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단은 앞으로 미국 행정부에 참여하게 되는 주요 인사들을 만나 우리와 미국의 한국 방위공약과 한미동맹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실무대표단 구성을 보면 청와대의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단장으로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김용우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이 포함됐다.
그런데 대표단 구성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왜 없는가?
이에 대해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시급한 것이 미국과의 동맹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며 일부 경제 분야에서 현안이 될 수 있는 FTA 문제 등은 산업통상부 관계자가 참석하니까 그 쪽에서 이야기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정확하게 트럼프측의 경제 공약이나 경제 진영이 확정되지 않아서 기재부가 참여할 명분이 약하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물론 실무단 구성은 결국 청와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어느 부처의 누가 참여할지를 기재부가 관여할 부분은 적었을 것이다. 아쉬움이 있어도 `위선`의 판단이 그렇다면 수용을 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 조직의 특성이니까.
이번 고위 실무단 구성은 대한민국의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 우리가 보통 사회 조직이나 구성의 서열을 구분할 때 이렇게 순서를 매기는데 이번에도 결국 이번 실무단 구성에서도 `경제`는 `정치`에 밀린 것이다.
FTA 재협상, TPP 탈퇴, 자국내 보호무역 강화, 환율 절상 압박 등 트럼프 당선자가 내놓고 있는 경제 현안 하나하나는 우리 경제와 산업에 직격탄을 날리며 벌써부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경제`의 핵심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누락된 것은 비상식적인 처사다.
한편에서 보면 기재부 스스로도 대표단 파견에서 제외된 것이 다행스러운 처사일 수 있다.
지난 2일 김병준 총리 내정자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선임된 이후 두명의 장관을 모셔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새로운 미국의 경제 정책을 챙기고 내부에 보고할 여력도 필요성도 떨어지고 있다.
이미 기재부 내에서는 임종룡 내정자에 대한 `지원`의 수위를 낮춘 상태다. 매일 같이 서울청사에서 출근을 해서 청문회 등을 준비했던 팀은 해산을 했다. 총리는 물론 부총리도 내정을 철회한 것이지 내정 자체를 취소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총리 선임 등을 놓고 수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제 컨트롤 타워의 핵심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핑퐁게임`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매일 매일, 매 시간, 몇 초 사이의 판단과 경쟁 만으로도 죽고 사느냐가 결정되는 경제와 산업의 치열함은 정치권에서는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적 이슈에 경제가 뒷전에 밀리다보니 경제 컨트롤 타워 스스로도 위기 대처 능력이 조금씩 저하되는 모습마저 연출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환율과 금리 등 금융시장 이 요동치고 있지만 정작 당국의 대처는 언제나 한박자 뒤쳐지는 모양새다.
유일호 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시장 상황이 심각해지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을 쌍둥이처럼되풀이 하고 있는데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그 위기 상황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서는 TF를 구성해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모니터` 즉 관찰의 기능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해당 부처별로 담당자들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취합해 차관 등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데 굳이 부처가 모니터링을 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모티터링 결과물에 대한 즉시적인 행동과 조치만 취해도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 등 상대국이라는 절대 변수가 있는 것이 사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모니터링 외에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미국에서는 정부의 개입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어려움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재무부로부터 이미 두차례 `환률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됐고 그 가능성은 낮지만 `심층 분석 대상국` 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시장 참여들이 느끼는 불안과 위기감과는 괴리감이 커보인다.
지난 2014년 출판된 `여파 AFTERMATH`라는 책을 보면 지금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단서를 제공한다. 여파라는 단어는 "초여름에 풀을 벤 다음, 또 자라난 풀을 베는 작업"을 말한다. 한여름 뙤약볕에 다시 자라날 풀을 배야 하는 것을 걱정하면 한숨만 내쉴 것이 아니라 당장 초원을 뒤덮고 있는 잡초와 풀뿌리부터 캘 생각으로 먼저 할 때이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