받았다. 손가락마다 반지를 낀 셀카를 두 장이나 보내주셨다.(웃음)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Q. 강하늘이 현대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도 기대된다
사진이 너무 예쁘게 와서 CF에서는 어떻게 비춰질지 기대된다. 강하늘 씨는 ‘달의 연인’으로 만나기 전에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공항 패션으로 주얼리를 가져가시고는 해서 원래 주얼리를 좋아하는 분인 줄 알았다. 근데 강하늘 씨와 직접 드라마 주얼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보니 주얼리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분 같았다. 그냥 크게 관심이 없으셨던 것 같았다.

근데 이번에 사진을 받고 나서 주얼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직접 챙겨서 착용하신 것이라고 들었는데 주얼리 스타일링을 정말 잘했다. 센 디자인의 주얼리들을 착용했는데, 손가락 마다 반지를 꼈는데도 다 잘 어우러졌다. 드라마 하는 내내 못 봤던 새로운 면을 보게 된 것 같아 더 기뻤다.



Q. 남주혁이 ‘달의 연인’ 촬영 당시에 귀걸이를 착용하고 직접 SNS에 공개한 사진도 화제였다
내가 촬영장에 갔을 때 올려주신 사진이다. 현장에서 세월이 흐른 다음에 백아가 귀걸이를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의상팀에서 내가 기존에 보낸 귀걸이들 중에 몇 개를 남주혁 씨께 보여드렸는데 남주혁 씨께서 “이 귀걸이 좀 봐봐. 정말 너무 예쁘잖아”라고 하셨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막 자랑하듯이 말씀하시면서 귀걸이를 착용하셨는데 정말 너무 행복했다.(웃음)

옆에 계시던 지수 씨께서 “이거 누나가 디자인한 것 맞죠?”라고 확인해주시더니 남주혁 씨께서 착용한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리고 남주혁 씨께서 바로 SNS에 올려주셨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두 분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웃음) 그 상황이 더 좋았던 것이 그 전까지 의상팀 언니와 많이 친해지지 못해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언니 손도 잡고 웃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남주혁 씨와 지수 씨 덕분이다. 정말 센스 있고 예쁘다고 생각했다.(웃음)

Q. 이런 숨은 이야기들을 듣고 보니 배우들의 마음 씀씀이도 멋지게 느껴진다
좋은 분들과 행복하게 작업했던 드라마였다. 얼마 전에 11월에 전파를 탈 라디오 방송 녹음을 했는데 질문지에 “얼마 전에 ‘달의 연인’이 끝났다”는 말이 있었는데 많이 서운했다. KBS 라디오였기 때문에 ‘화랑’에 관련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웃음)

Q. 한 때 ‘아이유의 근무 환경’이 화제였다. 아이유가 이준기, 강하늘, 홍종현, 남주혁, 엑소 백현, 지수, 윤선우 등의 꽃황자들과 작업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 섞인 말이었는데 정재인 작가는 꽃황자들을 비롯해 ‘화랑: 더 비기닝’의 박서준, 박형식, 샤이니 민호, 방탄소년단 김태형, 도지한, 이광수, 조윤우 등의 꽃화랑까지 동시에 만났다. 개인 SNS에 함께 찍은 사진들도 올렸더라.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 참여했지만 사진을 따로 남기지는 않았었다. 사람들이 찍을 때 옆에서 찍은 적은 있지만 먼저 사진 찍자는 말은 못했었다. 그런 말을 하기가 참 어려웠다. 이번에 ‘달의 연인’과 ‘화랑’ 때 처음으로 같이 사진 찍자고 말했다. 지나고 보니 추억도 되고 좋은 것 같다. 워낙 멋진 분들이라 부족한 장신구들도 아름답게 보여 졌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Q. ‘달의 연인’의 아름다운 장신구들이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화랑’에서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장신구들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화랑’에서는 정재인 작가의 어떤 장신구를 만날 수 있나? 캐릭터 별 장신구 스타일을 소개한다면?
장신구 디자인들이 인물 성격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전에 나왔던 그 어떤 사극에서보다 남자 배우 분들의 장신구가 화려하게 비춰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 정말 좋은 분들과 행복하게 작업했던 작품이라 무조건 잘 됐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께 두고두고 사랑 받는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

