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쇼크?…'힘 세고 오래가는 건전지' 어떻게 만들어지나

유오성 기자

입력 2020-10-01 07:31  

2차전지 소재사, 기술력에 '주목'
`힘 세고 오래가는 건전지`

오래 전부터 봐 온 광고 문구지만 배터리의 본질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테슬라 데이가 실망감을 안겨줬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힘 세고 오래 가는 배터리`의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터리 데이로 얻는 것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원가 절감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예고했고, 사람들은 반값 전기차에 나름의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배터리 산업의 이해도를 높이기엔 충분했다는 평가다.

전기차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2차 전지 업체들의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힘 세고 오래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에 사람을 싣고 다녀도 고장이나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추가됐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국내 2차 전지 소재사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 2차 전지가 뭔가요?
우선 2차 전지 소재사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전에 2차 전지 구성품을 살펴보자. 2차 전지는 크게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4가지 소재로 구성된다. 양극재는 니켈 등 리튬산화물로, 음극재는 흑연 등 탄소화합물로 제조된다. 여기에 전해질로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갈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도와주고, 분리막을 통해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는 것을 방지한다. 전기 에너지는 양극에 있던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고 반대로 음극에 있던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흐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배터리 충전이 이뤄진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삼성SDI나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는 여러 협력사로부터 소재를 조달받아 배터리 완제품을 생산한다.

◆ 2차 전지의 핵심 `양극재`…에코프로비엠 vs 엘앤에프
4가지 핵심소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는 양극재다. 양극재는 보통 니켈과 망간, 코발트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소재를 어떻게 조합하는냐에 따라 배터리 특성이 달라진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주행거리가 짧아 자주 충전이 필요하다는 불편함이 있는데 니켈의 함유량을 높여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대세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3가지를 조합한 삼원계 방식 양극재다. 니켈 비중이 높은 NCM811이 가장 앞선 기술인데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아 NCM622가 주로 사용된다.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은 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NCA)와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NCA는 삼성SDI를 주요 고객으로 납품해 왔고, NCM은 SK이노베이션에 공급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니켈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향후 니켈 90% 이상의 함량에 추가적인 소재를 첨가한 양극소재 NCMX를 개발하는 등 기술트렌드를 이끌어 간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의 맞수 엘앤에프는 주로 LG화학에 양극재를 공급한다. 엘앤에프는 세계 최초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늉(NCMA) 배터리 양극재 생산에 성공했다. 2023년까지 NCMA 양극재 생산량을 7만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니켈 비중을 높일수록 에너지 용량이 늘어나지만 다른 원재료의 비중이 줄면서 안정성과 출력이 낮아지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엘앤에프는 알루미늄을 활용해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면서 니켈 비중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국산화 본격 시동
음극재는 이차전지 충전 때 양극에서 나오는 리튬이온을 음극에서 받아들이는 소재를 의미한다. 리튬이차전지용 음극재로는 대부분 흑연이 사용되는데 국내에서 음극재를 생산하는 곳은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하다. 현재 연산 5만톤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공장을 늘려 앞으로 2023년까지 10만톤이 넘는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회사는 인조흑연 국산화에도 나선다. 음극재 소재는 크게 천연흑연과 인조흑연 둘로 나뉜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고온에서 결정성을 높여 제조해 천연계 제품에 비해 소재 구조가 균일하고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장수명과 급속충전 성능 구현이 가능한 소재다. 이 회사는 2177억원을 투자해 인조흑연계 음극재 생산공장 설립한다. 공장은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에 조성된다.

음극재로 사용되는 소재는 흑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리콘산화물은 안정적으로 배터리 수명을 늘려줄 소재로 꼽힌다. 기존 흑연 소재 음극재를 실리콘계 음극재로 대체하면 한 번 충전했을 때 전기차 주행거리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대주전자재료는 세계 최초로 실리콘계 음극재를 개발해 파우치셀에 적용하는 성과를 냈다. 회사는 현재 월 20톤에 머물러 있는 생산능력을 2023년까지 월 700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전해액도 높은 기술력 요구"
전해액은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리튬이온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 2차 전지 시장이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갈 중대형 제품 중심으로 변하고 있어 전해액 제조에도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졌다. 동화기업은 2차전지 소재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지난해 파낙스이텍을 인수하고 사명을 동화일렉트로라이트로 변경했다. 현재 생산능력은 논산과 말레이시아, 중국 톈진 1,2공장을 더해 연산 3만3천톤이 가능하다. 여기에 동화기업이 이달 초 밝힌 헝가리 공장 생산 계획을 합치면 5만3천 톤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2차 전지 소재 사업의 확장을 위해 전고체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체 전해질 개발도 한창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 위험을 크게 낮춰 안전성이 좋고 배터리 크기도 줄일 수 있다.

후성은 전해액 필수 소재인 2차전지용 전해질(LiPF6)을 생산한다. LiPF6는 전해액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소재인데 당분간 대체재가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능력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후성의 LiPF6 국내 생산능력은 1800톤인데, 중국에서 순차적으로 3800톤을 증설하고 있다.

천보는 세계 최초로 중대형 리튬전지용 전해질인 LiFSI(F전해질) 생산에 성공한 회사다. 전해질 첨가제는 전해액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로 배터리 수명을 향상하거나 충방전 효율을 개선하고, 저온 방전을 억제한다. 최근 배터리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하이니켈 배터리 이용이 늘고 있어 배터리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첨가제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천보는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생산 설비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P전해질 신공장을 준공했고 올해는 F·P·D 전해질 생산공장을 늘렸다.

2차전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2차전지 수요는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약 27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각국도 전기차 구매 장려 정책을 강화하면서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100년 동안 이어진 내연차 시장이 전기차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우리 소재 기업들이 발빠른 대응을 통해 세계 전기차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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