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혐의 인니 여성, 충격받은 얼굴로 잡혀" 경찰 증언

입력 2017-11-1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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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사건에 연루된 인도네시아인 여성이 현지 경찰에 체포될 당시 상당히 충격받은 모습을 보였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는 몰래카메라 촬영이라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았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16일 국영 베르나마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슬랑오르 지방경찰청 소속 수사관 나스리 만소르는 전날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5·여)를 체포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그는 올해 2월 16일 새벽 쿠알라룸푸르 외곽 암팡 지역의 한 호텔에서 아이샤를 체포한 경찰 중 한 명이다.

나스리는 "오전 2시 15분께 방 앞에 도착하니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노크하고 들어서니 불이 환히 켜진 객실 안 침대에 시티 아이샤가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라고 밝히자) 그녀는 충격받은 모습으로 무슨 사건 때문이냐고 물어왔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 터미널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아 숨진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경찰은 시티 아이샤의 객실에 있던 휴대전화 2대와 범행 당시 입었던 옷가지, 명품백, 미화 300달러 등도 함께 압수했다.

나스리는 "장갑을 끼지 않은 채 (시티 아이샤의) 블라우스를 만진 탓에 이후 일주일간 여러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후 분석결과 아이샤의 옷가지에는 VX 신경작용제가 묻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티 아이샤도 체포 당시 VX 노출로 인한 신체 이상을 겪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티 아이샤는 베트남 국적 피고인인 도안 티 흐엉(29·여)과 함께 지난 2월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VX 신경작용제를 건네준 북한인 피의자 4명은 범행 당일 전원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지만, 두 사람은 현지에 남아있다가 잇따라 체포됐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이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했다면서 지난 3월 1일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았을 뿐이라며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말레이시아 법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원의 판결은 일러야 내년 2분기에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일부터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김정남 암살사건 공판은 이달 들어 증인으로 출석한 현지 경찰 당국자가 수사 노트 등 관련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면서 수차례 일정이 연기됐다.

일부 변호인이 사건 초기 체포됐다가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된 북한인 리정철(46)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7만 쪽 분량의 한국어 문건을 전량 검토한 뒤에야 증인 반대신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도 재판이 지연되는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달 28일부터 나흘간 공판을 진행한 뒤 내년 1월과 2월, 3월에 각 며칠씩 재판하는 방식으로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자료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

시티 아이샤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16일 기자들을 만나 "양측의 의견개진이 완료된 시점부터 재판부의 판결까지는 보통 한 달 이상 걸린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은 2018년 2분기 중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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