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방안을 두고 국회와 정부·청와대 간 기묘한 대립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시행이 예고된 대주주 기준 강화에 대해 여야가 보기 드물게 유예안을 함께 들고 나온 반면 정부·청와대는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현재로선 물러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족합산을 폐지하는 문제 역시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입법권은 국회에 있지만 정부·청와대가 대주주 기준 강화의 당위성을 고수할 경우 방정식은 복잡해진다.
●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10억→3억
11일 정부와 정치권에선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안에 대한 후폭풍이 가시지 않고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대주주가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낼 경우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이때 대주주 요건은 가족 합산 원칙이다.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 여야 "기준 강화안 유예해야"…야당선 "가족합산 함께 폐지"
정치권은 경쟁하듯 양도세 기준 강화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과세 형평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 범위를 낮추지 말고 그냥 유예하자"고 하자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저도 여당 의원들과 의견이 같다.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니 기재부 의견은 참고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대주주 요건 10억원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는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할 테니 정부는 빠지란 의미다.
다음날에는 여당 원내대표가 나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년 후면 (주식) 양도소득세가 전면 도입되는 만큼 대주주 요건 완화는 달라진 사정에 맞춰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지금 대주주 요건을 변경하기보다) 2년 뒤에 새로운 과세 체제 정비에 힘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대주주 요건 변경을 2023년으로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번주 초 법안을 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 지난주 법안을 제출한 같은 당 류성걸 의원의 안은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으로 그대로 두고 가족합산도 폐지하는 방안이 골자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만 놓고 보자면 되레 완화되는 안이다.
● 정부 "대주주 3억 예정대로…가족합산→개인별로"
정부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방침은 그대로 가져가되 세대 합산을 없애고 개인별 합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수정안을 내놨지만 여야 모두 이를 거부했다. 3억원으로 기준 강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총리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로선 이미 2년 전에 법을 바꾸고 시행령에 3억원이라고 예고해 다시 거꾸로 간다는 게 정책 일관성과 자산소득 과세 형평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도에 미세한 차이가 있으나 이런 입장은 청와대 정책라인에서도 공유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10억이나 3억이냐 과세 기준에 대한 부분이 있고 합산을 어디까지 할 거냐 하는 논의도 있는데 그 부분은 조금 더 논의나 의향들을 지켜보고 하되 원칙적으로는 지금의 정해진 정책 방향을 지켜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정책라인 관계자도 "시행령을 바꾸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증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해도 된다"고 말했다.
● 연말까지 지켜본 후 결정 가능성
추경호·류성걸 의원이 법안을 제출한 만큼 이 문제를 결국 국회 중심으로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당이 같은 입장을 견지할지가 관심사다. 여당은 청와대나 정부와도 의견을 공유하는 만큼 최종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주목된다.
현 상황 기준으로 보면 대주주 기준을 10억에서 3억으로 내리는 것을 유예하는 문제, 가족 합산을 없애고 개인별로 전환하는 문제인데 둘중 하나를 선택할지, 둘다를 선택할지, 제3의 대안을 따로 마련할지 등 선택지가 있다.
시행일인 연말까지 시한이 남은 만큼 시장 상황과 여론 동향을 좀 더 살펴본 후 방향성을 정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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