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막 내린 파리바게뜨 사태···숙제만 남았다

김민수 기자

입력 2018-01-12 11:20  


파리바게뜨 사태가 4개월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5,300명의 제빵사들은 파리바게뜨의 자회사를 통해 고용된다. 임금도 크게 올리고 복지도 본사 수준이니 사실상 본사 고용이다. 버티던 파리바게뜨는 정부와 여당, 시민단체의 전 방위 공격에 결국 무너졌다. 이제부터 프랜차이즈업계 선두주자로 이제부터 잘하면 되는 거다. 길고 긴 취재도 끝났으니 시원은 한데, 들여다보니 어째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는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제 파리바게뜨 제빵사는 사실상 본사 소속이다. 가맹점주한테 돈을 받고 파견을 나가는 건데, 여기서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앞으로 제빵사는 철저히 본사의 관리·감독만을 받아야만 한다. 가맹점주가 직접 관리·감독을 하고 지시를 하면 불법파견이다. 가맹점주가 제빵사한테 지시를 내릴 수 없다면 빵집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다른 편법이 등장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무엇보다 점주의 자율 경영이 보장되는 프랜차이즈업의 본질 자체가 뒤엉켜버렸다. 제빵사가 일해서 만든 빵을 팔면, 돈은 가맹점주가 번다. 본사에 수수료를 내지만, 그 업장의 주인은 가맹점주다. 때문에 제빵사는 처음부터 가맹점주가 고용하는 것이 옳았다. 본사는 교육시설을 운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제빵사들이 대기업 고용을 원했고,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가 양질의 일자리를 이유로 색다른 논리를 폈을 뿐이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결국 욕도 먹고 돈도 쓰고 이제 시한폭탄까지 안게 됐다.

둘째는 파견법이다. 이번 사태가 미봉책으로 마무리된 것은 20년짜리 해묵은 파견법을 2017년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파리바게뜨 사태는 5,300명 제빵사들의 안정적인 고용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업계 특성은 무시한 채 낡은 파견법으로 민간부문 고용에 무리하게 개입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금 현실과 산업별 특성에 맞게 파견법을 개정하고 그에 따라서 처리하는 게 정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좋은 일자리를 만든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보기에 따라 다른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바로 그 법이 그랬기 때문이다.

셋째는 이번 협약식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너무도 이채롭다. 노사 협약식에 민주당과 정의당, 참여연대, 비정규직노동센터까지 나서 무려 `8者(자)`가 도장을 찍었다. 민간기업의 노사협약식인지 노사정 대타협의 현장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이 장면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민간기업은 민간의 영역이다. 노사가 못 푸는 문제가 있다면 고용부가 나서면 되는 것이고, 불법이 있다면 검찰과 법원이 있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치권과 노동계가 나서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 선은 어디까지나 포토라인 전까지다. 노사 협약식은 머리를 맞대고 싸우던 노사가 환히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고 다짐하는 자리다. 이 자리까지, 그 선을 넘지는 말자.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파리바게뜨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이를 지켜보던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일어날 것이다. 선례가 안 좋은 만큼 그 대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누군가 서둘러 해결하려했던 파리바게뜨 사태가 남긴 숙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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