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에 보답?...해외예탁금 이용료 지급 '급물살'

박승원 기자

입력 2020-08-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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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을 구매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증권사에 맡기는 돈인 해외예탁금에 대한 이용료가 지급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규정 미비를 이유로 원화예탁금과 달리 해외예탁금에 대해선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투자자 유치를 위해 규정 검토에 들어갔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외화증권 예탁결제 보관잔액은 566억5,282만달러로 전년 동기(406억2,495만달러) 대비 39.4% 늘었다. 자료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외화증권 예탁결제 보관잔액은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매수해 보유한 금액과 해외 주식 거래를 위한 외화예탁금 등을 합친 금액을 말하는데, 올해 들어서도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증시가 코로나19로 폭락한 틈을 타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영향이다.

해외 주식 거래가 증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증권사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에게 정당한 지급은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가운데 해외예탁금의 경우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대다수 증권사들은 관련 규정 미비를 이유로 이자개념의 이용료를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회사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제3-5조에 따르면 증권사는 위탁자예수금, 집합투자증권투자자예수금, 장내파생상품거래예수금에 대해서만 이용료를 지급하면 된다.

과거 증권사들은 외화예탁금이 많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예탁금을 쌓아두기 보단 필요할 때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 필요시 대금을 지급했던 만큼, 해외예탁금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몇몇 증권사들이 원화예탁금과 같이 해외예탁금에 대한 이용료 지급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곳은 대형사인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이 두 증권사 모두 해외예탁금 이용료 지급과 관련한 규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담당부서에서 해외예탁금 이용료 지급을 검토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신증권과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역시 해외예탁금에 대한 이용료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현재 해외예탁금에 대한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뿐 아니라 몇몇 증권사들이 해외예탁금에 대한 이용료 지급을 검토하면서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수요 급증에 따른 이른바 `서학개미`를 잡기 위해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해외예탁금 이용료 지급을 모른 척 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주식 거래가 확대됨에 따라 해외예탁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은 국내예탁금 관리에 대한 규정을 준용해 해외예탁금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료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향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예탁금 이용에 관련된 관리 방침의 변화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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