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D-3…한진칼 "KCGI는 투기 세력"

신인규 기자

입력 2020-03-24 18:06  


[편집자 주 :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는 개인투자자의 표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리다. 기존 경영진(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참여를 주장하는 주주(KCGI 연합)와의 의결권 대결이 예정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이 이른바 경영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제TV는 한진칼 주총을 7일 앞둔 지난 20일 강성부 KCGI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 KCGI 연합 측의 주장을 전달한 바 있으며, 본 기사를 통해서는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측의 논리를 짚어본다.]

■ 한진칼 "전문 경영인과 비전문 경영인 차이 분명"
한진칼 측이 주주들에게 내세우는 논리는 경영의 전문성에서 기존 이사진이 앞서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기존 경영진은 사내이사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임을 제안했다. KCGI·조현아·반도건설 연합이 내세우는 사내이사 후보는 김신배 포스코이사회 의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다. 한진그룹은 KCGI 연합의 이사진 제안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항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연합 측을 비판한다.

한진그룹은 24일 주주 호소문을 통해 "심각한 위기 속에서 항공산업에 대해 ‘무지’한 ‘비 전문경영인’들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경영을 맡게 된다면, 6개월도 견디지 못해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CGI 연합 측은 "김신배 후보 등의 이사진은 미래형 항공산업을 구상하기 위한 최적의 인물"이라며 맞서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을 찬성하는 권고문을 냈다. ISS는 보고서에서 "KCGI의 주주 제안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며 "조재호, 김영민 후보가 회사 발전과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반면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원태 회장의 선임을 반대했다.

■ `지분률 2.9%` 국민연금, 기존 경영진 손 들 가능성 높아
시장에서는 2.9%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기존 경영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 수탁위원인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를 둘러싼 KCGI 연합과 한진그룹의 여론전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KCGI는 "조원태 회장이 등기 이사로 재직중이며 금번 한진칼 주주총회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정석인하학원 소속인 허희영 항공대 교수께서 국민연금 수탁위원으로서, 의사결정에 참가하시는 상황은 이해상충은 물론 국민의 자금이 투여된 공공기금 운용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허희영 교수의 경우 항공운송산업·항공정책 전문가로 대학의 교수활동은 소속 재단으로부터 일체의 교육과 연구, 사회활동에 대해 간섭이나 지시를 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사회활동의 참여가 보장된다고 여러 언론매체에 밝힌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단체 추천으로 수탁위 전문위원에 선정된 허 교수에 대한 거짓 선동과 비판은 오히려 국민연금의 공정성을 흔드는 중대한 위해 행위"라고 반박한다.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위탁운용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의안 분석 이후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 한진그룹 "3자 연합은 투기 세력"
한진칼은 KCGI 연합을 투기 세력으로 규정한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는 최근 "(KCGI-조현아-반도건설)3자가 연합한 동기는 돈을 벌겠다는 것"이라며 "회사를 공격해 약탈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해 수익을 내겠다는 그런 의도나 동기가 과연 우리 한국 사회나 국민 눈높이, 일반 주주 입장에서 봤을 때 이해하고 지지할 만한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표방하는 KCGI 연합에 대해 실제로는 경영참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주주간 협약을 통해 법적 확약을 받더라도 실제로는 이사회 장악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연합의 당사자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은 KCGI 연합 측이 이같은 수순으로 회사를 장악할 것이 뻔하다고 강조하며 주주 호소문을 통해 개인투자자 표심잡기에 나섰다.

다음은 한진칼 측이 주주에게 발송한 호소문 전문.

1. 조현아 주주연합은 파렴치한 인신공격을 당장 멈추기 바랍니다.
조현아 주주연합은 공식적인 자료에 한진그룹 경영진 개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파렴치한 인신공격을 일삼고 있습니다.
조원태 회장은 본인이 맡고 있는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코로나19로 위협받는 한진그룹 경영 개선을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으며, 배구연맹 총재로서의 책임감에 따라 이에 걸 맞는 활동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주장도 구체적 근거 하나도 대지 못하는 조현아 주주연합의 ‘일방적 인신공격’에 불과합니다.
조현아 주주연합은 한진그룹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에 이어, 심지어 학자인 허희영 항공대 교수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인신공격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허희영 교수에게 한진그룹과 연결지어 이해상충, 공정성을 운운하는 것은 명백히 금도를 넘는 행태입니다.
허희영 교수의 경우 항공운송산업 및 항공정책 전문가로 “대학의 교수활동은 소속 재단으로부터 일체의 교육과 연구, 사회활동에 대해 간섭이나 지시를 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사회활동의 참여가 보장된다”고 여러 언론매체에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단체 추천으로 수탁위 전문위원에 선정된 허 교수에 대한 거짓 선동과 비판은 오히려 국민연금의 공정성을 흔드는 중대한 위해 행위입니다.

