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백색테러 잇따라...시위 장기화에 1만원 호텔 숙박권도

입력 2019-09-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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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6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홍콩 야당 의원과 반중국 성향 신문 기자에 대한 `백색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야당 민주당 소속 로이 퀑 의원은 전날 오전 10시께 틴수이오이 지역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에 타려다가 괴한 4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괴한 3명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면서 퀑 의원을 마구 폭행했고, 나머지 1명은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퀑 의원은 시위대와 경찰의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애썼다.

퀑 의원은 "홍콩 시민과 학생들을 보호하려고 한 행동 때문에 폭행을 면할 수 없다면 이는 국제적인 스캔들이라고 할 수 있다"며 "누구도 증오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상 폭행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들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현장을 재빨리 피하는 것과 달리 이번 사건 가해자 중 1명이 현장을 촬영했다는 것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저녁 8시 무렵에는 시위 현장을 취재해 온 빈과일보 소속 여기자가 언니와 함께 사우마우핑 지역의 한 식당에 들어가려다가 정체불명의 남성 4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검은 옷을 입고 헬멧과 마스크를 쓴 남성들은 "뚱보 라이에게 빚을 갚으라고 해라"고 외치면서 여기자와 그 언니를 마구 폭행했다. 자매는 뒷머리와 눈, 귀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뚱보 라이는 반중국 성향이 뚜렷한 일간지 빈과일보와 주간지 `넥스트 매거진`(壹週刊)을 소유한 지미 라이(라이치잉·黎智英)를 일컫는 말이다. 지미 라이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빈과일보 기자 20여 명은 친중파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해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 신상명세가 최근 온라인에 공개되기도 했다.

야당과 신문기자협회는 백색테러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홍콩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부터 시위 지도부에 대한 백색테러가 잇따라 홍콩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사틴 지역의 시위를 주도했던 활동가 룽캄싱이 정체불명의 남성들에게 각목으로 구타당해 크게 다쳤다. 이들 남성은 룽캄싱의 머리에 흰색 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복면을 하고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든 괴한 2명의 공격을 받았다.

이달 2일에는 야당인 데모시스토당의 이삭 청 부주석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체불명의 남성 3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지난 4일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남성이 지미 라이의 자택 정문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민주당 제임스 토 의원은 "저명한 야당의원 등을 폭행하는 것은 홍콩에 더는 법치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위 장기화로 홍콩 호텔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룻밤 숙박료가 1만원대에 불과한 호텔도 등장했다.

칭이 지역의 3성급 호텔인 `윈랜드 800`은 하룻밤 숙박료를 71홍콩달러(약 1만900원)로 낮추고, 한 달 숙박료는 5천980홍콩달러(약 91만원)를 제시했다.
임대료로 따지면 이는 코즈베이웨이 지역 정부 보조 주택보다 낮은 수준이다.

시위 장기화로 지난달 홍콩 방문 관광객 수가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하면서 지난해 8월 90% 수준이었던 호텔 객실 점유율은 올해 8월 60%까지 떨어졌다. 일부 5성급 호텔의 경우 객실 점유율이 10%대까지 폭락했다.

호텔업계는 홍콩 정부에 남아도는 객실을 주거용으로 임대하거나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호텔업계 대출에 대한 이자 감면과 지원 펀드 조성 등 각종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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