Q.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 정재인 작가의 화려한 장신구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새로운 아이템도 볼 수 있나?
캐릭터 별로 이전 작품에서 보여 지지 않았던 아이템들을 설정한 부분들이 있다. 내가 내 역할을 잘 해내려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미술팀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화랑’은 미술팀과 소통이 정말 잘 됐고, 내게 믿음을 주셨다. 작품 관리를 잘 해주셨고 적재적소에 디자인 활용을 잘 해주셨다. “이렇게 많이 착용해도 돼요?” 오히려 내가 되물어봤다.(웃음)

분장 미용팀에서는 밑에 스펀지가 담긴 머리 꽂이 전용 박스들을 만들어서 꽂이 하나하나 에어캡에 보관해주셨고, 의상팀에서도 인물 별로 케이스에 담아서 보관해주셨다. 우리 장신구는 귀한 보물들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 진짜 귀하게 다뤄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또, 거의 매일 연락 주셨다. 어떤 것이 어떻게 쓰였는지 사진이나 자료들을 통해 상세히 알려주시고, 앞으로 어떤 장면에 어떤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내주셨다. 함께 만들어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포스터 촬영 날에도 현장에 꼭 오라며 계속 챙겨주셔서 그 날 뭐가 있나 생각했다. 그 날 바로 다음 작품 회의가 있었다.(웃음) 지금 ‘화랑’ 미술팀 멤버 거의 그대로 ‘마이 온리 러브송’에 함께 하고 있는데 역시나 최고다. 함께 멋진 그림 만들고 있다.

Q. ‘마이 온리 러브송’에서도 주요한 주얼리들이 등장하나?
‘마이 온리 러브송’은 타임 슬립 이야기인데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장면에서도 중요한 목걸이가 나오고 사극 부분에서도 중요한 주얼리들이 있다. 의상팀, 분장 미용팀, 소품팀 등 미술팀에서 민휘아트주얼리를 너무나도 잘 챙겨주신다. 이야기할 때마다 뭐를 자꾸 해주시려고 하는 그런 마음들이 느껴져서 매번 감동받고 있다.

주얼리 설정도 그렇지만 우리 로고 파일로 인쇄물을 뽑아서 드라마 소품과 배경 곳곳에 붙여주셨다.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안 나오게 되더라도 너무 큰 감동이다. 이런 관계들 때문에 내가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감격시대’, ‘착하지 않은 여자들’, ‘조선총잡이’, ‘화랑’, 그리고 이번 작품까지 벌써 다섯 번째 함께 하고 있는데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Q. 정재인 작가는 함께 작업한 사람들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꼭 한다. 보통 자신의 인터뷰는 자신의 자랑 위주로 채워진다. 근데 정재인 작가는 인터뷰마다 함께 작업한 사람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고마운 점, 좋은 점에 대해서 말한다. 정작 본인의 이야기는 겸손하게 아끼면서 다른 사람들의 좋은 이야기는 열심히 한다
나는 처음 인터뷰 때부터 같이 작업한 연예인 분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처음에는 남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꺼려졌다. 솔직히 같이 작업했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자님께서 연예인 분들은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그렇게 했더니 감사하다는 인사들을 받았다.

내가 하는 일들이 잘 비춰지기까지에는 연예인 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스태프 분들의 도움도 있다. 그래서 스태프 분들의 이야기도 하는데 어떤 인터뷰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 다뤄지기도 한다. 근데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도움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할 뿐이다.

