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SDR 편입 1년…시진핑, '대국굴기' 얼마나 실현하나

입력 2017-11-06 09:43  



중국 정부의 오랜 숙원 과제였던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IMF SDR) 통화 바스켓 편입된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신흥국 통화 중 가장 먼저 준비통화로 인정받는 것으로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금융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됐다.

SDR은 회원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쳐했을 때 담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가상적인 국제준비통화다. 1970년 도입 당시에는 SDR과 달러 가치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1SDR을 금 0.88671g으로 설정됐다. 세계무역이 급증하면서 금 생산량에 한계가 있고 미국이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경상적자를 감수(‘트리핀 딜레마’라고 부른다)해야 했다.

이 때문에 1974년에는 SDR 가치를 세계무역의 1% 이상인 상위 16개국 통화와 연계돼 산출하는 바스켓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구성통화가 많아 계산이 복잡하고 변동성이 심해 1981년부터는 달러화, 엔화, 마르크화, 파운드화, 프랑화로 축소시켰다. 2001년부터는 마르크화, 프랑화가 유로화로 흡수되면서 현 체제가 확정됐다.

SDR 바스켓 통화 편입 여부는 5년에 한 번씩 기존 편입국의 85%가 찬성해야 확정된다. 편입 희망국 통화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세계무역 결제에 있어 해당 통화의 활용 여부다. 다른 하나는 국제외환시장에서 사용 편의성으로 △충분한 외환 거래량 △선물환 시장 존재 여부 △자본거래 개방성 등이 평가기준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공식 선언했다. 그 후 환율제도 개편뿐만 아니라 △무역과 투자결제 시 위안화 사용 권유 △자본시장 개방 통한 외국자본 유치 △역외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다.

특히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위안화 국제화에 주력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2010년 3분기 1,264억 위안에서 올해 3분기에는 3조 위안을 넘어섰다. 위안화 거래센터도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 파리, 토론토, 서울 등 15개국 주요 도시에 설립했다.

2008년 이후 28개국과 3조 1,592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위안화 거래 여건 개선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1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도 위안화 결제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신개발은행(NDB)의 준비통화도 위안화를 기본으로 하고자 합의했다.

중국 정부가 SDR 편입에 주력해온 것은 경제규모에 걸맞게 국제통화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고자 야망 때문이다. 신흥국이 위안화를 준비외화로 보유할 수 있게 되면 고질적인 ‘낙인 효과(Stigma Effect·신흥국에 속했다는 자체만으로 당하는 불이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각종 위기에 시달려왔던 대부분 신흥국에게 낙인 효과는 의외로 크다.

다양한 형태의 효율적인 자금조달도 가능해 진다. 현재 국제채권시장의 경우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대부분 선진국 통화로 구성돼 있어 중국의 경우 빠른 성장과 높은 경제규모에도 신흥국 우려에 따른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 지불로 자금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다른 신흥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춰 ‘달러 함정(Dollar Trap)’에서 벗어날 수 있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 국채 중 22.7%에 달한 만큼 최대 보유국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하거나 팔게 되면 보유국채 가격이 떨어져 대규모 평가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달러 자산을 매입해야 하는 ‘달러 함정’에 빠져 왔다. SDR 통화 바스켓 포함되면 위안화가 국제준비통화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에서 점차 달러 의존도와 비중을 축소시켜 나가 궁극적으로는 달러 함정에서 벗어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IMF에도 커다란 변화에 예상된다. 현재 IMF 내 투표권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나머지 16개 신흥 회원국의 비중은 30% 내외에 불과하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됨에 따라 2차 대전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IMF 내에서 신흥국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제금융질서도 미국과 중국 주도의 양대 경쟁구도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국제통화기금)-WB(World Bank·세계은행)-ADB(Asia Development Bank·아시아개발은행)’으로 이어지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가 전개돼 왔다.

하지만 위안화의 SDR 편입을 계기로 중국 주도의 ‘CRA(Contingent Reserve Arrangement·긴급외환보유기금 혹은 중국판 IMF)-NDB(New Development Bank·신개발은행)-AIIB(Asian Infrastructure Invement Bank·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을 통해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를 전개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에 열렸던 18기 당 대회를 통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 국가 주석은 덩샤오핑으로 비유된다. 덩샤오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다)’를 강조한 반면 시진핑 주석은 ‘대국굴기(大國?起·경제위상을 널리 드높인다)’를 추구해 왔다.

대국굴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홍콩 딤섬본드 기채 허용 △동남아 무역 위안화 결제 △역외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통화스와프 체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중국형 국제결제시스템(CIPS) 구축 △위안화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편입 순으로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추진해 왔다.

작년 말 기준으로 세계 실물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넘어 명실공이 미국과 함께 ‘G2’ 체제(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차이메리카’라 부른다)를 구축했다. 하지만 무역 등 국제결제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에서 위안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안화 국제화 과제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달러, 유로 등 선진국 통화는 국제결제와 각국 외환보유에서 위안화보다 더 높은 위상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도권 다툼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위안화 국제화 추진 대상국은 신흥국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신흥국에서 한국의 위상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 무역(수출+수입)규모는 8위, 외화보유액과 시가총액은 각각 9위, 8위다. 20K-50M(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명) 클럽에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모든 세계 국가 중에서 10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외형상 경제규모만 따진다면 선진국이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 한국이 빠진다면 상징성이 크게 줄어들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어진다. ‘스위트 스팟’이 빠진 던킨 도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지난 통화스와프 협상이 어떤 반대급부 없이 연장된 것처럼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사드 보복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형성되는 배경이자 근거다.

분위기와 여건도 좋다. 이번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사드배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사드 보복을 철회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방중에 이어 열릴 아·태 경제협력회의(APEC)에서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중국 쏠림 정도는 지나치게 높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유커에 의한 윔블던 현상(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국 선수인 영국인보다 외국 선수가 우승하는 횟수가 더 많은 것에 비유된 용어)’도 심하다. 최소자승법 등을 통해 2014년 12월 원과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이후 두 통화 간 상관계수가 ‘0.8’에 달할 만큼 높게 나온다.

사드 보복이 풀리는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무역과 기업 진출에 있어 중국 쏠림 정도를 시급히 줄여나가야 할 때다. 국내금융시장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유커 윔블던 현상도 완화해 나가야 한다. 그 방안만이 자국의 실리 관계에 따라 한순간에 바뀌는 국제정세에서 우리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위안화 SDR 편입 이후 세계무역과 국제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를 토대로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중국 정부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국내 기업은 결제통화 다변화, 브랜드 가치 강화, R&D 투자 확대를 통한 기술력 제고, 효과적인 환위험 관리 등을 통해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마련해나가야 할 때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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