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1세 총수 이재용의 선언…진심입니까?

김민수 기자

입력 2020-01-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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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총수 이재용에게 묻습니다

재판부가 물었다. "만 51세 총수 이재용의 선언은 무엇입니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던진 이 질문은 지금 우리 사회가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관통하고 있다.


우리에게 삼성은 자랑거리다. 해외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감정일 것이다. 한국은 몰라도 삼성은 알고 갤럭시를 쓴다. 우리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그렇게 소비한다.


동시에 거대해진 삼성은 질시와 미움의 대상이다. 적폐라고 불리는 우리 사회 고질병들 가운데 삼성은 어느 하나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삼성의 성장과정에 대한 불편함이 존재한다.

애증의 존재 삼성.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남자. 이병철과 이건희라는 거목을 지나 새롭게 등장한 슈퍼스타 이재용을 향하는 우리의 시선은 엇갈린다.


지금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우리 사회에 답을 내놓고 있다.


삼성이 답으로 내놓은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조직은 생소하다. 회사 밖에 있지만 총수와 이사회를 초월해 존재하는 강력한 준법경영 감시기구. 과연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삼성은 그 길을 가겠다고 한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위원장직을 놓고 수 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법조인으로 쌓아온 자신의 명예와 경력, 그리고 이름 석자를 삼성에서 잃을까 두려웠다는 것이다.


우리가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맥락을 같이 한다. 정말로 삼성이 변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사회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김지형 위원장은 이재용을 부회장을 직접 만나 확답을 얻고 위원장을 맡았다고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결심했다고 했다.

이런 불신이 억울할 것도 없다. 삼성이 자초했다. 삼성이 준법경영을 외친 것도 처음이 아니고 대국민 사과와 쇄신안도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삼성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속도를 더하고 있는 시대정신의 변화를 우리 기업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그 시작은 삼성이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직을 수락을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고경영진이 바뀌어야 삼성이 변하고, 삼성이 변해야 기업 전반이 변하고, 기업 전반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지금 삼성이 만드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재판부가 `양형조건`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두고 형을 줄여주는 것은 `봐주기`라는 비판도 있다.

사실 `준법감시위원회`는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위원회가 가진 권한과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역대급이다. 본래 취지대로만 운영된다면 삼성은 더이상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 반대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사사로이 회사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일들이다.

무엇보다 삼성에서 시작된 파도가 우리 기업 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기대된다. 그래서 삼성의 발자국은 의미가 있다.


잘 만들어진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 양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오히려 여론몰이를 경계한다.


하지만 결론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정신에 걸맞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충분하고 친절하게 말이다.

지금 우리가 삼성의 변화를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 그래서 우리는 지금 만 51세 삼성의 총수 이재용 부회장에게 진심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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