Q. 소통과 믿음을 매우 중시하는 것 같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예전 인터뷰에서도 믿음을 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방송 디자인은 소통이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한다며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렇게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믿음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믿음이 깨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Q. 현대극의 주얼리 디자인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데 최근 작품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아이템이 있다면?
MBC 드라마 ‘가화만사성’에서 나왔던 주얼리들. 몇 가지 주얼리들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작가님께서 주얼리에 대해 잘 아시는 분 같았다. 호박 브로치와 블루 사파이어 목걸이 등 소재와 종류가 다양하게 등장해서 신기했다. 특히 블루 사파이어 목걸이가 기억에 남는다. 이동윤 감독님께서 “이런 디자인은 처음 본다. 너무 예쁘다”고 칭찬해주셨는데 정말 기뻤다.



Q. 사파이어 목걸이가 정말 예쁘게 나왔다
목걸이 자체도 중요하게 나왔지만 감독님께서 매번 예쁘게 잡아주셨다. 신경 써서 잡아주신 주얼리 타이트샷은 확실히 다른데 매번 정말 예쁘게 나왔다. 그리고 원래는 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래서 손상에 대한 걱정들을 해주셨는데 그 장면이 촬영되지 않았다. 많은 분들께 여러 가지로 배려 받으면서 참여했던 드라마였다. 정말 감사했다.

슈퍼에 갔을 때였다. 옆에서 장을 보던 분들께서 “가화만사성 목걸이 정말 예쁘지 않냐. 어디에서 만들었지?” 하시는데 웃음이 났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얼리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 일들이 종종 있다. 내가 그 주얼리를 만든 사람인 줄 모르고 그 주얼리 예쁘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면 재밌다.

Q. 일반 프러포즈 반지와는 또 다르게 호박 브로치나 블루 사파이어 목걸이 등은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소재와 종류를 폭 넓게 작업하기 때문에 현대극에서도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주얼리의 소재와 종류가 다양하게 나오면 더 재밌게 느껴진다. 대본을 보다가 작가님께서 주얼리에 대해 정말 잘 아시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대본을 쓰시다가 따로 전화 주셔서 디테일한 것들을 질문하시는 작가님도 계셨고, 우리 공방에 직접 찾아오셔서 그 과정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어 하시는 작가님도 계셨는데 그 열정이 멋지다고 느꼈다.

요즘에 작업하고 있는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는 김희선 씨께서 의상을 전공했지만 주얼리를 만드는 사람으로 나온다. 작가님께서 주얼리가 나오는 장면 마다 주얼리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도록 글을 써주시는 것 같아 매우 감사하다. 상황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 기존에 있는 것을 협찬 보내기 보다는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얼마 전에는 대본에 김선아 씨께서 착용하는 팔찌가 나왔는데 ‘지금 입고 있는 옷과도 잘 어울린다’라는 대사가 있어서 이 전에 연결이 걸린 의상의 색감과 디자인도 참고해 디자인했다. 그리고 다른 팔찌도 마음에 든다며 양 손에 팔찌를 착용한다는 대사가 있어서 그와는 다른 느낌의 팔찌도 보냈다.

감독님께서 주얼리 PPL보다는 주얼리의 전문가가 드라마에 있어주길 바라셨다. 그리고 의상 실장님께서 많이 도와주고 계셔서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

Q. 같이 일하는 분들과 나이 차이가 날 것 같은데 어른들을 별로 어려워하지 않나 보다
원래 어른들을 어렵게 느끼지 않는 편이다. 나는 어른들이 좋다. 많은 것들을 잘 가르쳐 주시고 도와주려고 하신다. 최근에는 ‘상의원’ 이원석 감독님께서 너무나도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내가 요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데, 감독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Q. 어떤 조언을 받았나?
많은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이 분야에서 더 잘 하는 사람이 되려면 욕을 더 먹어야 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평판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알 사람들은 다 알아봐 주기 마련이다. 근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싫어해서 내가 하는 일을 다른 누군가가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고민이 됐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 작업에 참여할 때, 장신구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서 힘들 때가 있다. 몇 개만 쓰이는 경우라면 물건만 보내도 상관이 없다. 근데 장신구 비중이 큰 작품을 통째로 맡아서 하다 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생긴다. 내가 지금보다 작품 안을 더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전통 장신구는 한복과는 또 다르다. 한복은 드라마의 톤을 반영해 디자인하는 의상 디자이너와 의상 진행팀이 있고, 한복 제작과 협찬이 다 따로 들어간다. 그렇게 분업화 되어 있으면 일의 완성도가 높다. 장신구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디자인과 제작, 협찬이 같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장신구를 관리하는 팀이 의상팀, 소품팀, 분장 미용팀으로 나눠진다.

