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지분투자 '급증'…싼가격에 사업확장 '일석이조'

신재근 기자

입력 2019-07-10 10:53  

    <앵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여기에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여러 대내외 악재에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지분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신재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지분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다면서요?

    <기자>

    네, 지난달 총 38개의 기업이 타법인에 대한 지분투자를 결정했습니다.

    7월 들어서도 9일 기준 지분인수에 나선 기업이 18개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자회사나 계열사 간 지분투자 이외에 순수하게 서로 전혀 다른 법인에 대해 지분을 투자하는 것이 두드러졌는데요.

    가장 먼저 자동차용 내장 카페트와 소재를 개발·판매하고 있는 두올산업은 어제 SG BK그룹을 2,35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SG BK그룹은 지난해 10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인수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어 방산무기 사업을 하는 리퓨어유니맥스는 지난달 28일 리퓨어생명과학의 지분 5.63%를 인수했습니다.

    여기에는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어 수익모델을 넓히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또 우리들제약은 의약품과 진단키트의 동시 판매를 통한 시너지 확보를 위해 미국 엑세스바이오의 지분 21.82%를 취득했습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같은 날 조직재생 치료제를 개발하는 에이템스의 지분 33%를 75억원에 사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권 인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 센트럴바이오 역시 바른테크놀로지의 지분 22%를 취득했고, 네패스신소재도 사업다각화를 위한 목적으로 엔엠티의 지분 전부를 인수했습니다.

    <앵커>

    많은 기업들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또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수익성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지분 인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어땠습니까?

    <기자>

    두올산업은 SG BK 지분 인수 소식에 어제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오늘(10일)도 이 시각 현재 급등세를 보이며 가격제한폭에 근접했습니다.

    네패스신소재는 지분투자 공시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 가까이 올랐고, 필룩스는 경영권 인수를 위해 장원테크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에 공시 당일 주가가 4% 이상 뛰었습니다.

    여기에 한스바이오메드는 지분인수 이후 10% 가까운 상승률(9.61%)을 보였고, 아이에이(12.2%)도 공시 이후 이틀 동안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업에서 지분인수가 단기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들 기업이 신사업 개척을 위해 투자에 나서자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권 획득과 수익 창출에 기대를 거는 심리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지분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최근 증시가 부진하자 주식가격이 저렴해진 틈을 타 지분인수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실제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무역 보복의 영향으로 6월 이후 코스피는 0.7%, 코스닥은 5.7% 하락했습니다.

    또 기업들의 외형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유휴자금이 설비투자보단 지분투자로 이어졌단 분석이 나옵니다.

    김한수 경기대 교수는 "설비투자는 투자회수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지분투자에 비해 더 리스크가 크다"며 "이런 측면에서 기업들이 지분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 경기가 둔화된 가운데 상장사들이 신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연간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 314개 기업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합계 추정치는 147조 5,548억원으로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약 20% 하락한 수치입니다.

    당장 올 1분기만 하더라도 코스피 상장사의 별도 기준 1분기 합계 영업이익은 12조 8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5% 나빠졌습니다.

    코스닥 상장사도 마찬가지로 별도 기준 1분기 영업이익 합계가 31조 4,5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감소했습니다.

    <앵커>

    상장사의 지분투자는 호재 못지 않게 변수도 존재한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의 지분투자에 대해 "신사업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이 있는 건 확실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다만 "사업 실패의 가능성과 또 인수가 도리어 재무구조에 부담이 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 시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실제로 기업규모는 다르지만 과거 2006년 금호아시아나는 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재무상태가 악화돼 다시 매각한 바 있습니다.

    기업의 인수가 오히려 '승자의 저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는 사례입니다.

    물류업 투자에 나서기 위해 지난달 10일 스페이시스원을 인수한 아이에스이커머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59억원에 당기순손실 13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또 이 기업의 재무제표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7년 151억원에서 지난해 2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이익결손금은 86억원입니다.

    이 밖에 지난 2일 해상풍력 에너지 전문 기업의 지분을 35억원에 취득한 우리기술은 부채와 이익결손금이 불어나고 있고, 지난해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신재근 기자와 함께 상장사의 지분투자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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