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효과 톡톡…영화 '기생충' 북미·영·일 관객 급증

입력 2020-02-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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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열풍이 분다. 지난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거머쥐면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은 덕분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고,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재개봉 바람이 인다. `플란다스의 개` 등 봉 감독 전작들이 재조명되는가 하면 한국 영화 전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 북미 박스오피스 4위…영국·일본서도 상위권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첫선을 보인 `기생충`은 개봉 123일 만인 지난 10일 북미 박스오피스 `톱5` 안에 진입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시상식 다음 날인 10일 총 50만1천222달러(5억9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날보다 15.6%, 전주보다 213.3% 늘어난 액수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12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미국 개봉 후 가장 높은 순위다. 관객들이 많이 빠지는 월요일인 만큼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든 다른 영화들은 모두 매출이 전날보다 급감했으나, `기생충`만 유일하게 늘었다. 영화가 궁금한 미국 관객들이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어 기꺼이 `기생충`을 선택한 것이다.
영국에선 개봉 첫 주말(7~9일) 약 140만 파운드를 벌어들여 4위로 출발했다. 영국에서 개봉한 비 영어 영화 오프닝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다.
일본에서도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기생충`의 일본 내 누적 매출은 약 16억엔(171억원)에 이른다.


◇ 한국, 베트남, 터키 등 재개봉 열풍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재개봉 열풍도 분다. 국내에선 10일 재개봉해 이틀 만에 1만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CJ ENM 베트남 법인은 오는 17일 베트남 전역 80∼100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다시 상영한다. 한국 영화 재개봉은 베트남에서는 처음이다. 이달 말부터는 흑백판으로 상영한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기생충`은 역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터키와 인도네시아에선 시상식을 전후해 각각 7일과 11일 CGV 30개 안팎 극장에서 재상영을 시작했다.
CGV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재개봉 객석률이 32%에 달할 정도로 높다. 재개봉을 포함하면 누적 관객은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봉준호 전작·한국 영화도 재조명
봉 감독 전작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선 `설국열차` `마더` `괴물`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 등 봉 감독 전작 DVD를 모아놓고 사진을 찍어 봉 감독 팬임을 인증하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봉 감독 전체 영화를 `토마토미터`(영화평점) 순위로 살펴보는 글을 실었다. 최고 평점을 받은 `기생충`(99%)부터 `마더`(96%), `설국열차`(95%), `괴물`(93%), `살인의 추억`(90%), `옥자`(86%), 해외 합작 옴니버스 영화 `도쿄!`(76%) 등의 순서로 소개됐다.
뉴욕타임스도 봉 감독 전작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봉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한 가지 범주에 넣는 것을 끊임없이 거부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봉 감독의 일곱 장편 영화는 모두 스트리밍해서 볼 수 있으니, 이번이 세계에서 가장 신나고 예측 불가한 감독 중 한 명인 그의 영화의 진전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썼다.
이 중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과 틸다 스윈턴 등이 출연한 `설국열차`는 더 큰 관심을 받는다. 많은 해외 네티즌은 이 영화 미국 배급사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하비 와인스타인 때문에 제한 상영될 수밖에 없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에 의하면, 와인스타인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봉 감독이 영화를 편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한 상영을 결정했다.
`살인의 추억`은 미국 극장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은 이 작품을 북미에서 재개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등을 연출한 유명 감독 제임스 건은 SNS에 "`황해` `부산행` `악녀` `아저씨` `아가씨` 등 한국 영화는 끝이 없다. 60년대는 프랑스, 70년대는 미국, 90년대는 홍콩, 2010년대는 한국이다"라고 올렸다.
SNS상에는 `봉하이브`(Bong Hive)를 자처하는 봉 감독 팬이 줄을 이었다. `봉하이브`는 `봉`과 `벌집`의 합성어로 봉 감독 영화를 벌집 안의 벌들처럼 응원하는 팬덤을 뜻한다. 배우 일라이저 우드는 자신의 SNS에 "모든 `기생충` 가족에게 축하를 보낸다. 올해 최고 영화의 아름답고 역사적인 순간이다"라고 쓰며 `봉하이브`라는 태그를 달았다. 배우 겸 감독인 조 카잔 역시 SNS에 "봉 하이브 포에버"(BONG HIVE FOREVER)라고 적었다.
영화 `기생충` (사진=CJ엔터테인먼트/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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