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음료캔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이 들어있다고?

지수희 기자

입력 2016-12-05 17:09   수정 2016-12-05 17:27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던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1~3차 산업혁명과 달리 4차는 그 변화가 `쓰나미`처럼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은 이미 2010년부터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성장전략 아래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왔고, 영국은 `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한국경제TV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정부 주도하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의 주요기관을 방문해 준비상황을 살피고 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 人工知能)이란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처럼 스스로 추론, 학습, 판단하면서 전문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기존 컴퓨터가 프로그래밍 된 상황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것과는 달리 좀 더 유연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지난 봄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은 과거부터 있어왔다.

인공지능이란 개념은 1956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중 하나인 다트머스 대학의 학술회의에서 수학자 존 맥카시 박사에 의해 처음 등장했다.

이 단어가 등장한 이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40년 가까이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90년대 후반에는 연구비가 삭감되는 등 인공지능 기술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하되던 시절도 있었다.

인공지능 혹한기에도 일부에서는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 결과 1997년에는 IBM의 딥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와 대국 끝에 승리를 거두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16년 뒤 2011년에는 IBM의 왓슨이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쟁쟁한 퀴즈왕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사이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2006년 30년간 인공지능을 연구한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교수는 `가장 좋은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라는 가설아래 사람의 사고방식을 컴퓨터에 입력했다. 또 인간의 뇌에 있는 신경망을 그대로 컴퓨터에 옮겨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파악하고 분석해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 추론, 판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것이 지난 봄 관심이 집중됐던 딥마인드의 알파고다.

알파고는 한 달 만에 바둑의 16만 개 기보와 3천만 수를 학습했다. 여기에 두 개의 신경망을 통해 인간의 직관을 흉내내는 방식이 더해져 세계 챔피언 이세돌 9단을 4:1로 꺾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에 대해 손진호 LG전자 인텔리전스연구소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컴퓨팅 기능이 향상되면서 실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손 소장은 "과거에는 컴퓨팅 능력이 부족해 다양한 가설과 연구에도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 했지만 지금은 알고리즘 뿐 아니라 빅데이터와 이를 계산하는 컴퓨팅 능력 등 3박자가 모두 갖춰지면서 인공지능을 현재의 기술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퍼지이론(fuzzy theory)과 인공지능

컴퓨팅 능력이 떨어지던 과거에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됐을까?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음료캔에서도 인공지능기술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음료수 캔은 윗판과, 아래판, 그리고 몸체부분의 철판 3조각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지금은 대부분 몸체와 아래 판이 이어진 아래 철판과 윗 철판 두 조각이 조립된 형태로 만들어진다.


(▲사진 = 90년대 음료수 캔과 퍼지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된 현재의 음료수 캔)

음료수 캔의 몸체가 되는 아래쪽 철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얇고, 고른 철판이 필요했다. 하지만 90년대 초 한국에는 이런 기술이 없었다.

당시 광양제철소는 이 철판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했지만 철판을 프레스로 누르면 갈라지거나, 구멍이 뚫리고, 뒤틀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의 비싼 철판을 수입해 쓰는 수밖에 없었다.

광양제철소에서는 여러 차례 개발에 실패한 끝에 당시 인공지능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광형 카이스트 교수를 찾았다.

이 교수가 당시 내놓은 대안은 `퍼지 컴퓨팅` 기술.

퍼지 컴퓨터는 인간의 행동이나 동작을 컴퓨터에 응용하는 것으로, 기존의 컴퓨터가 계산기능이 뛰어난 왼쪽 뇌를 모방해 개발된 것이라면 퍼지 컴퓨터는 인간의 오른쪽 뇌를 모방해 인간적인 사고나 판단기능을 특화시킨 인공지능 기술의 일종이다.