2. 논리적 근거도 없는 조현아 주주연합의 상습적인 반복 주장은 지겹습니다.
조현아 주주연합은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의 한진칼 지분 의결권 여부 등에 대해 똑같은 주장을 수 없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주장을 기정사실인양 호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리해고를 압박카드로 임직원들을 통해 우호지분 유치에 열을 올린다는 조현아 주주연합의 언급은 추악하고 명백한 거짓 주장입니다. 오히려 조현아 주주연합은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으로 정상화의 길에 들어선 JAL 사례를 대한항공에 빗대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현아 주주연합 본인들이 은연 중에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도를 밝히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한진그룹의 여러 차례 거듭된 반박에 대해 제대로 된 근거 없이 ‘믿지 못하겠다’ 식의 대응을 하며 똑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조현아 주주연합의 ‘내로남불’식 대답은 이제 지겨운 수준입니다. 게다가 본인들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 ‘판결문’이라고 단언하던 것을, 한진그룹에서 주장했던 ‘합의서’, ‘문서’로 슬그머니 언론에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묻고 싶습니다.

3. 경험 많은 현 전문경영진 vs. 항공 경영 1도 모르는 강성부 대표의 꼭두각시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미증유의 위기 상황입니다. 특히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대부분의 항공기들이
멈춰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항공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교통과 수송은 인체의 혈관처럼 정치ㆍ경제ㆍ문화ㆍ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간산업’이라는 믿음 아래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일념 하나로 대한민국의 땅길과 하늘길을 개척해온 기업이 바로 한진그룹입니다.
국내 산업 역사에서 국가 기간산업이 투기 세력에 의해 흔들렸던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땅콩회항’으로 한진그룹을 위기의 풍랑 속으로 몰아넣은 조현아 전 부사장, 수익 극대화를 위해 명분도 내팽개쳐버리는 전형적인 투기 세력인 강성부 대표, 업종과 상관없는 투자로 ‘명예회장’까지 요구하는 권홍사 회장 등 3자 야합세력이 한진그룹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항공·물류산업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후보가 한진그룹의 경영을 말하고, 언제든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날지도 모를 사모펀드와 투기 세력들이 한진그룹의 투명성을 운운하는 지경, 바로 또 다른 의미의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영 안정성을 도모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 경영진 체제에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항공이나 물류 경험은 1도 없으면서 숫자만 나열하고 뜬구름 잡기 식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만 나열하는 강성부 대표 및 그의 꼭두각시 경영인입니까?
주주 여러분은 어디를 선택하시겠습니까?

4. 한진그룹의 건전한 성장을 성원해주신 주주 여러분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립니다.
일개 주주일 뿐인 투기 야합 세력이 한진그룹 경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상황을 지켜보시는 주주 여러분들의 분노와 갑갑함을 십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언론 기사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댓글 하나하나가 바로 주주 여러분들의 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는 27일 오전 한진그룹의 명운이 걸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가 열립니다.
주주 여러분, 과연 조현아 주주연합이 한진그룹의 미래를,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항공·물류산업에 무지한 조현아 주주연합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 경영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30년 이상의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닌 한진그룹의 현 전문 경영진을 믿어 주십시오. 한진그룹이 지난 75년동안 걸어온 발걸음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더 이상 외부 투기 세력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행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주주 여러분께서 도와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주주 여러분들의 한표 한표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투기 야합 세력의 농간에 흔들리지 않고 현 경영진 체제를 지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주 여러분들의 지지를 토대로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 낼 것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한진그룹 기업가치를 개선하고 주주 여러분들께 더욱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돌려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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