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미국 자금줄 끊긴 WHO 초비상…"관대한 친구이길"

입력 2020-04-16 03:12   수정 2020-04-1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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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명령하면서 WHO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WHO에 한 해 4억∼5억 달러의 기여금을 주는 `큰 손`이다.
WHO의 2018∼2019년도 예산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기여금은 8억9천300만 달러(약 1조859억원)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WHO의 전체 예산이 56억2천360만 달러(약 6조8천383억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의 예산 부족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의 기여금은 소아마비 박멸, 필수 보건 및 영양 접근성 증대, 결핵 퇴치 등 WHO의 다양한 사업에 사용돼왔다.
그러나 미국이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불만을 표하며 자금줄을 죄자 이 같은 사업에 구멍이 생기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WHO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당장 WHO는 물론 전 세계의 당면 과제인 코로나19 대응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공중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에 대한 WHO의 지원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이 때문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간)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의 예산 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WHO는 미국의 자금 지원 철회가 우리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짧게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자금 지원 보류를 시사했을 당시 `시신을 담는 포대`(body bags)를 언급하며 작심 발언할 때보다는 어조가 한층 낮아진 것이지만, 불편한 심기가 엿보이는 대답이었다.

다만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세계 공중보건을 위한 WHO의 역할을 강조하며 미국의 자금 지원 결정 재고를 요청했다.
그는 "WHO는 코로나19 하고만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소아마비, 홍역, 말라리아, 에볼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결핵, 영양실조, 암 등 다른 많은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제(14일) 유엔의 `연대 항공편`이 이륙해 아프리카 전역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개인 보호 장비, 인공호흡기, 실험실 용품 등을 전달했다"면서 WHO의 기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WHO는 처음부터 혼신을 다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싸워왔다. 우리는 끝까지 계속 그럴 것이며 그것은 전 세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라면서 "미국은 WHO에 오랫동안 관대한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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