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Fed 때리기’…美 증시 거품붕괴 변곡점 되나?

유오성 기자

입력 2017-06-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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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간으로 내일부터 양일간 일정으로 중앙은행(Fed) 회의가 열린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추가 인상 여부와 지난 3월 Fed회의 이후로 가시화되고 있는 자산매각의 윤곽이 잡힐지 여부다. 하지만 월가의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권을 바탕으로 ‘Fed를 얼마나 세게 때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Fed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왔던 변곡점은 9년 전에 발생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다. 사상 초유의 위기라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는 감당하지 못했다. 대신 제로 금리, 양적완화(QE),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위기극복과 경기부양을 모색했다.



Fed 목표도 전통적인 물가안정’에 ‘고용창출’이 추가됐고, 금리변경도 ‘준칙(존 테일러)’보다 ‘제한적 재량정책(밴 버냉키·재닛 옐런)’으로 변경됐다. 금융 감독권도 ‘빅 브라더’로 중앙은행에 집중시키면서 독립성이 더 강화됐고, 통화정책 관할대상도 실물경제만 고려(그린스펀 독트린)하던 것을 자산시장까지 확대(버냉키 독트린)했다.

Fed 때리기는 외부로부터 먼저 시작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 의회가 올 들어 처음 Fed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는 법안(Federal Reserve Transparency Act of 2017)을 발의했다. 핵심은 ‘부분 감사’에서 ‘전면 감사’, ‘사후 감사’보다 ‘사전 감사’를 더 강화하는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에 임기가 만료됐던 통화감독청(OCC)의 수장으로 한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일했던 조세프 오팅을 낙점했다. OCC는 재무부와 독립된 기관으로 Fed, 연방예금공사(FDCC)와 함께 3대 금융 감독기관이다. 벌써부터 Fed의 통화정책 추진에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빠르면 이번주부터 인사권을 통한 Fed 때리기도 시작된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규제(혹은 감독)담당 부의장으로 유력한 ‘랜달 퀄스’다. 2010년 도드 프랭크 추진 이후 Fed의 부의장은 종전의 행정담당(스탠리 피셔)과 규제담당으로 이원체제로 운영돼 왔다. 금리결정권한을 갖은 Fed 이사가 겸한다.

랜달 퀄스의 통화정책 운용 잣대는 옐런-피셔의 ‘재량적(discretionary)’ 방식보다 ‘준칙(rule)’에 의한 방식을 선호한다. 밴 버냉키 전 Fed 의장과 옐런(당시 Fed 부의장) 의장의 최대 역작인 도드 프랭크 법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옐런 의장의 대형은행 해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견해다.

나머지 공석 중인 Fed 이사(공석 3명 중 한 명은 규제담당 부의장)도 속속 윤곽이 잡히고 있다. 월가에서는 사실상 내정된 굿 프렌트 카이네기 멜론대 교수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8년 동안 예비공개시장위원회(Shadow FOMC)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버냉키-옐런의 통화정책 운용방식이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통한 Fed 때리기의 피날레는 내년 2월말이 임기인 옐런 의장의 교체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전략가답게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에 대해 ‘밀고 당기기’를 해왔다. 선거기간에는 ‘교체’, 취임 이후에는 ‘재임명’을 공언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당선 직후 일등공신으로 치켜세우다가 취임 이후 가차 없이 해고시켰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트 대통령이 차기 Fed 의장으로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를 적임자로 보는 것은 ‘미국의 재건’과 같은 확실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버냉키-옐런의 재량적 방식에서 벗어나 통화정책이 중립성만 지켜준다면 우선순위를 둘 재정정책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석 중인 Fed의 이사가 다 채워진다면 옐런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면서 주요 통화정책 현안을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Fed 회의가 옐런의 소신을 밀어붙일 수 있는, 즉 ‘옐런의 반란(Yellon’s insurgency)’이 있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월가에서 금리를 올리고 자산매각 시기와 규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주의를 지향한다.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위해서다.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를 초래해 무역적자가 확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강세’보다 ‘약세’를 선호한 이유다. Fed 멤버가 친트럼프 인사로 채워지면 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관철될 더 가능성이 높다. 달러 투자자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증시 입장에서 트럼프의 Fed 때리기가 갖는 의미는 최근 부쩍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거품 붕괴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는 ‘랠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이 올랐다. 하지만 이달 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1000을 돌파한 이후 2주 넘게 주춤거리면서 잊혀졌던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미국 증시 거품 논쟁은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명했던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 간 ‘주식숭배 종료’ 논쟁을 요약하면 이렇다. 빌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보유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14년 8월에는 석학 간에 벌어졌다. 미국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CAPE(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가 26배로, 20세기 이후 평균수준인 15배를 상회해 거품이 끼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제라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는 주가 결정에 미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 후 잊혀져가던 거품 논쟁이 최근에는 투자 구루와 세계적인 석학 간에 벌어지고 있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년 전부터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해온 실러 교수는 지금은 CAPE가 28배에 도달해 적정수준 20배를 훨씬 웃돈다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랠리의 최대 승자인 버핏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을 더 살 것을 권하고 있다.

‘낙관론’과 ‘신중론’이 혼재돼 있는 미국 증시 앞날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가결정의 기본인 3대 요인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미국 경기는 작년 2분기를 저점(길게는 2009년 2분기)으로 다시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 하지만 분기별 성장률은 들쑥날쑥하고 있어 종전 회복기에 비해 건전치 못하다.

기업 실적은 비교적 괜찮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에서는 매출액과 같은 ‘보이는 경쟁’보다 비용 절감, 생산성 증대와 같은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전과 동일한 매출을 올린다 하더라도 수익은 늘어난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 창업이 늘어나면서 미리실적 기대치도 높아지는 추세다.

증시주변자금은 유동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려나감에 따라 시중자금은 줄어들 수 있다. 더 중요한 시장 간 자금흐름은 ‘금리상승으로 손실이 커지는 채권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위험선호 투자자 자금만 증시로 유입되고 있으나 이보다 3배나 많은 위험기피 투자자 자금이 들어오면 주가는 크게 오르고, 채권시장으로 되돌아간다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 경계선이 놓여 있다.

앞으로 미국 주가가 오르더라도 투자자는 두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나는 기조 효과 등으로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낙관론(상승)과 조정론(하락)이 혼재한 만큼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지금까지는 주식이 ‘편한 투자’였으나 앞으로는 ‘불편한 투자’로 변한다는 의미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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