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검토할까…청 "확정 안돼"

입력 2018-01-1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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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데 관계 부처 간 의견이 모였다고 밝히면서 가상화폐 투기에 초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가 박 장관 발언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서면서 거래소 폐쇄 등 강경 방침의 실행은 여지를 남겨두게 됐다. 폐쇄가 최선의 방안인지 다른 보완책은 없는지 등에 관한 부처 간 논의와 조율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도 거래소 폐쇄와 같은 강경 규제에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어 정부가 실제로 거래소 폐쇄 법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쉽게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가상화폐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이 너무나도 클 것으로 예상해 부정적인 시각을 관련 부처에 전해왔다"며 "현재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안을 내는 것에 부처 간 이견이 없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거래소 폐쇄 일정을 구체적으로 못 박지는 않았지만, 국회 입법을 앞두고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중간에 여러 대책이 마련돼 집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다만 거래소 폐쇄 방침이 개인 대 개인(P2P) 간 거래까지 막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대량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 폐쇄를 넘어 개인 간 직접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행위까지 국가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장관이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 간 조율된 말씀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가상화폐 규제 관련 정부 내 두 핵심부처 수장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거래소 폐지 방침은 이날 한때 기정사실처럼 시장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윤 수석은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박 장관과 최 위원장이 말한 `조율된 입장`이 범정부 차원의 최종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수석의 언급이 나오자 법무부도 완화된 입장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가상통화 관련 법무부 입장`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 "법무부는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해왔으며 추후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처 간 입장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던 지난달 28일 관계 부처 차관회의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지난달 28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차관회의를 연 뒤 거래소 폐쇄 특별법 제정 추진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 놓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선언적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았다. 금융권이 과열될 때 당국이 `구두개입`하는 것처럼 투기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거래소 폐쇄 방안을 일종의 추가 대응방안으로 검토한다는 취지로 해석했던 것이다.



지난달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상화폐 관련 동향과 대응방안을 검토한 이후 정부 내 기류가 가상화폐 거래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강하게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 장관과 최 위원장의 `의견 조율`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박 장관이 거래소 폐쇄 특별법 제정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만큼 앞으로 입법 전까지 정부는 `거래 규제`에 주안점을 두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사행성 게임인 `바다 이야기`를 방치했다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했던 전례에 비춰 사행성 투기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한다.
다만 정치권에서도 거래소 폐쇄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향후 국회 논의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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