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오피스텔 화재 합동감식…작업자 2명 실화 혐의 입건

입력 2017-12-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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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낮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 화재 합동감식 현장.


작업중지명령서가 부착된 출입구 안쪽 건설현장 1층은 재와 그을음으로 뒤덮여 새카맣게 변해버렸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용인시에서도 연기가 관측될 정도로 거셌던 화염은 건축 중인 오피스텔 10층 높이 추락물 방지망에까지 거뭇하게 불탄 흔적을 남겼다.
불길과 직접 맞닿은 저층 부분은 피해가 더 컸다.

3층 높이의 상가동 곳곳은 불길에 철골 구조물이 휘거나 검게 변했고, 철제 난간 부분은 뼈대만 남아 형체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감식 현장 바로 옆 또 다른 건설현장 작업자들은 아찔했던 전날 사고가 떠오르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식 과정을 지켜봤다.
현장 관계자는 "옆 오피스텔 현장에서 불길이 치솟는 걸 보고 우리 현장에 있던 100여 명의 작업자도 놀라 한달음에 대피했다"라며 "다행히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어 다친 사람은 없지만, 불길이 이쪽까지 번졌다고 생각하면 그저 아찔하다"라고 토로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소방 등 관계기관과 함께 3시간여 동안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현장에 남은 유류물의 흔적을 감식한 경찰은 작업자 진술대로 불이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처음 시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지하 2층에서 용단작업을 하던 김모(47)씨와 이모(48)씨로부터 작업 중 불꽃이 단열재로 튀며 불이 시작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또 발화지점 주변에서 20㎏짜리 소화기 1개와 3.3㎏짜리 소화기 4개를 발견, 작업자들이 자체 진화를 시도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3.3㎏짜리 소화기 2개는 안전핀이 꽂혀 있는 상태였고, 나머지 2개는 화재 발생 이후에 들여온 것으로 확인돼 자체 진화에는 20㎏짜리 소화기 1개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발화지점 주변에 방화포 등 안전설비는 발견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는 아직 설치 전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합동감식반은 화재 원인을 면밀히 살피기 위해 지하 2층 천장 배관과 전등, 남은 단열재 등을 수거해 정밀분석한다는 방침이다.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주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작업자 진술과 현장 상황이 일치함에 따라 이날 김씨와 이씨를 실화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등이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고, 용단작업 중 불을 낸 것이 입증돼 우선 실화 혐의만 적용하고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다른 관계자들의 경우 현장 안전조치와 산업안전법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추가 입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전날 오후 2시 46분께 화재가 발생, 근로자 이모(29) 씨가 숨지고 장모(56·소방위)씨와 김모(34·소방교)씨 등 소방관 2명이 얼굴과 양손에 1∼2도 화상을 입었으며, 근로자 13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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