이광형 교수는 기술자들이 생산한 제품 가운데 0.2mm의 얇고 고른 철판이 나오는 순간마다 당시의 압력 정도, 온도, 시간 등 모든 변수를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리고 컴퓨터가 스스로가 추론을 통해 가장 적합한 조건들을 계산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 음료캔의 재료가 되는 얇은 철판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결과를 이끌기까지 꼬박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퍼지 컴퓨팅 기술은 대형 건물의 엘리베이터에도 적용됐다. 이 기술이 도입되기 전 엘리베이터는 스스로 판단할 수 없었다. 때문에 사람이 버튼을 누르면 건물 내 모든 엘리베이터가 움직여 비용과 시간이 낭비됐다. 하지만 퍼지컴퓨팅 기술이 도입되면서 엘리베이터는 스스로 판단해 버튼을 누른 층과 가장 가까이 있는 엘리베이터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사진 = 이광형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원장)

이광형 교수는 "1990년대 초 컴퓨터는 계산능력이 떨어져 사람처럼 추론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며 "계산 능력이 향상된 퍼지컴퓨터 개발 이후 인공지능 엘리베이터나 고른 철판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 "퀀텀 컴퓨팅, 인공지능 기술 폭발적 향상 가능할 것"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서 컴퓨팅 능력이 중요한 변수 라는 점에서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양자컴퓨팅)`기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퀀텀컴퓨팅이란 원자의 양자 역학적 효과를 기반으로 여러 연산을 동시에 수행해 빠른 속도로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 기술이다.

최초로 퀀텀컴퓨터를 상용화 시킨 것은 지난 2011년 캐나다의 D-웨이브(D-wave)사다. 이후 구글은 디웨이브(D-wave)와 협력을 통해 퀀텀컴퓨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지난 2014년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퀀텀컴퓨터 전문가를 별도로 대거 영입하는 등 인공지능과 컴퓨터 프로세싱 분야 개발에 애쓰고 있다.

구글 뿐 아니라 미국의 IBM, MS, 인텔 등 IT기업은 물론 중국의 알리바바 등도 최근 퀀텀컴퓨팅 개발에 적극참여하고 있다. 민간에서 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은 정부차원에서 퀀텀컴퓨팅 관련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옥스포드 공과대학에서 만난 퀀텀컴퓨터 분야 선구자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교수는 "영국의 경우 9개 대학과 30여개 파트너사가 함께 퀀텀컴퓨팅 연구 허브를 구축해 NQIT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QIT(Networked Quantum Information Technologies)는 영국 정부가 주도하는 양자 기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4 년에 설립 된 퀀텀 컴퓨팅 연구 허브다. 영국은 이 프로젝트에만 5년 동안 3800만 파운드(약560억원)를 지원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2015년부터 5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오브라이언 교수는 "지금은 세상의 문제를 각각 다른 컴퓨터를 통해 점검해보고 이를 다시 통합하는 과정을 겪지만 퀀텀 컴퓨팅이 도입되면 한 번에 모든 변수를 감안해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특히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실험하는 어려움을 양자컴퓨팅을 통해 테스트해 새로운 의약품이나 재료 개발이 가능하다 "고 밝혔다.

또 "도시 전체를 비용 낭비없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컨트롤 하는 시스템이나 물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해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빨리 물건을 도달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 퀀텀컴퓨팅에 대해 설명하는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영국 옥스포드 공과대 교수)

90년대 만약 퀀텀 컴퓨팅 기술이 있었다면 얇고 고른 철판을 만들기 위해 사람이 직접 실험을 할 필요도,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할 필요도 없이 컴퓨터가 스스로 여러 변수를 계산해 가장 적합한 조건을 빠른 시간 내 도출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은 2005년부터 퀀텀 컴퓨팅 연구를 시작했지만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약 41%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년에 1조원 이상 쏟아 부을 만큼 퀀텀 컴퓨팅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한국은 약 70여 명의 연구자에게 연간 150억 원을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기술(퀀텀컴퓨팅)에 대한 소극적인 지원은 그와 관련된 산업(인공지능 등) 뿐 아니라 전반적인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데 뒤쳐질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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