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블랙스완'될까…"중국 개입시 최악 시나리오"

입력 2019-08-1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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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가 두 달 넘게 장기화하고 중국 중앙정부의 무력 진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으면 전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한국의 4번째 수출 시장 `홍콩`…중계무역 영향권
18일 한국 무역협회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홍콩을 상대로 한 무역액은 480억 달러로, 이 가운데 수출은 460억 달러에 달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큰 시장이다. 홍콩으로 수출한 제품들은 다시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한국 기업들이 홍콩을 중계무역 거점으로 삼은 것은 동아시아 금융허블로서 무역금융에 이점이 있고, 중국과 직접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 품목은 반도체로 지난해 홍콩을 상대로 한 수출액의 60%에 이른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기기와 기계류는 전체 수출액의 82%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12과 13일 홍콩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검한 뒤 사태가 악화하면서 중계무역 등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까지 타격을 입을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하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법에서 미국이 비자나 법 집행, 투자를 포함한 국내법을 적용할 때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달리 특별 대우하도록 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최근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며 사태 향방에 따라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를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부에서 홍콩 시위가 경제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는 `블랙스완`이 될 개연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홍콩 시위가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 홍콩H지수 연계 금융상품 잔액만 43조..투자자 어쩌나
이런 가운데 홍콩 주식시장 등 관련 금융상품에 돈을 넣어둔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H주)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절반 이상이 기초자산으로 삼는 지수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중복 합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32조 1,869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전체 ELS 발행액 47조 6,585억원 가운데 67.5%를 차지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ELS는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35조3천594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7월 말 기준으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미상환 잔액은 42조 5,999억원으로 집계됐다.
ELS는 만기 내에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진 수준 밑으로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최근 H지수 하락에 따라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는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9,981.12를 기록해 이전 고점인 4월 17일의 11,848.98에 비해 15.8% 내린 상태다.
이 고점 수준에서 ELS에 투자한 경우 지수가 7,700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원금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ELS 상품 대부분의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 knock-in)은 발행 시점 지수 대비 35~50%가량 하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증시 전문가들은 H지수가 현 수준에서 20% 이상 더 내릴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8월 13일 현재 H지수는 9,847포인트로, 작년 말 대비 2.7% 하락한 수준이어서 이 지수 연계 ELS의 손실 가능성이 아직은 희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지수형 ELS 상품의 H지수 쏠림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5년 하반기에도 H지수의 하락으로 관련 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과 쏠림 현상이 지적되면서 업계의 자율 합의를 통해 H지수 편입 ELS 발행이 한동안 중단된 적이 있다.
ELS는 연 4∼6%가량의 수익을 내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은행 창구 등을 통해 금융 지식이 적은 신규 고객이나 고령 투자자에게 불완전 판매되는 경우도 있어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금감원은 조만간 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홍콩시장 변동과 H지수의 급락 가능성 등에 대비해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파악해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당부할 계획이다.

디지털전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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