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변호인단 “朴 홀로 두고 떠난다”

입력 2017-10-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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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변호인단 전원 사임계 제출… 재판부 "심리 지연 우려"

박근혜 변호인단 유영하 "어떤 변론도 무의미"

박근혜 변호인단 전원 사임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7명이 16일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항의성 표시로 전원 사임계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박근혜 변호인단의 전원 사임에 사실상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만큼 재판부는 사임 의사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에서 "재판부의 추가 영장 발부는 사법부의 치욕적인 흑역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구속 연장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연 피고인이 인멸할 증거가 어디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혹여 석방돼 안종범 등을 회유해 증언을 번복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피고인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변호인들은 더는 향후 재판 절차에 관여해야 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다"며 "피고인을 위한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모두 사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광장의 광기와 패권적 정치압력으로 형식적 법치주의가 부활하면 법치는 후퇴하고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걸 재판부는 진정 생각해보지 않았느냐"면서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살기가 가득 찬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의 결정에 무책임하고 꼼수를 부린다는 비난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모든 비난을 감당하겠다"며 "역사를 관장하는 신이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후세가 이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변호인단의 집단 사임계 제출에 "신중히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법정형도 그렇고 필요적(필수적) 변론(을 해야 하는) 사건"이라며 "변호인이 없으면 공판 자체를 진행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면서 "모두 사퇴하는 경우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그 경우 10만 쪽이 넘는 수사 기록과 재판 진행 상황을 검토해야 해서 심리가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결 구금일수가 증가해 그 피해는 피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사건의 실체 규명도 상당히 지체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어떤 예단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테니 사임 여부를 신중히 재고해달라"고 설득했다.

검찰 측도 "재판부의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피고인 측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향후 적절한 재판을 위해 피고인 측에 다시 한 번 재판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일단 전원 사임계를 제출한 만큼 재판부는 17일 예정한 재판을 19일로 연기해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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