그래서 내가 세트로 보내도 의상팀이 담당하는 귀걸이와 분장팀이 담당하는 머리 장신구, 소품팀에서 관리하는 은장도의 스타일이 다르게 만나기도 한다. 나는 캐릭터 별로 장신구를 다르게 보내지만 인물들이 같은 장신구를 공유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같은 회 차에 다른 캐릭터가 같은 장신구를 착용하고 나올 때도 있다. 그런 장면을 볼 때는 정말 아찔하다. 나만 발견한 것이기를 바라지만 요즘 시청자들의 눈이 매섭기 때문에 어김없이 이야기가 나온다.

또, 작가님, 감독님과 협의해서 중요한 소품으로 쓰이기로 했던 것이 다른 것으로 쓰이기도 한다. 속상하기는 하지만 현장팀의 잘못은 아니다. 현장이 워낙 바쁘고, 각 팀이 장신구 외에도 봐야 하는 것들이 많다. 장신구까지 신경 쓰기에 벅찬 부분이 있다.

디자인을 할 때도, 현장 사진이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어떻게 디자인해서 보내야 하는지 막막하다. 사진 자료나 피드백 들을 통해 ‘이 극은 이런 톤으로 가고 있는데 세월이 가면 이 캐릭터는 다른 톤으로 바뀌겠다.’ 등을 제대로 알아야 디자인을 그에 맞게 잘 할 수 있다. 목표점을 잘 알고 가야지 실수가 적지, 짐작만으로 마구 던지다 보면 실수가 많지 않겠나.

내가 패션 브랜드를 하고 있고, 협찬사의 입장으로 작품에 참여하기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오해를 받으면 ‘결국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버려야 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고 속상하다.

그래도 나와 함께 하는 분들은 좀 더 좋은 그림을 만들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헤아려주신다. 장신구 디자이너 중에 나처럼 작가님, 감독님, 배우 분들, 미술팀 모두와 소통하고 대본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 운 좋게도 처음에 시작했던 작품부터 이렇게 할 수 있었다.

없는 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하고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다. 함께 하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점차 장신구 파트도 미술팀과 같이 회의하고, 현장 진행도 같이 보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서 더 좋은 그림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Q. 이원석 감독은 영화 ‘상의원’ 때 정재인 작가가 느꼈던 고충을 알고 조언해 준건가?
‘상의원’ 때는 힘든 것이 없었다. 처음에 만났던 드라마 ‘장옥정’, ‘감격시대’ 영화 ‘상의원’ 이 세 작품은 힘든 점이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정말 맞다. 초반에 아무 생각이 없을 때 더 자신감 있게 잘했던 부분도 있다. 세 작품 때는 자신감 있게 배우 분들께 많은 것들을 권했고, 감독님이나 미술팀에 더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내 생각을 원 없이 표출했고 또, 다들 잘 받아주셨다. 온 마음을 쏟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단독 자막을 써주셨다. 나는 단독자막이 참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내 자리를 인정해주는 것 같다. 우리 이름표가 붙는 느낌이다. 책임감이 생겨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내 것이면 아끼지 않고 뭐든지 쏟아 부을 수 있다.

Q. 정재인 작가는 데뷔 작품 ‘장옥정, 사랑에 살다’ 때부터 단독 자막을 썼다. 이후에도 수많은 작품에 단독 자막으로 민휘아트주얼리의 이름을 올렸다. 이제 덤덤해질 법도 하지 않나
단 한 번도 덤덤하게 본 적이 없다. 단독자막을 많이 올려봤지만 당연하게 여긴 적은 없다. 얼마나 큰 일 인지 잘 알고 있다. 볼 때마다 우리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해주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말 감사하다.

