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자산관리사업자 누가 될까?

방서후 기자

입력 2018-09-07 15:07   수정 2018-09-07 18:40

근로복지공단이 최근 퇴직연금 자산관리를 맡을 금융기관 선정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지원을 포기하면서 두 번의 공모 끝에 신한금융투자가 단독 지원 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퇴직연금 운용관리사업자들 중에는 금융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이 포함돼 있습니다. 바로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영세한 사업자들의 퇴직연금을 관리하면서 퇴직급여 체불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에 기여하기 위해 업계 최저의 운용관리수수료를 내세우며 사용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근로자들의 피같은 월급도 지키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12월부터 퇴직급여제도가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됨에 따라 4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근로복지공단은 이후 30인 이하 모든 사업장까지 관리하게 되면서 사업 시작 5년 만에 적립금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었던 것일까요. 수수료만 최저인 줄 알았더니 수익률도 낙제점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총비용부담률은 0.15%로 은행이나 금융투자업권 등 다른 퇴직연금 운용관리사업자들 가운데 가장 낮았고, 연 수익률도 1% 대로 업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총비용부담률은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 펀드 총 비용을 합한 연간 총비용에서 기말 적립금을 나눈 수치로, 통상 수익률에서 총비용부담률을 공제한 비율이 실질적인 퇴직연금 수익으로 간주됩니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낮은데도 수익률이 낮은 근로복지공단의 퇴직연금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적배당형 등 공격적인 투자가 늘고 있는 다른 업권에 비해 지나친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의 보수적인 운용 행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수익률 패착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현저히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으라며 칼을 빼들었고,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퇴직연금 자산관리를 맡을 금융기관을 추가로 선정키로 했습니다. 금융기관 중에서도 현재 자산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은행과 보험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증권사를 간택하기로 한 겁니다.

최근 진행된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자산관리사업자 공모에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다름 아닌 신한금융투자였습니다. 두 번의 유찰 끝에 들어온 단독 입찰인 만큼 재공모 대신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월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2조원 가량을 보유한 증권업 내에서는 중위권 사업자입니다.

문제는 신한금융투자가 불과 7개월 전 퇴직연금 가입 기업에 특별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제재 조치를 받았다는 데 있습니다. 나라에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사업 당사자의 도덕적 해이 등의 요소가 평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29일부터 11월 24일까지 현장점검을 진행해 14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골프접대와 상품권 제공 등을 통해 총 4억6천만원 상당의 특별이익을 퇴직연금 가입 기업에게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한 7곳은 지난 2월22일 관련 임원 등에 대해 견책·주의 등의 제재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는 사업자 선정에 필요한 평가 항목 중 기관 지적사항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받은 조치만 해당한다며 입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을 확대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자 공모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평가 과정에서 감점을 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징계를 받았던 증권사들은 이번 자산관리사업자 입찰을 고사했습니다. 공단이 자산관리자에 제시한 수수료율이 적립금의 0.3%로 현재 자산관리자로 있는 우리은행보다 높은 만큼 보수가 적어서라기 보다는 증권업계 내에서 알아서 꺼리는 분위기였음이 감지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나라에서 하는 사업이다보니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고객들 위주로 수익률 제고 등 자체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공단 입찰 공고문에는 수수료를 0.3%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0.2%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공기관과 사업을 하는 것이 트랙 레코드 쌓기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수익이 높지 않아 입찰에 선뜻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전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지난 2015년 진행된 추가 사업자 선정 작업에서 절차의 적합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며 공모 자체가 전면 취소됐던 전적이 있었기에 이번 만큼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의지 또한 엿보입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수익률을 높이고 상품 경쟁력을 갖추고자 증권사를 자산관리사업자로 선정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며 "선정 절차에 문제가 없다면 오는 17일께 본계약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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