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닛산 회장 "日 정부, 내 영혼 파괴하려 한다"

입력 2020-01-09 01:21   수정 2020-01-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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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형사 재판을 앞두고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은 8일(현지시간) 자신을 기소한 일본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전 비리로 나를 기소한 것은 근거가 없다"며 "왜 그들(검찰)은 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나를 다시 체포했느냐"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일본 검찰에 의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잔인하게 떨어져 있어야 했다며 "그들은 14개월 동안 내 영혼을 파괴하려고 시도하고 내가 아내와 연락하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8시간이나 조사를 받았는데, 변호사도 동석하지 않았다"면서 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해 "기본적인 인권의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또 자신이 일본에서 재판을 받으면 유죄를 받을 확률이 99.4%나 된다며 외국인에 대한 일본 법정의 유죄 판결 비율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곤 전 회장은 일본에서 구금된 뒤 400일 넘게 이날을 기다려왔다며 자신의 체포를 일본이 1941년 미국 함대를 공격한 `진주만 공격`에 비유하기도 했다.
곤은 닛산과 르노의 싸움 과정에서 닛산과 일본 정부의 공모로 자신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친구들 중 일부는 닛산에 대한 르노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닛산자동차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전 사장과 도요다 마사카즈(豊田正和) 경제산업성 출신 사외이사, 법무 담당 외국인 전무 등을 언급하면서 사이카와 전 사장과 도요다 사외이사가 일본 당국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다만, 자신의 축출에 개입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그동안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의 3사 얼라이언스가 경영통합과 합병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부세력의 모략에 당했다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곤 전 회장은 일본을 탈출한 결정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며 "절망감이 크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나는 모든 혐의에서 무죄"라며 "정의를 원하기 때문에 일본을 탈출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법정에 설 준비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곤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방법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한 곤 전 회장은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고 기자회견장에서는 중간중간 박수소리가 들렸다.
곤 전 회장이 기자회견에 등장하기는 지난달 30일 레바논에 비밀리에 입국한 뒤 9일 만이다.
그는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레바논에서 자랐으며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시민권을 갖고 있다. 부인 캐럴 곤도 레바논 출신이다.
레바논 검찰은 9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수배를 요청한 곤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레바논 언론이 전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구속됐다가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풀려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 풀려나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낮 도쿄 자택에서 외출한 뒤 그날 밤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개인용 비행기로 터키 이스탄불로 도주했고, 이스탄불에서는 다른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이동했다.
일본 수사당국은 곤 전 회장이 큰 상자에 숨어 일본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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