Q. 자막은 금방 지나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보지 못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새로운 룩을 제시하기 위해 많은 물량을 제작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현장 상황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미묘한 차이로 딱 맞는 것을 찾기 위해 한 아이템을 여러 버전으로 제작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열정이 대단하다. 제작비용도 많이 들 텐데 자막으로 처리하는 대신에 제작비용을 받는 것이 낫지 않나?
내가 단독 자막 이야기하면 자막은 아무도 안 본다며 차라리 자막 대신 제작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근데 누가 보기를 바라서 라기 보다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네 작품이니까 열심히 해’라고 격려해주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나는 돈을 생각하기 보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하고 싶다. 서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협조하면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상황 상 단독자막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제작비용을 받는다. 단독 자막을 써주시는 드라마와 같은 상황으로 참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분실이나 파손의 경우에는 비용처리를 받는다. 그런 가이드 라인 까지 없으면 물건을 너무 험하게 쓰시는 분들이 있다. 솔직히 일을 해보니까 분실이나 파손은 신경만 쓰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드라마 ‘화랑’ 같은 경우는 파손과 분실이 전혀 없었다. 제작비도 지원해주셨는데 단독자막까지 약속해주셨다. 그렇게까지 나를 인정해주고 내 자리를 만들어주셨는데 열심히 안할 수 없었다. 특별한 작품이었다.

Q. 이야기를 듣고 보니 확실히 수익보다는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도 사업이다
패션 브랜드를 하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돈보다는 더 중요한 가치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들을 나누고 싶다. 돈을 많이 버는 브랜드가 되면 좋겠지만 목표는 아니다. 일단 뭘 하더라도 내 할 일을 잘 해내고 싶다. 드라마나 영화 주얼리 작업을 하던, 무대 장신구를 디자인 하건 무조건 잘하고 싶다. 사람과 콘셉트에 딱 들어맞게 잘 해내서 나를 선택해주신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다. 그것이 첫 번째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이렇게 발로 뛰어 다니면서 일할 수 있을 시기가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나. 직접 보고 부딪히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솔직히 앞으로도 얼마나 이렇게 일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현재 나는 일을 재밌게 배우고 있다.

Q. 앞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본격적으로 사업화 시킬 계획은 없나?
브랜드를 키우고 쇼핑몰을 운영하는 일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해왔던 일이다. 어느 정도 정답이 나와 있는 일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일단은 지금 하는 일들의 체계를 더 잡아 나가고 싶다. 아직 나조차도 잘 모르는 부분들이 있다. 직접 경험하면서 많이 깨지고, 배우면서 또 바꾸기도 하고 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실수를 줄여야 한다. 일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Q. 정재인 작가는 지금도 잘 해나가고 있는데 상황이 뒷받침 되면 얼마나 잘할지 기대 된다. 없던 길을 찾는 것은 힘들고, 기존의 관행을 바꾸는 것은 더 힘들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어리지만 참 용기가 있다.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맞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잃은 부분들도 있다. 근데 내가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의 자리를 뺏자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장신구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좋은 그림을 만들자는 것이다.

장신구의 전문가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장신구는 다 잘해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여러 업체를 쓰는 것이 낫다는 말도 들었다. 근데 그렇게 하면 한 작품 안에서 통일성이 없게 된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한다. 장신구도 의상처럼 디자인과 제작 파트를 나누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말로만 내가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았다. 빨리 포트폴리오를 쌓고 싶었다.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 시대극, 현대극 가리지 않고 열심히 했고, 때마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객관적인 내 프로필이 쌓이니 누군가가 나에 대해 “걔는 그걸 해낼 수 없다”고 이야기해도 또 다른 누군가는 “저번에는 이런 것도 잘했던데?”라며 추천해주시는 상황이 생기게 됐다.

근데 어떤 더 좋은 조건의 상황이 주어지는 것이 좋지만, 쉽게 바뀌기는 힘들 수도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다. 내가 계속해서 열정을 잃지 않고, 일을 재밌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서로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결국 같은 말인가 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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