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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최악인데 주가는 왜 오를까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0-06-08 09:39   수정 2020-06-08 09:47

글로벌 증시전망 大논쟁…‘2차 폭락’ vs ‘2차 랠리’
루비니 교수 " 대공황 보다 더 어려운 ‘I’자형 폭락
버냉키 "코로나는 자연재해, ‘V’자형 반등"

“한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떨어왔다. 예측기관은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기업실적도 최악으로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저점대비 50% 가깝게 급등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요즘 뜨는 행동주의 경제학의 전형적인 시험 문제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주가를 예측할 다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한다. 경기와 기업실적 뿐만 아니라 통화정책과 시장의 반응, 그리고 주식 투자자의 심리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와 기업실적에만 초점을 맞춰 주가를 예측하는 종전의 경제학과는 구별된다.

‘증시는 심리다’라는 표현이 나온 지 오래됐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과 개인까지 연계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가 결정에 주식 투자자의 심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심지어는 주식 투자자가 생각한 데로 주가가 결정된다는 ‘자기실현적 가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경기와 기업실적, 그리고 투자자의 심리를 감안해 주가를 설명한 조지 소로스의 자기실현적 가설로 한국 증시의 현 상황을 진단해 보자. 코로나 사태를 맞아 한국 경기와 기업실적이 최악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코스피 지수는 한순간에 1457로 급락했다. 투자자의 심리가 `극단적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보유 주식을 내다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0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줄어들고 지난달 들어 경제활동이 재개됐다. 주식 투자자의 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코로나 사태 이전수준을 불과 2개월 반 만에 회복했다. 증시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다.

가장 궁금한 것은 ‘왜 주가가 빨리 올라가느냐’ 하는 점이다. 그 답은 주가 급등락의 빌미를 제공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리스크 관점에 실체를 풀어보면 구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지구상에 어두운 ‘뉴 노멀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로 초기 충격이 커 투자자가 현금 확보부터 나서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한다.

경제도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에 유일한 대책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격리시키기 때문에 ‘순간 붕괴(flash crash)’ 현상이 발생한다. 미국 경제만 하더라도 전후 최장의 호황 기간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 사태를 맞아 비대면 경제활동으로 유도한다 하더라도 경제지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너무 빠른 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에 경기 앞날을 보는 시각도 극과 극으로 치달았다.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던 지난 3월 중순 무렵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대공황보다 더 어려운 ‘I’자형으로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밴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전 의장은 코로나19를 자연재해로 인식하면서 ‘V’자형으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도 2차 충격이 올 것이라는 비관론과 빅 마켓이 올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엇갈렸다. 극단적인 비관론자의 경우 18000대, 1400대 중반까지 폭락했던 다우존스지수와 코스피지수가 각각 10000, 1000 밑으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각종 위기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오르고 정반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낙관론자조차도 당황할 만큼 주가가 급등하는 데에는 각국의 중앙은행의 역할이 컸다. Fed는 최종 대부자 역할까지 포기해 공개시장 조작 대상에 국채뿐만 아니라 회사채, 심지어는 넣어서는 안 될 정크 본드까지 포함시켰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확대했다.

각국 최고통수권자의 역할도 컸다. 정치꾼의 성향이 짙은 최고통수권자일수록 코로나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2차 팬데믹 경고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중하위 계층일수록 먹고 사는 생존 문제가 더 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 재개만 되면 경제지표는 눈에 띄게 개선된다. 코로나 사태로 골이 깊은 상황에서 경제활동이 조금만 개선되더라도 ‘기조 효과’가 겹치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초기일수록 이 효과가 심하게 나타나 경기 순환 상으로 ‘저점(tough)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지난 3월 중순과 비슷한 논쟁이 일고 있다. 주가와 경기 간 괴리가 심한 만큼 코로나 피해가 집중됐던 2분기 지표가 발표되는 3분기에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악의 경우 2차 팬데믹이 발생하면 더 이상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기 때문에 3월 중순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눈에 띤다.

주가와 경기 간 괴리는 금융의 역할이 변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금융이 실물경제를 반영(following)하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2차 폭락’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금융이 실물경제를 선도(leading)하는 시대에서는 ‘2차 랠리’가 올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돈을 회수하거나 금리를 올리는 출구전략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정책수단이 더 이상 없다는 우려도 지난달에 열렸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웹세미나에서 제룸 파월 Fed 의장은 제3의 방안이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검토해 왔던 ‘금리 상한제’와 ‘수익률 곡선 직접 통제 방식’이다.

재정정책도 제3의 방식이 많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자 마치 입을 맞추듯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뉴딜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경기부양효과가 작은 경직성 경비를 줄여 큰 투자성 항목으로 이전시키는 ‘페이-고(pay-go)’, 증세와 지출을 동일 비중으로 가져가 경기를 부양시키는 ‘간지언’ 정책 등이 있다. 경기와 증시는 안정되는 것이 최선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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