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유한양행 '미운 오리새끼', '1.4조' 백조된 사연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8-11-05 11:06   수정 2018-11-05 13:59

<<알투바이오는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
유한양행에게는 상처가 깊은 `아픈 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픈 아이가 이제 유한양행 100여년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영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 후보물질(YH25448)인 `레이저티닙`인데요.
알투바이오에서는 제약업계 사상 단일 규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을 이뤄낸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에 대해 자세히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올리타`로 인한 쓰라린 상처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으로 중국에 진출했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제약과 의료기기업계 역시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 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 허가 지연은 물론 수입 통관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요.
유한양행 역시 기술수출했던 `레이저티닙`도 이러한 과정을 겪기도 했습니다.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은 지난 2016년 7월 중국 제약사인 뤄신 바이오테크놀로지에 1억2,000만달러(1,352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되면서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해 12월 중국 뤄신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특별한 이유와 근거도 없이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당시 유한양행은 "계약 상대방이 계약조건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신약의 기술 자료만 요구하는 등 일방적인 주장만 했다"며 "계약이행에 대한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기에 해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만, `사드 보복 조치`의 일환이 아니었나라는 추측도 무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사드 보복 조치` 일환인지 아니면 정말 신약 후보물질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지 등등의 의견들이 분분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 `올리타` 그늘에 가려진 `레이저티닙`
왜냐하면, 당시에는 한미약품의 폐암신약 `올리타`(올무티닙)이 가장 주목받고 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5월 한미약품은 1차 폐암 치료제에 내성인 생긴 환자들을 위한 2차 표적항암제(3세대)인 `올리타`를 출시합니다.
한미약품의 표적 항암제인 `올리타`가 인정받는 것은 바로 비소세포폐암 가운데 EGFR 돌연변이 양성 반응자에게 처방할 경우 분류되는 3세대 치료제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 7월 `올리타`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연구개발을 위해 한미약품으로부터 8천500억원의 기술료를 주고 후보물질을 사들입니다.
물론 그 해 말 베링거인겔하임때문에 한바탕 큰 소용돌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만, 레이저티닙 입장에서 보면 올리타(올무티닙)은 `엄친아`였습니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뤄신과의 라이선스 계약 해지후 거의 1년간 임상1상 시험부터 차근차근 밟아가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은 `레이저티닙`에게는 재활기간이었던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 `2018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대전환
해마다 1월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가 열립니다.
글로벌 `빅 파마`(Big Pharma) 뿐 아니라 기술이전과 네트워크 공유의 장마당이 제대로 열리게 되는데요.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전세계 헬스케어 관련 정책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벤처캐피탈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제약·바이오 산업의 동향을 논의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자리입니다.
2017년에는 우리나라는 거의 `만국박람회 사절단` 정도로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글로벌 제약사들은 면역항암제에 주목했는데,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관심도 없는 표적항암제를 들고 가면서 사실상 소외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올해에는 국내 제약사들의 대응이 조금 달라졌는데요.
면역항암제와 `CAR-T`가 주목받는 자리에서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도 관심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JP모건 열리기 전 `기술수출한다`, `라이선스 아웃한다`고 가기 전부터 김칫국 마시면서 떠들던 중소 바이오기업 많았는데요. 버리셔도 됩니다.>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는 신약후보물질도 중요하지만, 철저히 임상데이터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많이 보고 중시하는 편입니다.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던 중요한 이벤트는 지난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된 `세계폐암학회`에서의 임상결과 발표였는데요.
임상을 총괄했던 조병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00여명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저항성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이 66%였으며, 임상2상 시험을 진행중인 용량에서는 71%"라고 발표했습니다.
객관적 반응률(ORR)이라는 것은 치료전과 치료후를 비교해 종양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을 말합니다.
얀센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 객관적반응률(ORR) `타그리소`와 비슷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투여군의 객관적반응률(ORR)은 71% 수준으로, 레이저티닙이 다소 낮게 나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임상1상 당시 반응률 51%에 그쳤던 타그리소가 임상3상에서 71%까지 향상된 반응률을 나타냈다는 점은 향후 레이저티닙의 반응률이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임상1상에서는 `레이저티닙>타그리소` 라는 것이죠.<물론 임상3상까지 가야하는 게 있지요.>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독점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치료제 시장 지형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선두주자인 타그리소가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는 가운데 `레이저티닙`의 잠재적인 경쟁약물로는 노바티스의 `나자티닙(nazartinib)`, 화이자의 `다코티닙(dacotinib)`, 중국 항저우 ACEA 파마슈티컬 리서치의 `아비티닙(avitinib)` 등이 있습니다. <물론 최근 노바티스는 `나자티닙`의 개발을 포기했죠.>
EGFR 표적 폐암치료제 시장은 흔히 1세대, 2세대, 3세대로 구분합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성분 게피티닙)과 화이자의 `타세바`(성분 엘로티닙)을 흔히 1세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복용할 경우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폐암이 악화돼 진행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를 극복해 탄생한 폐암 치료제가 바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성분 아파티닙)입니다.(2세대)
약재에 대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개발(R&D)가 시작되면서 3세대 EGFR 억제제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바로 한미약품의 `올리타`(성분 올무티닙)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 오시머티닙)입니다.
▲ `올무티닙` 전철 안 밟으려면
지난 4월 13일 한미약품은 눈물을 머금고 국내 신약 27호인 `올리타`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올무티닙 권리를 반환받으면서 글로벌 개발 속도가 늦어지게 됐고, 중국 자이랩의 권리 반환으로 중국에서의 임상3상 시험 진행이 불투명해졌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치열한 경쟁관계가 형성돼 있습니다. <거의 `약육강식` 시장입니다.>
조금만 시장 진입이 늦어도 곧바로 개발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미 타그리소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레이저티닙`이 살기 위해서는 신약의 우수성밖에 없습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B형 간염치료제 제픽스/헵세라`가 BMS의 `바라크루드`에게, 바라크루드가 길리어드의 `비리어드`에게 잠식당했던 것처럼..
3분기 실적 발표후 주가가 급락했던 유한양행이 `아픈 아이`에서 다시 일어설 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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