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규모 집회 앞두고 '충돌'…행정장관 "모두가 지쳤다"

입력 2019-08-25 08:59   수정 2019-08-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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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또다시 폭력 양상을 보이며 화염병과 최루탄, 빈백건이 재등장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10여일 만에 평화 시위는 종료됐으며 이 과정에서 공공기물이 파손되고 일부 시민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 통신,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주말인 24일 쿤통(觀塘)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는 시민 수천 명이 참가했다.

시위는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그러나 행진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가 길가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 밑동을 전기톱으로 절단해 넘어뜨리고는 환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은 교통 상황과 대기 질을 모니터하기 위한 스마트 가로등에 달린 감시카메라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 참가자 일부는 성조기를 흔들었다.
충돌은 시위대가 행진 끝에 도착한 응아우타우콕(牛頭角) 경찰서 바깥에서 일어났다.
시위대는 진압복을 입고 대기하던 경찰과 맞닥뜨리자 도로에 세워진 방호벽과 공사용 대나무 장대를 가져다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으며 벽에는 스프레이로 경찰을 겨냥한 모욕적인 구호를 썼다.
일부 시위대가 바리케이드 너머로 화염병을 던지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맞대응했다. 후추 스프레이,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도 경찰의 손에 들려 있었다.
홍콩 시위 진압에 최루탄이 다시 등장한 것은 열흘여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AP통신도 이번 충돌로 2주 가까이 이어진 고요가 깨졌다고 보도했다.
경찰 측은 성명을 내고 시위대에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지만, 소용이 없어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서와 인근 쇼핑몰에 모여있던 시위대는 저녁이 되자 흩어지기 시작했지만, 주변 지역에선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됐다.
이날 시위에는 `용기 있는 사람들`(braves)이라는 이름을 붙인 과격 성향 시위대 일부가 목격됐다고 AFP는 보도했다.
SCMP는 시위대가 쇼핑몰 `텔포드 플라자` 인근으로 물러나고서도 경찰에 벽돌과 화염병 등을 던졌다고 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테니스 채를 이용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되받아치기도 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다쳐 얼굴에 붕대를 감은 시민 1명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고, 경찰에 검거된 시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열흘여 만에 평화 시위 분위기가 깨졌지만, 그로부터 몇 주 전 초여름에 열린 시위들과 비교하면 폭력 수위가 높아지지도, 시간이 길어지지도 않았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홍콩철로유한공사(MTR사)는 이날 예고한 대로 시위 장소 부근의 지하철 운행을 중단했다. 중국 관영언론이 MTR이 역사를 제때 폐쇄하지 않아 시위대가 달아나도록 도왔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위 주최 측은 일요일인 25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시위에는 170만명이 참가했다.
중국 중앙(CC)TV 인터넷판인 앙시망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지쳤다`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고 대화를 통해 출구를 모색할 것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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