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못한 이웃 위해"…고물 주워 이웃 돕는 70대 장애인

입력 2018-01-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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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행복입니다. 보잘것 없지만, 내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힘들더라도 나눠야지요"


충북 옥천군 청산면 향교 옆에는 고철, 빈 병, 폐지 등 각종 고물이 수북이 쌓여 있는 허름한 집이 있다.
정부의 기초생활수급금을 받는 이기태(77)씨 부부가 부지런히 일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삶의 터전이다.
이씨 부부는 이곳에서 20여년째 고물 수집을 한다. 경운기를 끌고 주변 골목이나 상가 등을 돌면서 돈이 되는 것은 모조리 주워 모은다.
이씨는 젊은시절 방앗간 일을 하다가 손가락을 잃고 장애인(4급)이 됐다. 심부전증을 앓는 아내를 돌보면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정한 직업이 바로 고물 수집이다.
그는 이곳에서 하루 3∼4시간씩 힘든 야외 노동을 한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에도 쉴 틈이 없다.
이렇게 버는 돈은 한 달 20만∼30만원에 불과하지만, 그는 값진 노동의 대가를 이웃과 나누면서 살고 있다.
겨울마다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 라면 1상자씩을 선물하는 게 그의 나눔 실천 방식이다.
과거에는 자신이 평소 봐둔 집을 골라 라면을 전달했지만, 불편해하는 이웃을 염려해 요즘은 면사무소에 의뢰한다.
올해도 그는 지난 26일 면사무소에 라면 22상자를 전달했다.
이씨는 "벌이가 시원찮다 보니 마땅한 물품이 없어 라면 선물을 한다"며 "나보다 못한 이웃이 따뜻한 겨울을 나는 데 보탬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몇 해 전까지 그는 보건소의 이동 목욕 차량을 따라다니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목욕을 도와주는 봉사도 했다.
그는 "지금은 나이가 들어 목욕봉사를 멈췄지만, 누군가를 도울 때 느끼는 뿌듯함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다"며 "작은 것을 나누면서 내가 얻는 게 훨씬 많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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