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허리케인 상처 딛고 우승 자축 '열광의 도가니'

입력 2017-11-0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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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대 도시 휴스턴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불과 9주 전만 해도 5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 `하비`가 시가지 전체를 강타하면서 시민들이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였던 도시다.

미국 언론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창단 55년 만에 처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림으로써 허리케인 피해로 상처받은 시민들에게 큰 기쁨을 전했다고 2일(현지시간) 일제히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비 이후 9주, 휴스턴의 축하`라는 기사에서 휴스턴 시내 레이크우드 주택가에서 허리케인으로 부서진 가옥을 복구하면서 이웃과 함께 월드시리즈 경기를 시청한 주민들의 얘기를 전했다.

여전히 집 군데군데가 파손된 이재민 웨일런 두켓(32)은 "우리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재난을 알고 있고, 그들은 우리가 여기서 어떻게 헤쳐나갈지 알고 있었다. 지금 월드시리즈 우승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휴스턴의 우승 스토리가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 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7차전까지 명승부를 펼친 것 못지 않게 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 양키스는 9·11 테러가 나던 해 월드시리즈에 올라갔으나 당시 김병현이 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7차전 끝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허리케인이 몰고 온 집중호우로 집안에 1m 넘게 물이 차올라 가재도구를 모두 못쓰게 된 일부 주민들은 라디오를 통해 월드시리즈 경기 중계를 들으면서도 환호했다.

주민들은 TV가 귀하던 시대처럼 허리케인 피해가 적은 이웃집에 옹기종기 모여 TV를 보며 단체응원을 했다고 한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고 개선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시내 라마르 스미스 지역에서 우승 축하 퍼레이드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단 우승 퍼레이드로 시내 일부 구간 교통이 통제된다고 시 당국은 전했다.

휴스턴 시 당국은 1995년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켓츠가 우승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퍼레이드에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 역사상 최대 퍼레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터너 시장은 ABC 방송에 "이런 엄청난 축하 행진을 주재하는 건 진짜 특권이다. 우리는 허리케인 하비로부터 회복했고 이제 우리 영웅들을 맞이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월드시리즈 경기 내내 가슴에 `휴스턴 스트롱`(Houston Strong)이라고 쓰인 패치를 붙이고 뛰었다.

허리케인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휴스턴 지역 주민들에게 `우리는 강하다`라며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였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구단도 허리케인 탓에 홈 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에서 경기를 할 수 없어 중간지역인 탬파베이 레이스 홈구장에서 한동안 홈 경기를 치러야 했다.

휴스턴 선수들은 "우승을 휴스턴 팬들에게 바친다"고 입을 모았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조지 스프링어는 "많이 견디고 있는 우리 팬들을 위해 우승해서 정말 행복하다"며 "우리는 챔피언으로서 집에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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