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KBO 채용 공고…'티슈형 인턴'의 비애 [JOB다한 이야기]

입력 2019-03-05 16:26  

“인턴에겐 퇴직금 없어”… 애매한 근무기간, 불법 아니지만 기업의 정당한 권리일까


최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의 인턴 채용 공고가 한 취업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 높은 스펙의 인재를 원하면서 고용보장이나 임금 수준이 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8일 서류접수를 마감한 KBO의 2019 인턴사원 채용 공고에는 통계 및 데이터 분석 능력 우수자 및 영어, 일어, 중국어 능통자(운영팀), 마케팅 전공자 및 영어 또는 스페인어 능통자(사업전략파트) 등이 우대사항으로 적혀있다. 월급은 세전 175만원이며 KBO가 인턴 사원을 고용하는 기간은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10개월이다.
얼핏 평범한 채용 공고 같지만,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KBO의 채용 공고를 보고는 한숨을 지었다. 취업준비생 A씨는 “우대사항이라 적혀있지만 사실상 필수 조건이라는 걸 모르는 지원자는 없다. 이렇게 고스펙을 원하는데 최저임금을 주고, 10개월만 일할 수 있어서 퇴직금 조차 받을 수 없다”고 문제를 꼬집었다. A씨의 말대로 10개월 근무 후 계약 연장이나 정규직·계약직 전환이 되지 않으면 해당 인턴은 퇴직금을 수령할 수 없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퇴직금은 4주간 평균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수령할 수 있다.
스포츠 마케팅 업체에 근무하는 B씨는 “3개월짜리 인턴직을 사람만 바꿔가며 고용해서 경기 시즌만 근근히 버티는 곳들이 태반이다. 차라리 KBO의 채용 조건은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B씨가 일하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는 인턴직을 3개월 단위로 재계약해 최대 11개월까지만 고용하는 ‘쪼개기 계약’을 하고 있었다. 기업이 사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꼼수다. 일경험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취업준비생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기업들이 아직도 있는 것이다.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 같은 고용 비용이면 우수한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BO의 인턴 채용 공고는 법정 최저 임금도 준수하고 있고, 우수 인턴은 정규직 혹은 계약직으로의 검토가 진행된다고 명시해 두었다. 그러나 정규직 채용을 간절히 원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에서 해당 공고가 제시하는 월급 등 근무 조건들은 지원자들이 갖춰야 하는 스펙에 비해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KBO 관계자는 해당 논란에 대해 “인턴 채용 기간은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프로스포츠 인턴십 지원에 따라 내부에서 정한 기간”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프로야구·축구 등의 연맹 및 구단이 인턴을 고용하면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10개월 간 인턴 인원당 125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관계자는 “10개월 간 지원금을 주는 것이지, 10개월만 고용하도록 안내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해당 인턴십을 거친 야구와 축구 인턴 43명 중 19명이 정직원으로 전환이 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마저도 주휴 수당을 주지 않는 시점을 고려해 근무시간을 쪼개서 일하도록 하는 고용주가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 7전 8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할 자리도 물론 구하기 쉽지 않아졌다. 인턴 자리라고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요즘 기업에서는 정규직 채용시 직무에 필요한 경험을 충분히 쌓았는지 보겠다면서 어느 때보다 구직자의 일경험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취업을 하려면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인턴십 경력이 필수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는 ‘티슈형 인턴’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쉽게 뽑아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인턴도 채용 후 적당한 시점에 버리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티슈형 인턴이 사라지는 자리에 또 티슈형 인턴이 채워진다는 것이다. 연속성이 있는 업무면 반드시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둘 것을 고용노동부는 권고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를 피해 최소한의 계약 보장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태가 빈번하다보니 10개월 등의 애매한 근무기간을 보면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또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한 꼼수는 아닐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남민영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moonbl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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