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밀라노 요양원서 110여명 '무더기 사망'…사인은 단순 폐렴?

입력 2020-04-1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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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는 이탈리아의 한 요양원에서 한 달 새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와 당국이 원인 규명을 위한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9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부 롬바르디아주 밀라노에 있는 `피오 알베르고 트리불치오` 요양원에서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11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이탈리아 전역으로 무섭게 확산하며 인명피해가 급증한 3월 한 달 70여명에 숨진 데 이어 4월에도 현재까지 40여명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망자 수치는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한다.
사망자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과 관련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밀라노를 비롯한 북부지역이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라는 점에 비춰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바이러스가 북부를 휩쓸 때 요양원 내 방역 대비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양원에서 일한 한 의사는 요양원 직원들에게 마스크 등 개인 보호 장비 착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직위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요양원 내 자료에는 이들의 사망 원인이 단순 폐렴이라는 식으로 기재돼 은폐 의혹도 제기된다.
폐렴은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자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경찰 등으로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해당 요양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밀라노 검찰은 이와 별도로 요양원 주요 책임자들의 과실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현지에선 전국에 산재한 요양원이 코로나19의 방역 사각지대에 너무 오래 방치돼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상당수 요양원 사망자들은 코로나19 사후 검사에서 배제되며, 바이러스 의심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 보건당국에서 집계하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도 이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 집계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바이러스 분야 최고 전문기관인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의 조반니 레차 감염병 국장은 "요양원 사망자들이 과소평가돼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언론은 롬바르디아 당국이 지난달 바이러스 환자가 갑자기 폭증하며 병상 부족 문제가 현실화하자 아무런 대책 없이 일부 환자들을 해당 요양원으로 이송했다고 보도했으나 주 보건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이 요양원은 롬바르디아 주내 최대 규모로, 약 1천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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