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마약·같은 판사·다른 결과…박유천-로버트 할리 무엇이 달랐나

입력 2019-04-2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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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마약투약 혐의를 받은 연예인 두명을 동일한 영장전담 판사가 시차를 두고 심사했는데 한명은 구속되고, 한명은 불구속됐다.
박유천(33) 씨와 하일(61.미국명 로버트 할리)씨 얘기다.
마약 투약 혐의를 영장실질심사 순간까지 극구 부인해 온 가수 겸 배우 박씨는 끝내 구속된 반면, 방송인 하일 씨는 불구속으로 풀려난 대조적인 상황이 주목을 끄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사람의 구속 여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스스로 혐의를 인정했는가로 귀결된다.
수원지법 박정제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사유가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박 씨의 구속에는 그동안 경찰 수사에서 마약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수차례 나왔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그의 태도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씨는 마약 투약 의혹에 휩싸이자 지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며 선제적으로 결백을 주장한 이래로 일관되게 마약혐의를 부인했다.
대중의 사랑과 신뢰 없이는 존재가치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유명 연예인이 이같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자 `생사람을 잡는 것 아니냐` 등의 누리꾼 의견이 나오는 등 여론도 `지켜봐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지난 17일 경찰 첫 출석 때 박 씨는 체모 대부분을 제모한 상태였고, 이는 증거인멸의 시도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이어 경찰이 올해 초 서울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마약 판매상의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박 씨가 수십만원을 입금하는 과정과 입금 20∼30분 뒤 특정 장소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이번에도 박 씨는 "황하나 씨 부탁으로 돈을 입금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책임을 이전에 연인관계였던 황씨에게 떠넘겼다.
지난 23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사 결과 박 씨의 체모에서 `스모킹건` 격인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는데도 박 씨 측은 "어떻게 필로폰이 체내에 들어갔는지 확인 중"이라는 상식 밖의 답변을 내놨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이처럼 이번 사건 수사의 변곡점마다 혐의를 부인해 온 박 씨의 태도가 영장 발부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비슷한 수법으로 필로폰을 구매해 투약한 하일 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하 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죄송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공개적으로 혐의를 시인했다.
공교롭게도 박유천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수원지법 박정제 판사는 하 씨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판사는 "피의사실에 대한 증거자료가 대부분 수집돼 있다"며 "하 씨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면서 영장 기재 범죄를 모두 인정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연예인이고 초범인 점, 범죄 수법 등 범행 사실이 유사한 점, 영장실질심사 일시가 불과 보름 차이였는데도 법원 판단결과는 180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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