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증후군, 원인 찾았다"…<美록펠러대>

입력 2020-01-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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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장(腸)의 면역체계는 병원체 등 외부 침입자에 대해 반응할지 아니면 자제할지를 신중히 조절한다. 그래야 과도한 면역 반응에 따른 자기 조직 손상을 피할 수 있다.
여행자 설사(traveler`s diarrhea)와 같은 장의 염증은 종종 과민성 대장증후군(IBS)으로 이어지곤 한다. 가벼운 염증이 훨씬 더 골치 아픈 만성 질환으로 변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감염으로 인해 장의 신경계가 손상되는 거 아닌가 하는 추론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장의 염증이 어떻게 장의 뉴런(신경세포)을 파괴하는지를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세균 감염 상태에서 염증 반응으로 뉴런이 자멸사하고, 장 근육 대식세포는 뉴런의 자멸사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록펠러대 `점막 면역학 실험실`의 책임자인 대니엘 무치다 부교수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지난 10일(현지시간)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이날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을, 약화한 형태로 생쥐 모델에 투여한 뒤 장 신경계 뉴런의 변화를 관찰했다.
무치다 교수는 "장의 염증은 감염을 피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가 너무 많다"라면서 "염증 반응으로 뉴런이 파괴되는 걸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찾는 게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실험 결과, 세균에 감염되면 장 신경계 뉴런은 장기간에 걸쳐 감소했다.
이는 특정 유형의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Nlrp 6와 Caspase 11 유전자의 발현을 뉴런이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결과였다.
궁극적으로 염증 반응은 뉴런의 자멸사를 촉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런에서 Nlrp6·Caspase 11 두 유전자를 제거하면, 사멸하는 뉴런 수가 실제로 줄었다.
세포자멸사는, 인체에 필요하지 않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일련의 예정된 단계를 거쳐 천천히 죽는 것을 말하며, 다른 말로 세포 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라고도 한다.
다른 유형의 세포에선 자멸사가 많이 보고되지만, 뉴런에서 관찰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아울러 뉴런 중에서도 장의 뉴런이 유일할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한다.
연구팀은 장의 염증이 뉴런의 자멸사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푸는 열쇠로 `장 근육 대식세포(muscularis macrophages)`를 주목했다.
무치다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이들 대식세포가 뉴런과 함께 소화관 내 음식물의 이동과 염증 퇴치 유전자의 발현에 관여한다고 보고했다. 장에 염증이 생겨 뉴런이 죽으면 IBS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인 변비가 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번에 연구팀은 장 근육 대식세포가 감염 상태에서 뉴런의 지원을 받아 변비 등 증상을 완화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대식세포는 불특정한 유형의 수용체를 가졌고, 다른 일군의 뉴런이 감염 반응으로 보내는 스트레스 신호를 이 수용체로 받아들였다.
이 수용체가 활성화하면 대식세포는 아민복합체(polyamine)를 생성했다. 과학자들은 이 아민복합체가 뉴런의 자멸사 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짐작한다.
대식세포의 이런 작용을 응용하면, 염증과 뉴런 사멸을 방지하는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되리라고 연구팀은 기대한다.
예컨대 다이어트를 통해 아민복합체 생성을 촉진하거나 장 미생물군을 정상으로 복원하면 IBS 치료법을 개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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