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군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탱크와 정예부대인 황금사단을 앞세우고 16일(현지시간) 키르쿠크 시내로 진격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지난달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한 데 대해 이라크 정부가 군사적 방법으로 KRG를 본격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주(주도는 키르쿠크 시)는 KRG의 공인된 자치지역이 아니다. 그러나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KRG의 군조직 페슈메르가가 사수했고 이를 근거로 KRG가 자치권을 주장하면서 이번에 키르쿠크 주의 일부 지역에서 분리·독립 투표를 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이날 낸 성명에서 "전체 국민에 봉사하고 통합을 보전하라는 헌법상 임무를 완수하고 있다"며 "(쿠르드 지도부는) ISIS(IS의 옛이름)의 위협이 여전한데도 일방적 분리·독립투표로 이라크가 분열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르드는 인종주의에 기반한 나라를 원한다"며 "페슈메르가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통제를 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동요를 우려한 터키 정부도 이라크 정부의 군사 행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라크군은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군사 작전을 벌여 쿠르드계가 관리해 오던 키르쿠크 시의 주요 군사기지와 석유회사도 장악했다.
IS 격퇴전이 마무리되는 이라크에서 내부 세력간 군사적 충돌이 확대될 조짐이다.
이라크 합동작전사령부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전날 밤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키르쿠크 서북부 유전지대에서 페슈메르가를 몰아내고 주요 군사기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라크군 관계자는 키르쿠크 서북부에 있는 국영석유회사의 북부 본부도 빼앗았다고 말했다. 이 본부 청사는 쿠르드계가 관리해 오던 곳이다.
이라크군은 키르쿠크 서부와 남부의 여러 지역을 장악했으며 그 지역의 시설 가운데 K1 공군기지, 발전소, 산업지구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군과 페슈메라가가 교전을 벌였으나 구체적인 인명피해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페슈메르가는 키르쿠크의 한 공항에서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페슈메르가 사령관인 아유브 유수프 장군은 "우리는 이곳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항에서 이라크군에 맞서 싸우겠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지난 3년간 IS 격퇴전 과정에서는 이라크군과 페슈메르가를 모두 미국이 지원한 터라 양측 모두 미제 최신 무기로 상대방을 겨누는 미묘한 모양새가 됐다.
KRG는 지난달 25일 이라크 중앙정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분리·독립 투표를 시행했다.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자치지역 3개주와 키르쿠크, 디얄라 주 등 쿠르드계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 이뤄진 이 투표에서 유권자의 93%가 분리·독립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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